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부터 위드코로나로 종교시설 방역수칙도 대폭 완화된다. 사진은 지난해 5월 생활방역 전환 후 첫 주말을 맞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신자들이 예배를 보고 있는 모습. (출처:뉴시스)
11월부터 위드코로나로 종교시설 방역수칙도 대폭 완화된다. 사진은 지난해 5월 생활방역 전환 후 첫 주말을 맞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신자들이 예배를 보고 있는 모습. (출처:뉴시스)

종교시설 수용인원 50%까지
백신패스 도입시 인권제한無
교인 복귀 전망은 ‘부정적’ 
“교회 성경 본질 되찾아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11월부터 시작되는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종교계의 위드 코로나 풍경은 어떨지 관심이 쏠린다. 가장 큰 관심은 ‘예배 장소를 떠난 신자들이 돌아올지’다.

국내를 비롯해 세계는 코로나19로 혼란의 연속을 겪었다. 특히 종교계의 경우 코로나19 집단감염 근원으로 지목받거나 예배 방식부터 행사, 모임 참석 인원까지 제약받으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상황들이 여기저기서 발생했다. 주일예배를 온라인으로 드리는 교회가 많아졌고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여러 가지 우려들도 커지기 시작했다.

내달 1일부터 방역체계가 전면 전환되면서 종교계의 참석 인원 제한 등도 풀릴 전망이지만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약 1년 9개월만인 현재 이미 모이지 않는 습관이 들어버린 신자들이 돌아올 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란 분석이 나온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지난 25일 ‘코로나19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 공청회’에서 발표한 방역 의료분야 로드맵 1차 초안에 따르면 종교시설의 경우 정규예배 때 수용인원의 50%까지 참여할 수 있게 되고 백신 접종 완료자만 모이는 백신 패스를 도입했다면 인원 제한이 없어진다.

개신교 연합기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교총)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교청은 27일 성명을 통해 “한국교회는 코로나19 제약을 벗어나 보다 자유롭게 예배를 드리게 됐다”며 “현장예배와 일상회복은 당면한 과제다. .전국 교회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자율적인 방역지침을 마련해 시행하고 교인들과 이웃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며 세상의 희망이 되자”고 당부했다.

코로나19의 종착점이 보이기 시작하지만 어쩐 일인지 목회자들의 입에선 한숨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심각했던 신자 감소세에 코로나19가 덮친 영향으로 교인들이 더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옥성득 UCLA아시아언어문화학과 교수는 “주일예배에 안 나간 습관이 굳어지면서 주일성수(예배)가 붕괴되고 교인수 감소가 고정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러 나온 신도들이 거리두기를 하며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러 나온 신도들이 거리두기를 하며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14

코로나19 이후 부정적 전망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도 적지 않다. 목회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6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소속 목회자 891명을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 중 18%가 코로나19 종식 후 교인 수가 4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교인 수 예상 감소 폭은 1년 전 평균 20%에서 27%로 증가했다. 목회자 31%는 교인 수가 20~30% 줄 것으로 답했다. 코로나19 종식 후 출석 교인 수 예상에 대해 응답자 절반 이상(57%)이 ‘감소할 것 같다’고 답했다.

비대면 예배에 대한 일반 교인과 목회자들의 인식은 온도차를 보였다. 목회자의 73.0%가 ‘주일 예배는 반드시 교회에서 드려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교인 66.3%가 ‘온라인 또는 가정 예배로 대체할 수 있다’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인들은 온라인 예배도 진정한 예배활동이라고 인식한 반면 목회자들은 온라인 예배를 진정한 예배활동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단 것으로 읽혀질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의 한 교회에 출석 중인 김모씨는 “솔직히 말하면 온라인 예배를 드리면서 오랜만에 예배다운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봉사에 마음과 시간을 빼앗기고 육신의 피곤을 감수하던 것과 다르게 나를 돌아보고 회개하며 말씀과 기도에 집중할 수 있는 온라인 예배가 더 좋다”고 말했다.

천주교에서도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더라도 사목 요건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가톨릭 평신도 연구소인 우리신학연구소와 가톨릭신문사가 평신도, 사제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고 교회 재정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는 83.8%에 달했다. ‘신자들의 미사 참석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5.5%가 동의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2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정문 앞에 헌금함이 놓인 가운데 교회 관계자들이 길목을 지키고 있다. 관할 구청으로부터 시설 폐쇄 결정을 받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담임 전광훈 목사)는 이날 교회에서 대면예배를 진행할 수 없어 광화문 일대로 자리를 옮겨 예배를 진행했다. ⓒ천지일보 2021.8.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2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정문 앞에 헌금함이 놓인 가운데 교회 관계자들이 길목을 지키고 있다. 관할 구청으로부터 시설 폐쇄 결정을 받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담임 전광훈 목사)는 이날 교회에서 대면예배를 진행할 수 없어 광화문 일대로 자리를 옮겨 예배를 진행했다. ⓒ천지일보 2021.8.22

종교계 안팎에서는 위드 코로나 이후에도 온·오프라인 병행은 필연이라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향후 신자들이 교리, 말씀 등 종교가 갖는 영향력에 주목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김승호 영남신학대 기독교윤리학 교수는 지난해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회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열린 온라인 공동 심포지엄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예배를 드리면서 성도들은 수많은 예배와 설교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게 됐고 몇 번의 클릭만으로도 출석교회 목회자의 설교보다 비교우위의 설교를 접할 수 있게 됐다”며 “이는 질적 수준이 보장되지 않은 설교를 (성도들이) 회피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교회건강연구원장이자 삼양교회 담임인 정연철 목사는 한국교회건강연구원 주최로 열린 긴급간담회에서 코로나19 이후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오직 말씀으로 방향을 세워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할수록 우리가 쌓아 올린 종교적 바벨탑이 사상누각임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교회를 교회 되지 못하게 한 말씀 왜곡과 세상과 타협하는 한계에서 돌이키고 말씀 회복에서부터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며 교회가 성경적 본질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