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예수’의 모습.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제작사, 수익 위해 인기 있는 외모 택해
멋지거나 그렇지 않거나 신앙인, 긍정적 해석할 것”

최근 성경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영화 ‘노아’와 ‘선 오브 갓’이 포함된다. ‘선 오브 갓’은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드라마 ‘더 바이블’을 토대로 만든 영화여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예수는 잘 생긴 이목구비에 건장한 체격, 딱 봐도 소위 ‘훈남’ 이미지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예수의 외모와 실제 예수의 외모와는 얼마나 다를까.

◆‘선 오브 갓’ 속 비주얼 좋은 예수

지난달 10일 전국 극장에서 영화 ‘선 오브 갓’이 개봉했다. 영화 포스터에는 예수 역할을 맡은 배우 디오고 모르가도가 하얀 천을 머리에 감고 우수에 찬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포스터에 연출된 예수의 외모는 짙은 눈썹에 오뚝한 코, 턱선까지 S자 곡선을 그리며 자연스럽게 내려오는 갈색 앞 머리카락, 흰 피부 등 그동안 다수 기독교 영화에서 등장했던 여느 예수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도 주인공 ‘예수’는 누더기를 입고 있었지만 큰 키와 건장한 체격이 주변 엑스트라에 비해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영화 속 예수의 외모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잘 생긴 백인 남성으로 묘사

예수의 외모는 기독교인에게 혹평을 받은 영화나, 호평을 받은 영화나 거의 비슷하게 묘사됐다. 예수는 각 작품에서 적당한 체격에 긴 머리를 늘어뜨린 백인 남성으로 그려졌다.

‘신에게 바쳐진 장엄한 영상’이라는 호평을 받은 영화 ‘왕중왕(1961년, 감독 니콜라스 레이)’에서 예수 역할은 배우 제프리 헌터가 맡았다. 이 영화에서 제프리 헌터는 실제 예수의 모습과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연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갈색 긴 머리에 턱수염을 약간 기른 갸름한 얼굴형을 가진 예수의 이미지로 연출됐다.

마리아 역을 맡은 올리비아 핫세의 외모가 두드러졌던 영화 ‘나자렛 예수(1977년, 감독 프랑코 제페렐리)’에서도 예수 역으로 열연한 배우 로버트 포웰의 외모는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가시면류관을 쓰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그의 얼굴은 조각상을 연상케 한다.

멜 깁슨이 제작해 전 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이룬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년, 감독 멜 깁슨)’에서도 예수의 외모는 배우 제임스 카비젤에 의해 기존 영화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기독교인이 영화관 앞에서 상영금지운동까지 벌이는 등 당시 문제작이 됐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1988년, 감독 마틴 스콜세지)’에서는 연기파 배우 윌렘 대포가 예수 역을 맡았다. 이 영화에서 예수는 기존 예수 역을 맡은 사람보다 체격은 작지만 역시 백인 남성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 영화는 성경에 기록된 내용과는 달리 예수가 마리아와 결혼해 아이들을 낳고 살아간다는 내용으로 줄거리를 전개해 기독교인의 반발을 샀다.

◆성경 속 예수 ‘흠모할 것 없어’

예수의 행적을 기록한 신약 성경의 사복음서 안에는 예수의 외모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다만 메시야에 대한 예언을 담고 있는 구약 성경 곳곳에선 예수를 연상케 하는 구절을 찾아볼 수 있다. 이사야 52장 13절로부터 이사야 53장 3절까지를 보면 ‘이왕에는 그 얼굴이 타인보다 상하였고 그 모양이 인생보다 상하였으므로 무리가 그를 보고 놀랐거니와 (중략) 그
는 주 앞에서 자라나기를 연한 순 같고 마른 땅에서 나온 줄기 같아서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은즉 우리의 보기에 흠모할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도다’고 묘사하고 있다.

또 예레미야 14장 8~9절 내용을 살펴보면 ‘이스라엘의 소망이시요 곤란한 때의 구원자이시여 어찌하여 이 땅에서 거류하는 자 같이, 하룻밤을 유숙하는 행인 같이 하시나이까 어찌하여 놀라 벙벙하는 자 같으시며 구원치 못하는 용사 같으시니이까’ 등으로 메시야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고운 모양도 풍채도 없다’ ‘흠모할만한 것이 없다’ ‘하룻밤 유숙하는 행인’ ‘놀라 벙벙하는 자’ 등의 표현을 통해 보면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예수의 외모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경기 영화‧음악평론가는 영화에서 예수의 외모를 보다 두드러지게 연출하는 데에는 ‘흥행’이 가장 큰 이유가 된다고 봤다. 그는 “영화제작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수익을 남기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기 때문에 기왕이면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외모를 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경기 평론가는 예수의 외모가 멋지게 연출되거나 그렇지 않거나 기독교인 입장에서는 모두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화 관람자의 입장에서 잘 생긴 예수의 외모를 보고 ‘저렇게 훌륭한 인품과 도덕성, 외모를 갖춘 예수를 본받아 나도 신성을 갖춰야 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외모가 헐벗고 노숙자처럼 생겼다고 할지라도 우리 불쌍한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를 낮게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독교인은 어떤 외모의 예수가 나와도 그에 맞게 해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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