▲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2725프로젝트 카페에서 영화 ‘명량’ 김한민 감독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사진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한민 감독. (사진촬영: 이혜림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 최초 해상전투신 영화로 옮겨
실제 9척의 판옥선 제작, 대형 짐벌로 해상 표현
울돌목 바다 촬영, 영화 전반 바다신에 접목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병자호란 당시 우리나라 신궁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이 돌아왔다. 광화문광장에서 우둑하니 인생들을 주시하고 있던 동상 이순신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성웅의 내용을 담은 영화 ‘명량’을 들고서.

지난 23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김 감독을 만났다. 영화 기자시사를 마친 뒤 정식 개봉을 앞둔 상황에서 인터뷰 등의 여러 행사일정으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난 또~ 누군가 했네. 반가워요, 이 기자.” 김 감독은 ‘반갑다’는 기자의 인사에 넌지시 웃으며 한마디를 건넸다. 친근하게 맞아주는 얼굴을 수년 전 인터뷰 때 첫인사를 나눈 그 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도 그의 역사인식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영화의 기술적 측면보다 역사에 더 집중된 인터뷰였고 그가 훗날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들고 스크린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점쳐졌었다.

그에 대한 기대는 저버리지 않았고 전작보다 더 스펙타클한 우리 CG기술력과 그의 연출력이 잘 버무려진 명작을 들고 나타났다. 한국영화 최초로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해상전투신을 담은 ‘명량’이 그것이다.

Q: ‘최종병기 활’ 이후 3년 만의 신작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소감이 어떤가.
이번 영화 열심히 만들었다. 이순신 장군을 다루는 영화인만큼 허투루 만들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영화의 포커싱을 해전에 뒀고 주력한 만큼 해상전투신이 관객에게 공감 있게 다가가길 원한다. 작업은 어려웠지만 전심전력을 다 했기에 지금 현재 아쉬움은 크게 없다.

Q: ‘명량’은 김 감독의 역사 삼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작품의 구성과 촬영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명량’은 ‘최종병기 활’ 개봉과 거의 동시에 구상했던 작품이다. 원래 2008년도에 일제강점기 때 독립투사 이야기를 다루려 했던 것이 실패했었고 그러면서 ‘최종병기 활’을 역사 삼부작의 첫 탄으로 들고 나오게 됐다. 그때 임진왜란 정점에 있었던 명량해전을 만들면 좋겠다 싶었다.
시나리오 1년, 촬영 1년, 올해 개봉까지 1년 총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구상은 그 이전부터 해왔던 터라 사실 몇 년에 걸쳤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

Q: 최초의 이순신 소재의 해상전투신을 그린 한국 영화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려면 그만큼 조사된 자료의 양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난중일기에 기록된 장군의 심정과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수십 종의 난중일기 완역본을 비교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거쳤다. 또 난중일기 초서체와 이충무공전서, 선조실록 등 사료에서 병력 기록이 상이하고 정확한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명량대첩을 그리는 데 있어 전문가들의 해석과 역사 자료를 수집했다. 더불어 명량 지역 조류의 흐름과 당시 날씨와 지형 등을 파악해 영화에 담았다.

Q: 시신의 코를 베어 가는 장면, 아이를 총살하는 장면 등 사실적인 표현 방식은 전작인 ‘최종병기 활’ 때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역사적 사실을 가장 현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영화의 포인트다. 그래야 관객이 그 시대를 느끼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디테일이 가장 중요하다.

Q: 영화 내내 가장 궁금한 것은 ‘실제 판옥선인지, 실제 울돌목인지’하는 점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바다는 모두 실제 울돌목에서 촬영한 것이다. 바다의 조류를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다음에 배를 합성했다. 이런 부분에서 우리나라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많이 성장했음도 시사한다. 이러한 기술이 가능했기에 명량해전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했다.
또 실제 사이즈의 판옥선을 바다에 3척 띄웠고 4척은 광양항만 대행 세트에서 만들어 촬영했다. 촬영을 위해 총 9척의 배를 제작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세계사적으로 60분이 넘는 해전을 영화에서 구현한 것은 ‘명량’이 처음일 것. 매우 의미 있지 않은가.

Q: 해상전투신만 61분! 쉽지 않은 선택이다. 감독으로서 힘든 부분 없었나.
(손뼉을 치며) 그러니까! 지금도 내가 왜 그런 생고생을 했을까 싶다.(웃음)
그래픽팀, 음악팀, 촬영팀, 배우들과 총 스태프 그리고 나까지 마치 전투에 참여한 것 같았다. 61분간의 해전 촬영은 또 다른 명량해전과도 같았다.
촬영부터 완성까지. 전쟁과도 같았던 작업이었다. 하지만 이 61분은 해전을 위한 해전신이 아니다. 이는 장군의 캐릭터가 갖는 정신을 해전신을 통해 완성한 것이다.

영화 ‘명량’은 선 굵은 전통 사극이다. 여기에 성웅이라 불리는 이순신 장군과 명량대첩을 소재로 삼았다. 김 감독은 지금 12척의 배로 왜군 330척을 물리칠 수밖에 없었던 이순신 장군의 시대적 시점과 장수의 기개를 통해 발산되는 울림을 디테일하게 붙잡아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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