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논단] 북한 차관급들이 한국과 미국을 농단하고 있다
[통일논단] 북한 차관급들이 한국과 미국을 농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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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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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 의해 우리 국민들의 세금으로 만든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당했다. 이것은 주권침해를 넘어 사실상 ‘선전포고’가 아닌가?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북한에 친화적인 인사들로 외교안보라인을 재구성하면서 논도 없는 북한 땅에 물을 댄다고 야단법석이다. 김여정이 누구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이란 색깔만 빼면 차관급인 부부장이다. 이런 애송이가 북한 군부를 쥐고 흔들며 잠시나마 한반도에 불구름을 몰아온 것이다. 이어 4일에는 외무성 제1부상 최선희란 자가 나서 또 미국에 한바탕 ‘훈시’를 쏟아냈다. 마치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향해 유치원 선생님이 어린이를 다루듯 ‘잔소리’를 늘어놓는 모습은 정말 가관이다.

세계 강대국인 미국과 선진국 반열에 당당하게 오른 대한민국이 북한의 일개 차관급들에게 농락당하는 모습은 처량하다. 누가 이들의 간을 배 밖으로 들어내 주었는가. 다름 아닌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다. 먼저 최선의 제1부상의 담화 내용부터 짚어보자. 북한은 4일 미국 대통령선거 전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최근 집중적으로 제기되는 데 대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일언지하로 일축했다. 최선희 부상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최 부상은 “나는 사소한 오판이나 헛디딤도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하게 될 지금과 같은 예민한 때에 조미 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수뇌회담설이 여론화되는 데 대해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이룩된 정상회담 합의도 안중에 없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미국과 과연 대화나 거래가 성립될 수 있겠느냐”면서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 어떤 잔꾀를 가지고 다가오겠는가 하는 것은 굳이 만나보지 않아도 뻔하다”고 단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10월의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로 북미 정상회담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이 한국과 미국에서 나오는 데 대해 정상회담 무용론을 분명히 표명한 것이다.

최 부상은 “미국이 아직도 협상 같은 것을 가지고 우리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면서 “우리는 이미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짜놓고 있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특히 “그 누구의 국내 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를 위한 ‘이벤트’ 차원의 북미정상회담에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계속해 그는 담화에서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섣부르게 중재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3차 북미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내비친 한국 정부를 겨냥하는 듯한 발언도 빼놓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나서 중재를 하는 일마저 트집 잡으려 든다면 이는 결국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정면으로 반대한다는 의미가 아닌가. 어느 누가 나서 중재한다면 거기에 반색을 해야지 왜 트집을 잡는지 그 저의는 뻔하지 않느냐 말이다. 또 최근 북한의 움직임은 신압록강대교의 북한 쪽을 연결하고 그 주변 황금평 일대에서 간접도로를 건설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이미 중국의 품 안으로 들어가 생존하는 냉전시대의 체제유지법을 선택한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고 있다. 물론 최선희 제1부상은 그러나 미국 정부나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원색적이거나 자극적인 비난을 하지 않아 대미 메시지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은근히 미국에 대해 기대감을 내려놓지는 않은 채 한국과 미국 양 정부를 농간하는 듯한 말투를 쏟아내는 것은 대관절 북한이 정상국가로 갈 의사가 있는지, 아니면 구태의연함 그대로 생떼나 쓰며 뭘 얻어내는 식의 어젯날의 낡은 사고에서 아직 헤엄치고 있다는 면에서 실망은 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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