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7일 0시를 기점으로 ‘안전운임제’ 확대·연장을 위한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이날 화물연대 포항지역본부가 경북 포항시 남구 괴동동 포스코 본사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제공: 화물연대) ⓒ천지일보 2022.6.7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7일 0시를 기점으로 ‘안전운임제’ 확대·연장을 위한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이날 화물연대 포항지역본부가 경북 포항시 남구 괴동동 포스코 본사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제공: 화물연대) ⓒ천지일보 2022.6.7

화물차들 공장 진입로 막아

전국 곳곳 시멘트 유통 차단

편의점, 소주 발주정지 조치

포스코·현대 출하 중지·지연

정부·경찰 “불법에 엄정 대응”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글로벌 공급난 여파로 발생한 국내 물류난이 더 심해지고 물가상승에 경기침체까지 가중시키는 ‘물류대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원료가 되는 시멘트를 비롯해 소주 등 생활에 밀접한 유통 분야까지 각 분야의 물류를 맡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지난해 11월에 이어 6개월 만에 또다시 총파업을 감행하면서다. 화물연대 총파업 출정식은 7일 오전 10시 1만 5000여명에 달하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동참한 가운데 전국 16개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 소주와 현대제철의 철강제품 출하가 막히는 등 피해가 각 분야에 걸쳐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먼저 이번 총파업 이전에 이미 파업 영향권에 놓여있던 유통업계에서 그 피해가 두드러졌다.

하이트진로 이천·청주공장의 화물 운송 위탁사 화물차주 130여명은 지난 3월 화물연대에 가입한 뒤 곧바로 사전 파업에 들어갔다. 이후 지난달 말 투쟁 강도를 차츰 끌어올리다가 최근에는 차량으로 각 공장의 정문을 틀어막기까지 하며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번 사태로 하이트진로 측은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출고가 어려워 재고가 계속 쌓이는 상황을 맞았다. 회사 측에 따르면 생산·출고 역량이 평소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 데다 유통이 묶이다 보니 도매상들이 직접 공장에서 물건을 가져가는 상황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천공장과 청주공장의 생산 물량은 하이트진로 전체 소주 생산량의 70%에 달한다.

물건을 시켜도 주문량만큼 매장에 제품이 도착하지 않자 편의점들은 해당 공장에서 출하되는 소주 물량에 대한 발주를 제한하고 나섰다.

이마트24는 각 매장에서 발주할 때 이들 병 제품에 대해 각각 20개들이 3박스씩까지만 발주할 수 있도록 선을 정했다. CU 역시 이날부터 일부 물류센터에서 출고되는 참이슬 제품에 대한 발주정지 조치를 내린 상태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소주병뿐 아니라 페트병까지 1박스씩만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미니스톱도 병 제품은 1박스씩, 페트병 제품은 10개씩만 발주할 수 있도록 제한을 걸었다.

대형마트의 경우 현재까진 재고가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파업이 장기화하게 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시멘트 업계도 공급이 중단되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천·청주공장과 같이 이날 전국 곳곳에서 화물연대 차량이 진입로를 가로막으면서 시멘트 운송에 차질이 빚어졌다.

먼저 국내 대표 시멘트 7개 사의 저장소가 집중된 경기 의왕 유통기지에서는 진입로가 차단되면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시멘트 공급이 막혔다. 의왕에 이어 서울 수색 유통기지뿐 아니라 충북 단양과 제천, 강원 영월 등 주요 시멘트 공장까지 화물연대 점거로 출하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시멘트·골재 등 건자재에 이어 레미콘 가격도 다음 달부터 인상될 전망이다.26일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경인지역 레미콘사와 건설업계는 5월 1일부로 레미콘 단가를 13.1%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사진은 2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의 한 레미콘 업체 모습. (출처: 연합뉴스)
시멘트·골재 등 건자재에 이어 레미콘 가격도 다음 달부터 인상될 전망이다.26일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경인지역 레미콘사와 건설업계는 5월 1일부로 레미콘 단가를 13.1%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사진은 2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의 한 레미콘 업체 모습. (출처: 연합뉴스)

시멘트 공급이 막히면서 레미콘사들도 줄줄이 타격을 받고 있다. 수도권 주요 레미콘사들은 자체 저장소를 통해 확보한 시멘트 재고가 고작해야 1∼3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부터 이어진 시멘트 대란으로 공급이 원활치 못한 상황에서 유통마저 차단되면서 고통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화물 비중이 많은 철강업계 등 산업계도 타격이 점차 본격화되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이번 파업으로 하루 물동량 약 4만 9000톤 가운데 40%가 넘는 2만톤에 대한 출하가 지연될 처지에 놓였다.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이날부터 9000톤에 달하는 하루 출하량이 전면 중단됐다.

이들은 사전 출하와 운송사 별도협의를 통해 고객사에 대한 수급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개별 회사 이슈와 상관없는 투쟁이어서 대응에 난감함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이밖에 부피가 큰 에어컨과 냉장고·세탁기·TV 등을 다루는 전자제품 기업들과 탱크로리 및 컨테이너 화물차량을 이용하는 정유화학 업계도 피해가 번지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운송거부가 확산되면 수출입 물류 차질 등 심각한 경제적 피해와 국민 생활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운송을 방해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장도 이날 “불법행위자는 최대한 현장검거를 원칙으로 하되 예상 가능한 상황별 조치 계획을 미리 마련해 불법 상황을 조기 해소할 것”이라며 운송방해 등 불법행위에 즉각 대응한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천지일보 의왕=이성애 기자] 서울경기지역본부 화물연대본부가 7일 경기 의왕ICD 1터미널에서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전품목 확대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2.6.7
[천지일보 의왕=이성애 기자]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7일 0시를 기점으로 ‘안전운임제’ 확대·연장을 위한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경찰들이 운송을 방해하는 불법행위에 대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천지일보 202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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