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수중 안에 있는 정관헌(靜觀軒)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다과 즐기고 연회 베풀던 곳
서구 열강 지배 단면 드러나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고종황제가 차를 마시며 연회를 즐겼던 덕수궁 정관헌(靜觀軒).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목조건축과 서양식 석조건축이 융합된 건축물로 초기 근대 서양 건축양식을 잘 보여준다.

서울시 중구 정동 덕수궁 안에 있는 정관헌은 ‘솔밭과 어우러진 옛 건축물을 고요하게 내다보는 곳’이라는 뜻이다.

▲ 정관헌 지붕의 ‘꽃을 꽂은 꽃병’ 채색 그림 ⓒ천지일보(뉴스천지)
1900년 대한제국 시절 고종은 연회를 열고 다과 등을 즐기며 음악을 감상하기 위한 공간으로 덕수궁 안에 복도식 건축물 정관헌을 지었다. 정관헌은 덕수궁 안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 건축물로 꼽힌다.

19세기 말, 본격화된 일본 및 서양세력의 진출로 정동 일대에는 일찍부터 러시아·영국·일본·미국 등의 영사관이 세워졌다. 덕수궁을 중건한 시기는 바로 강대국 세력의 영향으로 왕조의 존립마저 위태했을 무렵이다.

당시 설계자들은 외국인으로, 건축공사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조선의 전통적인 조영체제와 기술을 접목하지 않고 서구적인 방법대로 건축물을 지었다. 이것이 한국건축의 근대를 열지 못하고 피상적인 수용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정관헌은 한국 고유의 전통방식과 서양식 요소를 절충한 독특한 건물로 설계됐다. 기단 위에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운 다음 바깥 기둥으로 처마, 안 기둥으로 천장을 각각 받쳤다.

구리로 만든 난간이 기단의 동서남쪽 면에 둘러졌고 사방에 계단이 놓여졌다. 이 가운데 북쪽 계단은 벽돌로 둘러막힌 내실로 연결된다. 또 표면에는 ‘꽃을 꽂은 꽃병’을 새긴 뒤 채색하고, 식물무늬를 투각해 장식 효과를 높였다.

지붕은 안 기둥이 받쳐진 부분에만 팔작지붕을 씌우고 바깥 기둥이 받치고 있는 부분에는 지붕을 덧달았다. 정면 7칸 측면 5칸의 로마네스크식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정면과 좌·우측 발코니가 화려하고 전체적으로 이색적인 느낌이다.

한때 태조·고종·순종의 영정과 어진을 모시기도 했던 이곳에는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가 열린다.

▲ 정관헌 내부와 바깥 기둥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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