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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루] 담양 누정, 그 속엔 선비의 ‘氣槪’가 있다②
박선혜 기자  |  muse@newscj.com
2015.10.08 20: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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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인곡(思美人曲)-송강 정철

(서사 생략) 동풍이 문득 불어 쌓은 눈을 헤쳐 내니 / 창밖에 심은 매화 두세 가지 피었구나 / 가뜩이나 쌀쌀하고 적막한데 그윽한 향기는 무슨 일인고 / 황혼의 달이 좇아와 배갯머리에 비치니 / 흐느끼는 듯 반기는 듯 님이신가 / 저 매화 꺾어 내어 님 계신데 보내고 싶구나 / 님이 너를 보고 어떻다 여기실까 / 꽃 지고 새 잎 나니 녹음이 깔렸는데 /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비어 있다 / 연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장을 수놓은 병풍을 둘러두니 /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길던가 / 원앙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 풀어내어 / 금으로 만든 자로 재어서 님의 옷 지어내니 / 솜씨는 물론이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두고 / 님에게 보내고자 님 계신데 바라보니 / 산인가 구름인가 험하기도 험하구나 / 천리만리 길을 누가 찾아갈까 / 가거든 열어 두고 나를 본 듯이 반기실까 / 하룻밤 서리 기운에 기러기 울며 갈 때에 /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 수정발을 걷으니 / 동쪽 산의 달이 떠오르고 북극의 별이 보이니 / 임이신가하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 맑은 달빛을 일으켜 내어 궁궐에 부치고 싶다 / 누각 위에 걸어두고 온 세상 다 비추어 / 깊은 산골짜기에도 대낮같이 만드소서 / 천지가 겨울의 추위에 얼어붙어 생기가 막히고 / 흰 눈이 한 가지 색으로 덮여 있을 때 /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짐승도 끊어져 있다 / 소상강 남쪽도 추위가 이와 같거늘 / 임 계신 곳이야 더욱 말해 무엇하랴 / 따뜻한 봄기운을 일으켜 내어 임 계신 데 쏘이고 싶다 /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대궐에 올리고 싶다 / 붉은 치마를 여며 입고 푸른 소매를 반만 걷어 / 해 저물 무렵 긴 대나무에 헤아림도 많기도 많구나 / 짧은 해가 쉬이 넘어가 긴 밤을 꼿꼿이 앉아 / 푸른등 걸어놓은 곁에 전공후 놓아두고 / 꿈에나 님을 보려 턱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 원앙이불이 차기도 차구나 이 밤은 언제 샐까 (이하 생략)

▶<사미인곡> 가운데 ‘본사’로, 임과의 인연과 버림받은 자신의 신세 한탄을 하는 ‘서사’에 이어 사계절 임(선조)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구구절절 담고 있다.

   
▲ 면앙정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문학 창작의 산실 ‘면앙정’ 호남 제일의 가단(歌壇) 형성

면앙정은 조선 시가문학에 크게 기여한 면앙 송순(1493~1582년)이 관직을 떠나 1533년(중종 28)에 지은 정자다.

송순은 이곳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여생을 보냈다. 이황·박우·임억령 등 유명 인사들과 면앙정에서 교우하며 학문에 대해 토론하고 시 짓기를 즐겼다고 한다. 그의 문하에는 기대승·고경명·정철·임제 등이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호남 제일의 가단(歌壇)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정자는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다. 추녀 끝은 4개의 활주가 받치고 있다. 중앙에 방이 있으며, 현재의 건물은 여러 차례 보수한 것이다.

‘면앙정’하면 ‘면앙정 30영’이 떠오른다. 송순이 이황·김인후·임제·임억령 등과 함께 지은 것으로, 면앙정 주변의 빼어난 산세와 풍경을 노래하고 있다.

   
▲ 한국가사문학관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가사문학관’ 당대 문학가 유묵 소장

담양군에서는 가사문학 관련 문화유산의 전승 보전과 현재적 계승 발전을 위해 1995년부터 한국가사문학관 건립을 추진, 2000년 10월에 완공했다.

한국가사문학관은 본관과 부속건물인 자미정과 세심정, 산방, 토산품점, 전통찻집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전시관 앞 중앙에는 넓은 못과 정자 그리고 물레방아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가사문학 자료를 비롯해 송순의 ‘면앙집’ ‘분재기’ 등과 정철의 ‘송강집’ 및 친필 유묵 등 귀중한 유물을 소장·전시하고 있다. 2002년부터는 영남의 규방가사를 비롯해 기행가사, 유배가사 등의 원본 및 필사본을 수집해 선보이고 있다.

담양은 16세기 조선 초, 숨 가쁘게 호흡하던 사화(士禍)와 당쟁(黨爭)의 정치적 변동 속에서 절의를 고집했거나 정쟁에 연루돼 유배됐다가 귀향하고 낙향한 사림들이 효·충·절·의·지·심정(心情)의 인연 유대로 호남유학과 향촌의 사림문화 층을 형성하고 중흥기를 이룬 곳으로, 선비의 기개(氣槪)가 서린 곳이다.

이 선비들이 일상의 휴식과 세시가무(歲時歌舞), 유흥상경(遊興賞景)의 흥취를 시로 승화시킨 것이 곧 누정시(樓亭詩)이며, 누정을 무대로 누정시단이 흥성했다.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중심을 이뤘던 무등산 자락 성산 주변의 면앙정, 서하당, 식영정, 소쇄원, 환벽당, 송강정 등은 호남시단의 찬연했던 맥박의 공간이자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시간의 거처라 할 수 있다. 즉 한국문학사에 있어 불후의 명류 문사들을 배출한 산실이요, 요람인 것이다.

   
▲ 송강 정철 ‘사미인곡’ 필사본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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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1)
송민
2015-10-14 15:49:05
찬성:0 | 반대:0 찬성하기 반대하기 삭제하기 신고하기
고즈넉한 분위기가 가을을 느끼게 해주
고즈넉한 분위기가 가을을 느끼게 해주네요
그리고 한국문학에 대한 흥미도 더욱느껴집니다
전체기사의견 보러가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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