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화물연대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2.5.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화물연대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2.5.28

새 정부 들어 첫 대규모 파업

경윳값, 1년 전보다 50% 폭증

노조 “유가 상승에 손해 막심”

정부, 무관용 엄정대응 방침

경기침체에 ‘물류대란’ 우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화물연대가 7일 0시를 기점으로 ‘안전운임제’ 연장을 위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노사정 관계설정이 초기부터 중요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노조가 정부 측에서 그간 사태 해결에 사실상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총파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내세우는 반면, 정부는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밝히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는 정해진 안전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할 경우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로 3년 일몰제에 따라 올 연말 만료를 앞두고 있다. 최근처럼 유가가 급등해도 운송료가 연료비에 연동해 오르기에 화물 기사의 수입이 줄지 않는 구조다.

안전운임은 운송원가에 인건비·유류비·부품비 등 이윤을 추가한 운임으로 화물 노동자에겐 일종의 최저임금 역할을 한다. 이에 안전운임제를 유지·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입장이다.

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는 기름값에 직격탄을 맞으면서도 내일은 나아질까 하는 희망으로 버텨왔다”며 “하지만 기름값 상승은 멈추지 않았고 적자 운송에 하루하루 빚만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지난주 국토부와 교섭도 벌였지만 ‘정부가 일몰 폐지·제도 확대에 대한 입장조차 밝히지 않았다’며 예정대로 총파업에 돌입했다.

◆총파업 배경과 경제 영향은

최근 길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원료 공급난 심화 등으로 각종 물가가 연신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998년 3월 이후 최고치인 5.4%를 기록한 데다 치킨·자장면 등 외식물가도 이 기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연대의 총파업 선언 배경에도 이러한 물가상승과 맞물린 기름값 폭등이 자리 잡고 있다. 전국 휘발유·경유 평균가격도 이미 2000원대를 돌파했으며 경윳값만 보더라도 1년 전 1300원대보다 50%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낮은 운임으로 과로하는 상황에서 유가 상승으로 인한 손해까지 화물 기사들이 떠안을 수 없다는 것이 화물연대의 논리다.

반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이른바 ‘3고’ 상황 속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치는 경제 위기상황에서 이번 대규모 파업은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총파업 사태가 현실화하면 글로벌 공급난 여파로 발생한 국내 물류난이 더 심해지고 경기침체까지 가중시키는 ‘물류대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주유소 유가정보판에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비싸게 표시돼 있다.최근 경유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가 화물차와 택시 등 경유 차량으로 생계를 잇는 사업자들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부처는 이날 열린 경유 유가연동보조금(경유 보조금) 관련 관계부처 회의에서 보조금 지급 기준가격을 기존 리터(L) 당 1850원에서 1750원으로 100원 낮추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천지일보 2022.5.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주유소 유가정보판에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비싸게 표시돼 있다. ⓒ천지일보 2022.5.17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3일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경제위기를 비롯한 태풍의 권역에 우리나라가 들어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5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대해 “전망이 그렇게 녹록지 않다. 실로 우리 경제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이번 사태가 화물연대가 민주노총 산하 조직이라는 점에서 노사관계 형성에 대한 새 정부의 대응이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노총을 찾아 “친구가 되겠다”며 상생의 노사관계 형성에 힘을 기울이는 반면, 민주노총과는 노사관계에 있어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정부·경영계 “불법 엄정 조치”

정부는 운송거부가 확산되면 수출입 물류 차질 등 심각한 경제적 피해와 국민 생활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운송을 방해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5일 장관회의에서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 예고를 두고 “운송거부를 강행하게 된다면 물류 차질을 피할 수 없다”며 “우리 경제와 국민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새 정부는 법이 허용하는 권리 행사는 확실히 보호하지만, 법을 위반하고 무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철저하게 엄단한다는 원칙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부도 원만한 해결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협상의 여지를 남기며 국토부에게도 “화물연대의 요구 사항을 충실히 듣고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경영계도 최근 물가상승과 코로나19로 생산과 소비, 투자가 함께 감소하는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화물연대 총파업을 ‘경제와 물류를 볼모로 일방적인 주장을 관철하려는 명분 없는 집단행동’으로 보고 있다.

한국경총은 ‘안전운임제 일몰 규정 폐지’에 대해 “2018년 도입 당시 3년 일몰제로 시행하되 일몰 1년 전부터 제도 연장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전제로 했고 예정대로 논의를 진행했다”며 이들의 파업을 정당성이 없는 것으고 봤다.

여기에 더해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 금지하는 ‘정당한 사유 없는 운송거부’에 해당할 수 있어 위법의 소지도 크다고 보고 정부에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릴 것을 촉구하기까지 했다.

앞서 경제 단체장들은 당선인 신분이던 윤 대통령을 만나 “노조 불법 파업에 공권력 집행이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친기업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취임 후 약 한달 만에 예고된 첫 대규모 파업에 대한 정부 대응은 향후 노사정 관계의 방향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화물연대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2.5.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화물연대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2.5.28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