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9대 성종의 능에는 십이지신상이 새겨진 병풍석과 12칸의 난간석이 세워져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울창한 나무로 둘러진 자연조화적 배치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도심 한복판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사적 199호로 지정된 조선왕릉이 있다. 이곳은 조선 9대 성종과 부인 정현왕후, 조선 11대 중종의 능이 있어 삼릉공원(정식명칭. 선정릉)이라고도 불린다.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강남 일대 선릉역 8번 출구에서 나와 300m 걸어가면 울창한 숲을 만난다. ‘선릉’이라 불리는 조선 9대 성종과 계비 정현왕후 윤씨의 능, ‘정릉’이라 불리는 조선 11대 중종(성종과 정현왕후 사이에서 태어남)의 능이 있는 곳이다.

조선왕릉의 입지는 왕실의 권위를 드러내면서 자연의 지세를 존중하는 자연조화적 자리배치를 따랐다. 또 왕을 지키는 문ㆍ무석인은 ‘중계’인 문석인과 석마가 왕릉의 중간단에 위치하며, ‘하계’인 무석인과 석마는 아랫단에 있어 분명한 경계를 두고 있다. 석마는 문ㆍ무석인의 뒤에 위치하는 ‘말 석상(石像)’으로, 조선왕릉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선릉은 ‘동원이강릉’으로 구성됐다. 오른쪽 언덕에는 성종의 능이, 왼쪽 언덕에는 계비인 정현왕후의 능이 배치돼 있다. 성종의 능침 봉분에는 십이지신상이 새겨진 병풍석과 12칸의 난간석이 세워져 있다. 왼쪽 언덕의 정현왕후 능에는 병풍석 없이 난간만 돌려져 있다. ‘능에 병풍석을 세우지 말라’는 세조의 유언에 따라 광릉(세조의능) 이후 조성된 왕릉에는 병풍석을 세우지 않았으나, 성종의 능에는 병풍석이 설치돼 궁금증을 낳는다.

▲ 선릉의 제사를 모시는 정자각 ⓒ천지일보(뉴스천지)
선릉의 양식은 태종의 능인 ‘헌릉’을 본떠 만들어졌다. 문인석과 무인석의 얼굴은 윤곽이 굵고 사실적이지만, 몸집만 크고 입체감이 없다. 반면 왕후 능의 문ㆍ무인석은 윤곽과 조각이 섬세하고 아름답다.

성종은 1494년(성종 25) 12월 24일 38세의 나이로 승하했다. 다음 해 4월 6일에 지금의 선릉 자리로 안장됐다. 35년 후인 1530년(중종 25) 8월 22일에 성종의 계비인 정현왕후가 경복궁에서 69세의 나이로 승하했으며, 같은 해 10월 29일 지금의 자리에 예장됐다.

이후 임진왜란 때 선릉은 파헤쳐지고, 재궁이 불태워지는 수모를 겪었다. 1625년(인조 3)에는 정자각에 불이 나 수리를 했으며, 그 다음 해에는 능에도 화재가 발생하는 등 유난히 많은 변고를 겪기도 했다.

중종의 능은 성종의 능과 같이 국조오례의에 따랐다. 수호신을 상징하는 ‘석양(石羊)’과 ‘석호(石虎)’의 전체적인 자세는 선릉과 비슷하면서도 표현이 더 세부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됐다.

현재 선정릉이 있는 삼릉공원에는 여러 갈래의 숲 사잇길이 조성돼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닿고 있다. 선정릉 입구에 마련된 매표소에서 관람권(일반인 1000원)을 구입하면 당일에 한해 관람이 가능하다. 단 왕과 왕후의 능인만큼 정숙하며 관람하는 예를 갖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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