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정현경 기자] 교황청이 아동 성추문을 일으킨 성직자 848명의 성직 자격을 박탈했다고 밝혔다.

A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교황청의 실바노 토마시 대주교 겸 제네바 대사는 6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지난 10년간 성추문 성직자 848명에 대해 성직 자격을 박탈하고 2572명에 대해서 평생 속죄하며 지내는 것은 물론이고 공직 취임을 금지했다”고 말했다. 또 성추문 사건에 연루된 성직자들에게 아동과 접촉할 수 없게 하는 방침도 함께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토마시 대주교는 “대부분의 성폭행, 성추행 사건은 1950~1980년대 발생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숫자는 오직 교황청이 처리한 사건만을 합한 것으로, 지역 교구에서 다룬 사건들을 더하면 제재를 받은 성직자의 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그간 교황청은 아동 성폭행과 성추행 사건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교황청의 이 같은 발표에 성직자 성추행 피해자들의 모임인 사제성추행피해자네트워크(SNAP)의 데이비드 클로헤시 회장은 성직자 성범죄에 관한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라고 환영하면서도 “숫자 공개는 무의미하다”며 “진정으로 속죄한다면 피해 아동 부모들이 원하는 대로 성추문 성직자의 이름과 소재 등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유엔 아동인권위원회는 교황청이 아동 성추문 성직자에 대한 처벌과 대처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혐의가 있는 성직자 명단을 공개해 즉각 퇴출할 것을 요구했다.

교황청은 이날 아동 성폭력이 유엔 고문방지협약상 고문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토마시 대주교는 고문방지협약이 바티칸시티 안에서만 유효하다고 주장했지만 고문방지위원회가 성폭력을 고문의 한 형태로 인정하느냐고 추궁하자 “협약의 정의와 일치한다”고 말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펠리스 게이어 고문방지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를 성폭력이 고문의 한 형태가 될 수 있음을 교황청이 분명히 인정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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