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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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계속된 물가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1800조가 넘는 가계부채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했다. 지난 3월과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면서 1.20%에서 0.50%까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낮춘 후 15개월 만의 인상 단행이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 수혜주로 꼽히는 은행주들과 보험주, 증권주 등 금융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예대 마진을 타고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과 함께 채권 투자 수익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으로 인한 것이다.

반면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은행들이 신용대출을 연봉 한도까지 내주는 규제에 나서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을 했던 젊은 세대는 이자 부담이 커져 연체 증가 우려가 되고 있다. 실제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들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역효과도 예상된다.

아울러 코로나 유행으로 인해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경우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4차 대유행과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로 경기 회복 기운이 약화되고 있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고통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년 9개월 만의 금리인상


지난 2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올린 0.75%로 결정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2018년 11월(1.50→1.75%) 이후 2년 9개월(33개월) 만이다.

그간 이어진 초저금리로 시중에 많은 돈이 풀리면서 빚투, 영끌 열풍이 불어왔다. 이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1800조가 넘는 가계부채로 대내외적으로 인상이 필요하다는 무게가 실렸다. 또 집값 상승을 잡기 위해서 기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어 왔다.

따라서 금통위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 배경에는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급증 등에 따른 금융불균형 심화가 우선 꼽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인상 결정에 대해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첫발을 뗀 것”이라고 밝혀 금융불균형을 시정해야겠다는 배경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 최대 수혜주 강세


이에 따라 은행주와 보험주, 증권주까지 강세를 나타냈다. 지난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은 전 거래일 대비 500원(0.92%) 오른 5만 4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우리금융지주는 150원(1.34%) 오른 1만 1350원, BNK금융지주는 130원(1.67%) 오른 7910원 등으로 상승했다. 보험주의 경우 메리츠화재(0.95%) 삼성화재(0.43%) 등이 올랐다. 같은 시각 증권주 역시 삼성증권(2.41%) 키움증권(1.72%) 미래에셋증권(1.62%) 등이 상승 마감했다.

통상적으로 은행주와 보험주는 금리 인상 최대 수혜주로 분류된다. 금융주는 금리 인상의 효과로 이익 부문 수익에 긍정적이며, 보험사는 안전자산인 채권에 투자를 많이 하는 특성상 금리 인상 시 자산운용 수익률이 좋아져 실적이 개선된다.

반면 증권사들은 금리 인상 시 주식거래가 줄면서 실적이 나빠질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거래대금과 증시, 부동산 등의 하방압력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거래대금은 브로커리지(수수료), 증시는 브로커리지(신용공여)와 트레이딩, 부동산은 트레이딩과 IB(투자은행)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모든 사업부문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금리인상에 따른 증권주에 대한 충격이 제한적일 수도 있다.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경기회복, 즉 전반적인 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다. 금리가 오르면 보유 채권 평가손으로 일부 증권사에 부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증권주와 금리가 반비례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영끌·빛투족, 실수요자는 ‘비상 사태’


현재 금융당국은 금리인상과 별도로 별도로 폭증하는 가계빚을 잡기 위해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축소할 것을 은행과 제2금융권에 권고했다. 이에 따라 주요 시중은행들이 이를 받아들여 실제 조치에 나선 상황이다.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달부터,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9월 중으로 해당 조치에 들어간다. 저축은행들도 금융감독원의 요청에 의해 올 연말까지 연봉 이내로 대출을 제한하는 방침을 따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미 대출을 받은 이들에게는 이자 부담에 추가 대출을 받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의 하반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대비하기 위한 외국인들의 계속된 매도세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어 ‘빚투’를 했던 이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들이 필요한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실수요자가 대출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며 정책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전세자금대출과 정책모기지 대출, 집단대출은 실수요대출의 대출 총량이 늘고 있다는 부분에서 사실상 고 후보자의 취지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경제단체, 추가 기준금리 인상 우려


이러한 상황에 지난 26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논평을 통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대출 증가 완화, 부동산가격 안정, 물가 상승 억제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이해한다”고 밝혔지만 “4차 대유행과 거리두기 강화로 경기 회복 기운이 약화되고 있는 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고통이 장기화되는 점 등을 감안해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선 신중을 기해달라”고 호소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이 0.2% 수준이고, 분기별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금액도 1조 7000억원대에 불과하지만 델타변이 발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국내외 경기하강 리스크가 매우 높아 통화정책의 급격한 기조전환은 연체율 급등이라는 부작용이 초래될 소지가 있다”며 "금리를 조정하더라도 시장이 감내할 만한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아직 매출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정부와 금융계는 금리 인상의 충격이 완화될 수 있도록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금리와 자금 공급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해 일시적 자금난으로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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