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詩] 소 - 임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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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림

 

고삐를 잘라 버리고

고삐를 잘라 버리고

달아나거라

달아나거라

푸른 광야로

자유를 찾아

순종의 미덕을 버리고

달아나거라

 

[시평]

올해는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이다. 신축년은 흰 소라고 흔히 말한다. 육십갑자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로 이루어진다. 이 천간을 오행에 의해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으로 나눈다. 갑(甲)과 을(乙)은 청이고, 병(丙)과 정(丁)은 적이고, 무(戊)와 기(己)는 황이고, 경(庚)과 신(辛)은 백이고, 임(壬)과 계(癸)는 흑이다. 그러니 신축년은 백우(白牛), 곧 흰 소가 된다. 흰 소는 본래 우리나라의 소이다. 그러나 일제를 거치며 사라졌다고 한다. 백의민족(白衣民族)과도 그 의미가 통하는 것이리라.

소는 우직하고 또 순종적인 동물로 흔히 이야기한다. 그래서 사람만이 하늘로부터 품부(稟賦) 받은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사단(四端) 중, 소는 인(仁)을 품부 받은 동물로 이야기되곤 한다. 이러한 소는 사람에 의해, 코를 꿰뚫어 고삐를 매달아야 하고, 농사철이면 진종일 순종하며 일만 해야 했다. 이런 순종과 우직함의 모습을 지녔기 때문에 인(仁)의 미덕을 지닌 존재로 인간들에 의해 칭송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의 칭송으로 인해 평생을 고삐를 매달고 살아야 하는 소는 어느 의미에서 가엽기 그지없다. 이런 소와 같이 순종만 하고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참으로 가여운 사람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인은 고삐를 잘라 버리고, 푸른 광야로, 자유를 찾아 달아나 버리라고 주문한다. 순종의 미덕을 버리라고 주문한다. 우리 삶을 조이는 고삐와 미덕이라는 허울의 제도를 훌훌 벗어버릴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푸른 광야와 자유를 찾아 누릴 수 있는, 그러한 삶을 영위할 수 있으리라.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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