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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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압박에 은행권 한도 축소

주식·주택시장 불황에 피해 가중

불법사금융 풍선효과 우려

자영업자 대출만기 재연장될까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은행권이 들썩이고 있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인해 신용대출을 연봉 한도까지만 내주는 대출 규제에 나섰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를 했던 젊은 세대에서는 이자부담이 커져 연체 증가 우려가 되고 있다. 아울러 실제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들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역효과도 예상된다.

미국의 하반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대비하기 위한 외국인들의 계속된 매도세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어 ‘빚투’를 했던 이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주택시장 또한 좋지 못해 ‘영끌’로 대출을 받은 이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약 70%가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로 받은 대출이라 대출금리가 오를 것이기에 직접적인 충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대출 부담에다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까지 같이 겪고 있어 9월 종료예정인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작년 4월 6개월간 이들의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을 유예하는 조치를 시행했고, 이후에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6개월씩 2차례 기한을 연장했다. 은행권에서 중소기업·자영업자에게 대출 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 등을 위해 지원된 규모만 총 204조 4000억원에 이른다.

아직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계속 실시되고 있는 상황이라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의 대출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 기간을 재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대해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감안해 결정하겠다”고 재연장에 무게를 뒀다.

소상공인연합회(회장 배동욱)는 “고강도의 방역조치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심각한 영업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으로, 소상공인들은 채무 악순환의 상황에 놓여 있는 처지”라며 “채무의 늪에 빠져있는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연합회는 “기준 금리 인상과는 별개로, 정부는 저금리 소상공인 정책자금의 금리 인상을 억제하고, 공급을 더욱 확대하여야 할 것”이라면서 “대출 만기 연장 방침과 이자 상환 유예 연장 등 소상공인들의 대출 이자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가시적인 대책들을 수립해줄 것”을 금융당국에 촉구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5차 재난지원금인 ‘희망회복자금’ 신청이 시작된 1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가게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1.8.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5차 재난지원금인 ‘희망회복자금’ 신청이 시작된 1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가게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1.8.17

금융당국은 금리인상과 별도로 폭증하는 가계빚을 잡기 위해 신용대출의 한도를 연봉 소득 이내로 축소할 것을 권고했고, 주요 시중은행들이 이를 받아들여 실제 조치에 나섰다.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이 이미 시행에 들어갔고, 국민, 신한, 우리은행도 9월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시중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들도 금융감독원의 요청에 의해 올 연말까지 연봉 이내로 대출을 제한하는 방침을 따르기로 했다.

이로 인해 이미 대출을 받은 이들에게는 이자 부담에 추가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빚투’와 ‘영끌’로 대출을 받았던 이들에겐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절박한 심정에 자칫 사채 등의 불법 사금융까지도 빠질 풍선효과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지나친 대출규제 조치에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워낙 저금리였기에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를 막겠다고 극단적으로 수요를 막는 건 오히려 풍선효과만 나타나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 상황에 맞춰 어느 정도 경기가 회복됐을 때 기준금리를 서서히 올리면서 대출을 잡아야 한다”면서 “또 은행들에 자율성을 주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지, 대출금액까지 정해서 따르도록 하는 것은 관치금융이나 다름이 없으며 결국 실수요자를 막는 역효과만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영끌과 빚투로 대출받은 이들이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이 워낙 좋지 않은 상황에서 큰 이자부담을 안게 됐고, 연체율은 더욱 증가할 것이고 결국에는 부도처리가 될 수도 있어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또한 신 교수는 금융당국이 은행에 가계대출 증가율을 5~6%로 억제하라고 한 총량규제에 대해서도 “총량규제를 한다는 자체가 전근대적 사고방식이다”고 강도있게 비판하면서 “이것의 근본 목적은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는 의도보단 집값을 잡겠다는 의도가 더 크다”고 의혹을 나타냈다. 이어 “0.25%p의 기준금리 인상 수준으로는 집값을 잡긴 어림도 없어 결국엔 집값도 못잡고 가계부채도 잡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고 신 교수는 지적했다.

대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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