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불교태고종 용궁사 주지 능해스님. ⓒ천지일보(뉴스천지)

세월호 희생자 극락왕생 기원
종교계 보여주기식 행사 자제
국민에게 더욱 다가가서 위로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20여일 앞두고 진도 앞바다에서 대형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건이 일어나,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다.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도 축소되고 엄숙한 가운데 치러졌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신을 축하하는 불교 최대 절기에 불교계도 희생자들의 극락왕생과 유가족에게 위로를 건넸다. 한국불교태고종 전 총무부장을 역임한 인천 영종도 용궁사 주지 능해스님을 찾아 부처님오신날의 의미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한 종교계의 역할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중생 아픔 위로하신 부처님

능해스님은 먼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며 극락왕생을 기원한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스님은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심에 대해 “중생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셨다”고 말했다.

“부처님은 이 땅의 중생들에게 평안을 주시고자 했습니다. 한마디로 행복한 마음을 심어 주시고, 그 길을 찾도록 도우셨습니다. 생로병사(生老病死)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시며, 그들의 친구와 같이 함께하셨습니다. 당시에는 계급 사회였습니다. 왕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힘들고 지친 이들이 가까이 오시는 것을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그리고 삼라만상 곧 사람과 자연 만물에 불심(佛心, 중생을 불쌍히 여겨 즐거움을 주고 괴로움
을 덜어 주려는 부처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모든 중생을 품에 안으셨습니다.”

스님은 종교의 의미를 설명하며, 오늘날 종교계가 부처님, 예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전하지도 못하고 도리어 그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종교는 가장 높은 깨달음이요 최고의 가르침입니다. 부처님이나 예수님의 가르침은 최고의 말씀입니다. 그러나 그 가르침을 전하는 사람들, 성직자라 하는 스님, 목사, 신부 등 종교지도자들이 그 뜻을 온전히 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이기는 하나 앞에서 이끄는 이들이 행실로 보여주지 못하다 보니 종교의 의미가 퇴색되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각 종교인들은 경전의 가르침에 충실히 전해야 한다는 것과 진정성 있는 행함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능해스님은 “불경이나 성경 등 경전의 가르침과 깨달음을 전하는 것이 우선이다”며 “진실한 마음으로 행하고 국민들에게 다가 가기보다는 보여주기식 (종교) 행사를 요란하게 만들어 종교를 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종교계도 책임

스님은 세월호 참사에 관해 이야기하며 사회에 만연된 부도덕, 무책임 등의 문제점을 짚고 종교계의 자성도 외쳤다.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어느 누구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전쟁의 상처와 가난한 경제 환경 등을 극복하고, 잘 살아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그 결과 고도성장을 이루어 오늘날의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달리다 보니 여러 문제점을 점검하지 못하고 발견치 못했습니다. 차를 고속으로 주행하다 보면 주변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종교계도 이번 참사의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습니다. 국민 대부분이 종교를 가지고 있습니다. 목사나 스님 등 종교지도자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도덕과 무책임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각자 스스로의 역할을 얼마나 했는지 참회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고통과 슬픔에 신음하는 국민에게 다가가 진실한 마음으로 위로하고 아픔을 나누는 데 힘써야 합니다.”

이어 스님은 “각 기도처에서 기도하고 봉사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종교지도자들은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들과 국민이 이번 사건의 아픔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도록 지혜를 모으고, 지속적으로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밝혔다.

스님은 세월호 참사로 가장 큰 문제에 대해 안전 불감증을 들었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안전 불감증이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입니다. 정부 관련 기관의 관리 감독 소홀과 선원들의 무책임이 1차 책임이지만 그렇게만 볼 것이 아닙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정부가 국민에게 강한 신뢰감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날에도 많은 대형 사건들이 발생했습니다. 그때마다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종교지도자들을 초청해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의사를 보였습니다. 종교인들도 종교계의 역할을 찾아 국민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고통받는 자의 벗 부처님 발자취 따르자”

능해스님은 불교인들이 국민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는 정성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님은 부처님에 대해 “길(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시고, 고행 중 길(보리수 아래)에서 해탈하시고, (고향에 가시다가) 길에서 열반하셨다, 길에서 인간의 생을 시작하시고 마치셨다”며 “부처님은 중생들의 고통과 아픔을 어루만지셨다. 사람들과 자연을 벗으로 삼으시고 동행하신 것이다. 스님과 불자들은 중생을 구제하시고 행복을 주시기 위해 고행의 길을 걸어가셨던 부처님의 발자취를 재차 되새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모든 계급을 타파하시고,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으셨다. 낮은 마음으로 중생에게 다가가 위로의 말을 건네셨다”며 “대자대비(大慈大悲, 중생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의 정신을 실천하셨다. 우리는 그 가르침에서 깨달음을 얻고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능해스님은 “참으로 비통한 심정이다. 무슨 말로 가족을 잃은 아픔을 위로할 수 있겠나. 세월호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말로 위로를 대신한다”는 말과 함께 유가족과 국민이 하루빨리 아픔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일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천년고찰 용궁사 

인천 영종도 백운산 동북쪽 기슭에 자리한 한국불교태고종 용궁사는 1990년 11월 9일 인천광역시유형문화재 제15호로 지정됐다. 신라 문무왕 10년(670) 원효대사가 창건했으며, 1854년(철종 5)에 흥선대원군에 의해 중수됐다.

관음전, 용황각, 칠성각, 요사채가 있다. 높이 11m 미륵불이 있으며 용궁사 느티나무(인천기념물 9호)가 유명하다. 관음전 안에 본래는 옥석으로 조각된 관음상이 있다고 전해왔으나 일제강점기에 도둑맞아 현재는 청동관음상이 봉안돼 있다. 요사채는 맞배지붕에 홑처마로 건물 정면에 ‘용궁사’라고 적힌 흥선대원군의 친필 편액이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