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3회 한교연 정기총회에서 한영훈 목사가 새 대표회장에 선출됐다. 그러나 한 목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어 대표회장직 유지에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개신교계 대표 연합기구 중 하나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새 수장이 선출됐다.

한교연은 27일 오후 서울 종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3회 정기총회에서 새 대표회장 선거를 실시했다. 이날 2번에 걸친 투표 끝에 새 대표회장으로 한영훈(예장한영 소속) 목사가 선출됐다.

한교연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서 분리돼 새로 설립될 때 그 과정을 함께했던 한영훈 목사는 “한교연이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많은 분들의 눈물어린 헌신이 있었다”면서 “나는 오늘 이 시간부터 낮아져서 겸손하게 한교연을 잘 섬기도록 하겠다. 내 모든 것을 바쳐서 한교연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선거 전 한 목사에 대한 법적‧도덕적 자격시비가 일었고 대법원의 판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라 분쟁의 불씨는 남았다고 볼 수 있다.

한교연의 새 수장으로 한영훈 목사가 선출됐으나, 한 목사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어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27일 오후 열린 제3회 한교연 정기총회는 개회예배, 회무처리, 대표회장 선거, 이‧취임식으로 이뤄졌다. 가장 중요한 행사인 대표회장 선거는 또다시 불거진 한영훈 목사에 대한 자격시비와 2번에 걸친 투표 등으로 수월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한교연 대표회장 선거에는 예장합신 소속의 권태진(66) 목사가 기호1번, 예장한영 소속의 한영훈(70) 목사가 기호2번으로 출마했다. 문제는 한 목사가 세상법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어 법적‧도덕적으로 후보 자격이 되느냐는 것이다.

예장합신(총회장 이주형 목사) 측은 지난 16일 한교연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김요셉 목사)에 한 목사가 후보자격이 있는지 공개질의서를 제출했다.

공개질의 내용은 ▲한 목사가 이중국적자 및 외국시민권자, 영주권자가 아닌지를 선관위가 검증했는지 ▲소송에서 1·2심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한 목사가 법적‧도덕적으로 후보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 ▲만약 한 목사가 당선된 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대표회장 자격을 취소할 것인지 등 세 가지이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이중국적자 및 외국시민권자의 확인은 두 후보가 본회의 법인이사로 등재할 시에 이미 확인된 사항”이며 “후보 당사자가 영주권이 없음을 서약서에 서명했다”고 답변했다. 또 “후보들이 자격심사, 공청회 등 3회에 걸쳐 상대 후보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고,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은 결과에 따라 관련 규정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선거 직전까지 후보 자격시비

▲ 한영훈 목사.
한 목사는 소송에 대해 학교의 대표 자격으로 피소된 것으로 도덕성과는 관련 없다고 소명했다. 한 목사는 한영신대와 면목제일교회 간 교회 소유권을 둘러싼 법정공방에서 학교운영비 2억 5000여만 원을 소송비용으로 사용해 지난해 6월 1심과 11월 2심에서 모두 업무상 횡령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한 목사는 이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고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대표회장 선거날에도 한 목사의 자격시비 논란이 다시 일었다. 선거가 실시되기 전 총회대의원(총대) 중 일부는 한 목사의 후보자격에 문제가 있다며 선거 연기를 주장하기도 했다.

한 총대는 후보들의 자격에 대해 선관위가 검토했고 책임질 수 있는지를 또다시 물었고 김요셉 목사는 “두 후보의 이력은 정확하게 검토했다. 두 후보 모두 이번 선거 결과에 100% 승복하기로 했다”면서 선거날에 적합하지 않은 질문이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다른 총대 하나는 “이 문제는 순복하고 양해했다고 될 일이 아니다”면서 “한교연의 문제이고 한국교회 위상의 문제다. 대법원 판결이 얼마 후에 나오니 판결 확정 후 투표해야 옳다”고 주장했다. 이 총대는 “지금은 양심껏 투표할 수 없다”며 “1~2주일 뒤에 투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자격시비는 시간 낭비이니 의장(박위근 목사)이 총대 의견을 묻고 그에 따라 회의를 진행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한 총대는 “만약 선거를 못하게 되면 그동안 들인 비용과 시간, 노력 등은 어떻게 하나”라며 반대했다. 그는 “이 자리는 한국교회를 위해 애쓴 사람을 뽑는 자리다. 우리는 흠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면서 “선거를 보이콧하면 한쪽은 상처를 받을 것”이라며 선거를 중단하거나 미룬다면 오히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한 총대는 “선거 자체가 ‘심판’이다. 직책에 합당하지 않은 사람은 떨어진다”라며 선거를 통해 도덕성도 심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님을 믿고 따라가는 기독교가 세상 재판부의 잣대를 들이민다면 그것도 문제”라며 “법적인 문제가 따라오면 그때 가서 해결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고려‧고신도 한교연 가입 희망

결국 총대들의 의견에 따라 선거를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총 252명의 총대가 투표에 참여했다. 그러나 양 후보 모두 126표로 동수(同數)가 나오는 바람에 재선거가 실시됐고, 두 번째 투표에선 총 217명 투표에 유효표 216표가 나왔다. 기호1번 권태진 목사가 98표, 기호2번 한영훈 목사가 118표를 얻어 한 목사가 새 대표회장에 확정됐다.

한 목사는 한교연의 정체성을 이루기 위해 한국교계를 대표하는 기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교역자 과세 문제를 해결하고 정부가 정책 입안을 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산하기구를 만들어 기독교적 대안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한편 한기총을 탈퇴한 예장고려와 예장고신 교단이 이날 한교연과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총대들 앞에서 인사했다. 두 교단이 오는 9월 총회 결의 후 가입하면 한교연은 36개 교단과 10개 단체가 참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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