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통합 걸림돌 ‘무자비한 이단 규정’”

한기총, 한교연과 통합 위한 토론회 개최… 성과 없어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분열된 한국개신교회의 통합을 위한 토론회 자리가 마련돼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으나 분열의 근본적 원인이나 통합의 방법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샀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는 지난 20일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한국교회 대통합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그동안 강조해온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한영훈 목사)과의 통합을 위해 논의했다. 이날 주제발표자로는 도한호(전 침례신학대학교 총장) 박사, 예영수(전 한신대학교 대학원장) 박사, 유흥옥(전 성결교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박사, 나채운(전 장로회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박사, 박명수(서울신학대학교 교수) 박사가 나섰다.

발표자들은 대체로 한국교회 일치와 협동의 가장 큰 저해요인으로 ‘이단 규정’을 꼽았다.

도한호 박사는 “교리적 독선주의는 필연적으로 이단 문제로 귀결하게 되어 있다”고 지적했고, 유흥옥 박사는 “한국교회 성도 수가 줄고 있는 이유는 정죄를 일삼는 자칭 ‘이단감별사’의 횡포로 이단천국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유 박사는 “이단사냥꾼들은 교권을 가지고 단죄하며, 자신들의 이권이 손상될 때 정죄한다. 당사자에게 묻지 않고, 교묘히 말을 바꾸며, 무조건 거짓말이라고 비방하며 정죄한다”면서 “그들에게는 용서가 없고 잔인하고 무자비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러한 자리에 하나님의 축복이 있을 수 없다”며 “화합하는 곳에 성령이 역사하고 대 화합으로 사람 살리는 운동이 전개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채운 박사도 교회의 부패와 안티기독교운동과 더불어 “이단사냥꾼의 적그리스도적 행태가 오늘의 한국교회를 파멸로 이끌어 가고 있다”면서 “이단사냥꾼들이 거짓된 조작과 금전거래로 교계를 완전히 인격살해의 장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비판했다.

도 박사는 “대부분 자유 국가에서는 ‘이단’이란 표현이 너무 심각해서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고, 다만 나타난 증거가 명확할 경우 ‘사교(邪敎)’라는 표현 정도를 사용한다”면서 “한국교회는 이단 문제에 관한 편견과 오만을 하루 속히 버려야 한다. 교리적·제도적 차이를 피차 수용하는 문제와 이단 문제 해결이 한국교회가 협동과 화합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이 지적한 무분별한 이단 규정문제는 과거의 한기총이 이단감별사를 앞세워 행했던 일로, 이에 대한 명확한 지적이나 반성 없이 최근 한기총의 이단해제에 불만을 품었던 한교연이나 예장합동 등을 겨냥한 발언이라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또 이번 토론회는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으나 그와 상관없는 주제의 발표가 이어지고 한기총의 입장만 대변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홍재철 대표회장은 한교연이 이른바 ‘7·7 정관’을 회복하면 통합에 응하겠다는 제안에 대해 ‘선통합 후논의’를 일관되게 주장했다.

박명수 박사는 한국교회의 통합에 대해 “먼저 보수/복음주의 교회를 하나로 묶고, 그 다음에 진보적인 교단에 있는 복음주의자들과 협력하면 한국교회의 연합운동은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며 “문제는 겸손하게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한국교회와 하나님을 위해서 무엇이 유익한가를 생각하는 자세”라고 말했다.

토론 시간에 한국기독교직장선교연합회 명예이사장 박흥일 장로는 대표회장 선거와 회원교단 문제를 해결해야 연합기구 간 통합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갑문 예장 합동중앙 총회장은 한기총과 한교연이 각각 동수의 통합준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