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7일 0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소주부터 시멘트까지 각 분야에 걸쳐 피해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난 여파로 발생한 국내 물류난이 더 심해지고 물가상승에 경기침체까지 가중시키는 ‘물류대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화물연대는 7일 전국 각지에서 1만 5000여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이 동참한 가운데 무기한 총파업 개시를 알렸다. 여기서는 화물차 기사들이 사측인 화주나 국토교통부 등 정부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왜 지난해 11월에 이어 6개월 만에 또다시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를 살펴본다.

[천지일보 의왕=이성애 기자] 서울경기지역본부 화물연대본부가 7일 경기 의왕ICD 1터미널에서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전품목 확대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2.6.7
[천지일보 의왕=이성애 기자] 서울경기지역본부 화물연대본부가 7일 경기 의왕ICD 1터미널에서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전품목 확대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2.6.7

새 정부 들어 첫 대규모 파업

시험대 오른 ‘친기업’ 尹정부

정부 “대화의 장에 돌아와야”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화물연대의 총파업 선언 배경에는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이른바 ‘3고’ 상황과 맞물린 기름값 폭등이 자리 잡고 있다. 전국 휘발유·경유 평균가격도 이미 2000원대를 돌파했으며 경윳값만 보더라도 1년 전 1300원대보다 50%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류비용이 급등한 데 비해 운송료는 그대로여서 월 200만원 이상 소득 감소를 겪고 있다는 것이 화물노동자들의 주장이다.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는 정해진 안전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할 경우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로 3년 일몰제에 따라 올 연말 만료를 앞두고 있다. 최근처럼 유가가 급등해도 운송료가 연료비에 연동해 오르기에 화물 기사의 수입이 줄지 않는 구조다.

안전운임은 운송원가에 인건비·유류비·부품비 등 이윤을 추가한 운임으로 화물노동자에겐 일종의 최저임금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안전운임제가 적용되는 업종은 시멘트와 컨테이너 등 두개 품목뿐이다. 노조에 따르면 이들 품목의 비율은 화물 전체 비중에서 6.5%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안전운임제를 화물 물류 전체로 확대·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화물연대의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까지 겹치는 경제 위기 속 모두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화물연대의 요구를 100% 수용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사와 중간에서 대화와 협의를 통해 갈등을 중재하고 때론 적극 개입해야 하지만 우선 노사 간에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특히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가 사실상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라는 노조 주장에 대해 “화물연대가 말하는 안전운임제 전 품목 확대와 운송료 인상, 운송사업 구조개혁 등을 해결하고자 지속 소통하면서 노력해왔다”며 “화물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실질적이고 다각적인 정책적 노력도 펼쳐왔다”고 반박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유가 급등으로 인한 유류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영업용 화물운전자에게 지급하는 유가보조금에 더해 유가연동보조금이 지난달부터 추가 지급되고 있다. 이달부터는 유가 상승에 따라 지원금액과 지급기한도 확대됐다.

또 지입제 등 화물운송업계의 각종 제도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매월 국토부-화물연대 월례협의회와 화물운수업계 협의체 등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이어 안전운임제와 관련해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첨예함에 따라 지난달 열린 ‘성과평가 토론회’를 시작으로 이달 초부터 ‘안전운임 TF’를 구성해 본격적인 논의를 착수할 계획이었다는 답변이다.

국토부는 화물연대 가입 비중이 전체 사업용 화물차의 약 5%인 약 2만여대라는 점에서 파업으로 인한 영향이 당장엔 제한적이겠지만 장기화될 시 경제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어명소 국토부 제2차관은 “불법행위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지만, 운송거부에 참여하지 않는 화물차주분은 적극 지원하는 두가지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이번 집단운송거부가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계기관 간 긴밀하게 협조·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안전운임제나 다른 운임제를 도입하려면 국회가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는 원 구성을 놓고 여야가 대치 중인 상태로 언제 정상화되고 언제 법 개정 논의가 시작될지 알 수 없는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경영계도 ‘안전운임제 일몰 규정’에 대해 기존대로 3년간 시범운영하고 일몰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총 측은 “2018년 도입 당시 3년 일몰제로 시행하되 일몰 1년 전부터 제도 연장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전제로 했고 예정대로 논의를 진행했다”며 이들의 파업을 정당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더해 경제 위기 속 감행한 총파업을 ‘경제와 물류를 볼모로 일방적인 주장을 관철하려는 명분 없는 집단행동’으로 보고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 금지하는 ‘정당한 사유 없는 운송거부’에 해당해 위법 소지도 크다고 봤다.

이처럼 각자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데다 이번 안전운임제 시범운영을 통해 도출된 각종 미비점을 보완한 제도 도입이 절실한 만큼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 풀어야 할 숙제도 산더미다. 국내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위기를 거론할 정도로 어렵고 우크라이나 전쟁도 장기화되는 지금 상생과 공동체 의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대규모 파업에 대한 새 정부 대응이 노사정 관계의 방향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되고 경제에 미칠 파급력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추진 경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지 이틀째인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주차된 화물차에 총파업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천지일보 2022.6.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지 이틀째인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주차된 화물차에 총파업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천지일보 202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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