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천지일보 2020.7.26
ⓒ천지일보 2020.7.26

북한은 이미 1970년대 초반부터 외화 즉 달러에 의한 경제발전을 추구해 왔다. 모두 의아해할 것이다. 그 당시만 해도 사회주의권 시장인 코메콘이 분명 존재하고 중국과 소련이 북한을 후원하는데 왜 외화에 의존하는 경제발전을 모색했단 말인가. 대답은 예상 외로 간단하다. 북한은 이미 1970년대 초반에 식량 자체해결을 포기하고 이른바 자력갱생을 무시하는 등 사실상 자본주의 경제 발전으로의 이전을 시도했던 것이다. 그 주역이 김정일이라면 더욱 놀랄 것이다. 그는 나름대로 ‘김정일식 경제발전’을 시도했던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식 경제발전 모델은 김일성의 개인숭배를 버리지 못하고 스스로 세습의 굴레에 얽매이다 보니 앞으로 간 것이 아니라 뒤로 후퇴하는 비참한 결과를 가져왔다.

현재 북한은 체제재생산의 마지막 ‘고갈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즉 이것은 다시 체제를 연장시키느냐, 아니면 여기서 멈추느냐 하는 커브점의 절정기이기도 하다. 쉽게 말하자. 외화가 바닥나고 있다. 외화가 바닥나면 북한 사회주의도 바닥을 치게 된다. 오늘 북한에는 중앙은행(대표은행)을 비롯해 하나은행(통전부), 통일발전은행(경공업성), 무역은행(무역성), 대성은행(중앙당), 각 도에 중앙은행 지점들과 무역은행 지점 등 금융 시스템이 존재하고 있다. 또한 일반 내각에서 간섭할 수 없는 붉은 별 은행(제2경제) 같은 특수은행들도 존재하고 있다. 올해 3월 초부터 이런 은행들에서 개인들이 적금한 만기 적금들에 대해 통지할 때 찾아가라는 황당한 소식들을 전하고 있다고 한다.

요새 평양시를 중심으로 특히 해외 연고자들 속에서는 적지 않은 자금들을 위의 은행들에 보위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명의로 몇 만 달라 단위로 년 적금을 들어놓고 있다고 한다. 실례로 하나은행에서는 미화 10만불에 연 7% 이자로 몇 년 동안 고객유치를 해 많은 외화를 보유한 것으로 신용도나 비밀보장 모든 면에서 고객들의 평이 좋았다고 한다. 그런데 6월 초에 만기 적금을 찾으러가니 이자만 주며 원금을 연락할 때 찾아가라고 얘기 한다고 한다. 당사자들로서는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북한에서는 신흥부자들이 보위부의 눈을 돌리기 위해 현금을 여러 개의 은행에 분산해 보관하는데 현재 대성은행에서는 이자도 원금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로 경제적 타격을 입던 시기인 80년대 말 90년대 초반 북한에서는 일본 조총련에서 북한의 가족 친척들에게 보내주던 돈을 정부가 완전히 갈취하는 사건이 있었다. 일명 ‘별시계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일본에서 보내온 돈을 은행들에서 돌려주지 않아 항의하는 귀국민들을 28문화회관에 모아 놓고 헌납하라고 강요하며 참가자 모두에게 시계중심에 별이 새겨진 별시계를 수여한 사건이다. 별시계는 김일성의 명함 시계 다음으로 김정일을 상징하는 선물시계다.

바로 오늘 내각 성 기관들과 외무성, 해외파견중인 상주 성원들 속에서는 제2의 별사건이 또 일어날 조짐이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에 외화가 바닥나고 있다는 조짐은 내부에서 여러 경로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앙당 내부 소식통에 의하면 단동을 거쳐 신의주 백마원유 정재공장으로 중국에서 보내주는 원유 대금을 6개월째 북한에서 물지 못해 실무 토의차로 대표단이 평양에서 단동에 도착했다고 한다.

북한의 원유는 대북제재 이후 미국의 위성 감시로 남포, 청진, 원산항으로 유조선들이 입항하지 못하고, 공해상 밀수도 할 수 없고, 최근에 신의주 비단 섬 주변에서 밀수로 힘 있는 특수 단위들의 밀수 대부분이 원유를 단동에서 조달 받는 실정이라고 한다. 2017년 UN 안보리결정 2375호 결정 이후 북-중 국경 신의주 비단 섬 주변에서는 유조선으로 개조한 북 중 배들이 야간에 원유 밀수를 북한정부의 승인 하에 합법적으로 벌여 특수기관들에서는 폭리를 보았다고 전하고 있다. 김일성은 중국이 원유를 3개월만 주지 않으면 북한은 망한다고 했다. 그 순간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