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인곡(思美人曲)-송강 정철(서사 생략) 동풍이 문득 불어 쌓은 눈을 헤쳐 내니 / 창밖에 심은 매화 두세 가지 피었구나 / 가뜩이나 쌀쌀하고 적막한데 그윽한 향기는 무슨 일인고 / 황혼의 달이 좇아와 배갯머리에 비치니 / 흐느끼는 듯 반기는 듯 님이신가 / 저 매화 꺾어 내어 님 계신데 보내고 싶구나 / 님이 너를 보고 어떻다 여기실까 / 꽃 지고 새 잎 나니 녹음이 깔렸는데 /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비어 있다 / 연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장을 수놓은 병풍을 둘러두니 /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여름을 나니 초록으로 물들었다. 온통 푸르다 못해 청량감마저 느껴지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이제 곧 있으면 낙엽이 지고 가지에 눈이 쌓이겠지. 그리고 추운 겨울을 이기고 나면 다시 또 새싹이 나고 꽃을 피우겠구나.그 옛날, 시와 가사로 노래를 읊었던 선비들도 산 중에 정자를 짓고 경치를 바라보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자연과 마주하니 절로 가사가 읊어지지 않았으랴.유난히 창공이 아름다웠던 지난달 초 담양의 주요 누정(누각·정자)을 찾아 자연과 벗한 선비의 발자취를 따라 나섰다. 담양은 호남문학의 대표적인 지역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가야국(大伽倻國)은 가야산신 정견모주와 하늘신 이비가지 사이에서 태어난 장자 뇌질주일이 42년경 경북 고령(高靈)지방을 중심으로 세운 나라로 알려졌다. 뇌질주일(또는 내진주지)은 대가야를 세우고 ‘이진아시왕(伊珍阿豉王)’이 됐다. 16대 도설지왕(道設智王)까지 약 520년 동안의 찬란한 역사를 이어온 대가야는 562년에 신라 진흥왕이 이사부(異斯夫)와 사다함을 앞세워 공격해오면서 멸망했다.하지만 대가야는 멸망하기 전까지 정치·문화 영역에서 가야 중의 최전성기를 이끈 나라다. 순장문화, 철기문화, 가야금, 토기 등 독자적인 문화를
난세에 영웅이 난다 했던가(亂世英雄). 임진왜란(1592~1598) 7년의 전란 중 조선을 구한 영웅들을 만났다. 왜군과 맹렬한 전투를 펼치며 전세를 역전시켰던 이순신 장군과 권율 장군, 각 지역에서 일어났던 의병들이 그러하다. 그중 임진왜란을 논하면서 절대 빠져선 안 될 인물이 있으니 바로 조선의 명재상 서애 류성룡(西厓 柳成龍, 1542~1607) 선생이다. 자신의 목숨을 건 파격적 인사 단행으로 왜의 침입에 대비했던 그의 뛰어난 선견지명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충무공 이순신과 같은 영웅을 어찌 만날 수 있을까. 왜란 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