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종로구 종로6가 위치한 동대문교회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감리교-서울시 공감대 형성… 광교 부지 계약 등 과제도 산적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서울시 성곽복원사업 계획에 따라 철거될 위기에 놓인 124년 역사의 동대문교회가 감리교단 측과 시와의 협의로 존치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말 서울시가 동대문교회의 역사성에 대해 인식을 달리하면서 흥인문 언덕에 동대문교회를 존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실무팀을 구성하기로 기독교대한감리회와 의견을 일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감리교 교인들은 동대문교회 철거 이전을 반대하는 촛불기도회를 이어가며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특별시 교회와시청협의회(교시협)’가 주최한 서울시민을 위한 기도회’ 이후 전용재 유지재단이사장, 김영헌 서울연회 감독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설득했다고 개신교계 언론이 보도했다.

동대문교회는 정동교회와 상동교회에 이어 1892년 국내에 세 번째로 설립된 감리교단 교회다. 이화여대 설립자 메리 스크랜턴의 아들이자 의사 겸 선교사였던 윌리엄 스크랜턴이 초대 담임목사를 지냈고, 선교사이자 교육운동가로서 독립운동에도 기여한 H.B 헐버트가 2대 담임목사로 시무했다. 3.1운동을 이끌었던 손정도 목사도 담임목사를 지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난 김영헌 서울연회 감독은 “건물이 역사가 아니라 동대문교회 자체가 역사다. 헐버트, 김상옥, 손정도 목사 등 한국독립운동의 주축을 이루던 인물들을 배출한 교회가 아니냐”며 “현 자리에 교회가 있어야지 수원으로 내려가 동대문교회 간판을 건다고 해서 역사성을 공감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존치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 시장이 주무부장을 불러 대화를 진행했으며, 동대문교회의 존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감리교-서울시 실무팀 구성 합의

서울시와 협의한 전용재 유지재단이사장과 김영헌 감독은 지금의 모습 그대로가 아닌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원 지하(대로에서 보면 1층)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협조해 기독교박물관을 만들어 기념관과 예배당을 마련할 것과 지상에는 ‘여명의 종’을 위한 종각을 설치하고 1910년 당시의 동대문교회의 원형을 복원하자는 구상을 제안했다.

서울시는 감리교단 측에서 제안한 구상을 문화재청과 협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시는 양측의 실무진이 동대문교회 존치와 관련해 논의하는 실무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수용한 감리교는 이용윤 부장, 이강전 장로(동대문교회보존위), 한휘언 장로 등으로 실무팀을 구성했다. 양측의 실무팀은 4일 오후 2시에 서울연회 감독실에서 실무접촉을 갖기로 했다.

◆교단 측 존치에 드는 예산 마련 관건

김영헌 감독은 서울시와의 실무팀 구성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그동안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제 동대문교회 존치의 물꼬가 텄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다만 서울시장이 동대문교회 존치에 소요되는 예산을 교단 측에서 감당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며 “이 같은 조건을 어떻게 실현할지가 이번 합의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교회 땅은 이미 등기가 서울시로 넘어갔다”며 “시가 감리교단에 영구 임대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실무 접촉을 진행하면서 여러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감리교단 측이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교회 이전을 위해 이미 광교에 부지를 계약했으며, 이전을 추진 중인 동대문교회 측과의 문제도 풀어야 한다. 또 문화재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아내야 하는 등의 과제들이 쌓여있다.

교회 존치를 위한 기도회를 이끌고 있는 한휘언 장로는 “박원순 시장이 감리교회의 강한 의지를 받아들여 교회 존치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라며 “많은 문제가 남아 있지만 큰 틀은 합의를 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9년 법원은 교회의 역사성 보존 이유를 들어 감리교단이 제기한 소송 판결에서 “서울성곽은 축조된 지 600년 이상 된 것으로 범국가적이고 큰 역사적 가치가 있다”며 성곽복원사업을 추진한 서울시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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