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사회연구소 “보편적 복지국가체제로 전환 필요”
사찰 중심으로 한 생활공동체 육성 등이 빈곤 해소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현대 사회 속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며 근로, 주거, 노후 빈곤 등 3대 빈곤 현상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불교계가 3대 빈곤 해소를 위한 역할을 논의한 가운데 사찰을 중심으로 한 대안 생활공동체 육성을 제안했다.

불교사회연구소(소장 법안스님)는 최근 발간한 ‘3대 빈곤 실태의 조명과 불교의 역할’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제시했다. 연구소는 “불교계가 연기법과 화쟁론에 근거해 개인과 공동체의 상호 의존성을 파악해 사회 양극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3대 빈곤 해소를 위한 실질적 대응 방안으로 ▲조계종단의 전담조직 기능 강화 ▲교구 및 사찰 내 전담기구 육성 ▲출가자 교육과정에 사회현안 내용 강화 ▲재가자들의 지역사회 활동 확대 및 교육 강화 등을 제시했다. 더불어 사찰 인근의 노인공동체,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불교계 대안 생활공동체 육성 등을 빈곤 해소를 위한 불교계의 중장기 과제로 꼽았다.

불교사회연구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계층구분인 빈곤층과 중간층, 상위층을 기준으로 1990년부터 2012년까지 빈곤층의 비율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지난 22년간 빈곤층은 7.1%에서 12.1%로 5% 증가했으며, 중간층은 75.4%에서 69.1%로 6.3%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 빈곤과 관련해 2013년 현재 월 임금 100만 원 미만인 근로 빈곤층(워킹 푸어)은 전체 근로자의 13.5%, 월 임금 100만 원 이상 200만 원 미만 근로자(워킹 푸어 잠재위험군)는 38.3%였다. 두 수치를 합하면 전체 근로자 중 51.8%으로, 즉 근로자 절반 이상이 일을 해도 빈곤에 빠져 있고 잠재적으로 빈곤에 빠질 위험에 처해 있다는 뜻이다. 법안스님은 “근로빈곤층을 포함해 근로자 절반 이상이 잠재적으로 빈곤 위험에 놓여 있다”며 “노인 가구 빈곤율 급증과 높은 가계부채 등 실태를 분석하며 3대 빈곤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노인 빈곤율 OECD 1위

연구소는 노후 빈곤의 심각성을 알렸다. 지난해 기획재정부와 OECD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07년 44.6%에서 5년새 4.7%p나 급증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2007년 44.6% 2008년 45.5%, 2009년 47%, 2010년 47.2%, 2011년 48.6% 2012년 49.3% 등으로 조사됐다. 취약한 노인 복지가 노후 빈곤의 급증세로 나타난다는 점도 덧붙였다. 2012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대비 노인복지 지출액 비율은 2.1%로 OECD 회원국 평균(7.3%)의 28.4% 수준에 그쳤다.

불교사회연구소는 “빈곤율을 낮추려면 공공복지지출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라며 “우리나라의 복지지출비율은 9.2%로 OECD 하위 10개국의 복지 비율 평균인 15.8%에도 한참 못 미친다. 복지지출의 비율을 지금보다 현격히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안스님은 “3대 빈곤 해결을 위해 단편적인 미봉책이 아닌 우리나라 사회경제 체제를 보편적 복지국가 체제로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실효성 있다”며 “보편적 복지를 통해 노후 빈곤층, 주거 빈곤층, 근로 빈곤층 부담을 줄여 전체 국민의 소비력을 향상시켜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게 할 것”을 제안했다.

◆빈곤율과 자살률 비례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는 앞으로 3대 빈곤이 빈곤층 확산과 자살률 급증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빈곤율(전체 가구소득 중 중간에 있는 가구 소득의 50%에 미달하는 계층 비율)은 1990년 7.1%에서 2012년 12.1%로 상승했고,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은 2000년과 2009년 사이 16.6명에서 33.8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OECD 회원국들 자살률은 14.6명에서 13명으로 하락했다. 자살률 33.8명은 OECD 34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노인 자살률은 2000~2010년 사이 34.2명에서 80.3명으로 2.35배나 증가했다. 같은 시기 OECD 25개 회원국의 노인 자살률은 22.5명에서 20.9명으로 낮아졌다.

법안스님은 “이번 보고서는 한국사회 신빈곤층을 낳고 있는 3대 빈곤 문제에 초점을 맞춰 그 실태를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 연구의 결과물”이라며 “보고서가 빈곤 문제를 해소하는 데 작은 단초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3대 빈곤 실태 연구보고서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구 운영위원장, 금강대 응용불교학과 이혜숙 객원 교수, 시민경제사회연구소 홍헌호 소장이 공동 집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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