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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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현 정부가 출범할 당시까지만 해도 남과 북은 화해와 협력으로 평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했다. 지금 생각하면 필자는 북한 전문가 자격이 없었다고 고백한다. 특히 4.27 판문점 회담을 보며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실향민과 탈북자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합시다”란 말에 일말의 기대를 걸기도 했었다. 그 당시 어떤 탈북자는 김정은의 그 말에 눈물까지 흘렸다고 자기감정을 숨기지 않고 토로했었다. 아마 필자보다 좀 더 순진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얼마 전인 지난 6월 16일, 개성공단 내에 자리잡고 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공중 분해되는 것을 바라보며 내 기대감도 한 줌의 재가 돼 날아가 버렸다.

이것은 필자의 견해만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원래 남과 북은 화해 협력은 고사하고 절대로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줄기 철길이란 것을 필자는 이번에 확신했다. 애당초 서울과 평양의 권력은 서로 다른 것이다. 서울의 여와 야 사이에도 공유가 안 되는 권력을 어떻게 남과 북한 하나로 만든단 말인가? 평양 정권은 75년이 되도록 세습으로 다져지고 또 다져진 권력인데 왜 그들이 그것을 하루아침에 포기한단 말인가. 우리 모두는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모두 시력을 교정하고 냉정하게 평화를 말하고 통일을 주절거리자. 애당초 안 될 일을 가지고 정권의 입맛에 맞게, 자기의 정책적 포지션으로 평화와 통일을 주절거리는 자들을 경멸하자.

여기에 그와 같은 철학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담화문을 참고로 인용해 본다.

“보도된 바와 같이 6월 23일에 소집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회의 예비회의에서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제기한 대남군사행동계획들을 보류하였으며 추진 중에 있던 일련의 대남행동들도 중지시키는 조치가 취해졌다. 남조선당국의 차후태도와 행동여하에 따라 북남관계전망에 대하여 점쳐볼 수 있는 이 시점에서 남조선《국방부》 장관이 기회를 틈타 체면을 세우는데 급급하며 불필요한 허세성 목소리를 내는 경박하고 우매한 행동을 한데 대하여 대단히 큰 유감을 표하지 않을 없다. 남조선 군부는 이 기회에 저들의 《대비태세》 선전에 주력하는 모습을 생심 먹고 연출해대면서 《철저한 대북감시유지》와 《대비태세강화》같은 대립적인 군사적 성격이 농후한 행동 강화 립장을 두드러지게 표명하는가 하면 우리의 행동에 대해 무턱대고 《도발》이라는 극히 자극적인 표현들을 람발하고 있다.

24일 《국회》 본청사에서 열린 그 무슨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라는 데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우리의 군사행동계획이 보류가 아닌 완전《철회》로 되여야 한다고 도가 넘는 실언을 한데 대하여 매우 경박한 처사였다는 것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인가 우리는 이번과 류사한 남조선《국방부》의 분별없는 언동을 놓고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어댄다고 평한 적이 있었다. 우리가 공식적인 대남립장 발표에서 다시 이런 험한 표현들을 쓰지 않도록 하려면 현명하게 사고하고 처신해야 할 것이다. 위협적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보류》가 《재고》로 될 때에는 재미없을 것이다. 남조선《국방부》의 때 없는 실언 탓에 북남관계에서 더 큰 위기상황이 오지 말아야 한다. 자중이 위기극복의 《열쇠》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주체109(2020)년 6월 24일.”

이게 한 줌의 쌀이 없어 헐벗고 굶주리는 인민들이 태반인 나라를 이끈다는 자들의 넋두리인가. 현 시점에서 누가 자중하고 누가 사과해야 하는가. 남북 공동의 평화를 논하던 연락사무소를 무려 500톤의 폭약을 이용해 날려버린 자들이 폭언을 일삼고 있는 북한, 우리 모두 제대로 된 관점으로 바라보자. 북한은 개성공단 내의 단지 빌딩 하나를 날린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국민을 대표하는 연락사무소 즉 우리 공관을 날려버린 것이다. 이건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도발을 자행한 김여정은 온데 간데 없고 애먼 삐라 뿌린 탈북자만 잡겠다고 날뛰는 아첨꾼들을 보며 난세의 개탄을 금할 길이 없다. 현 정권은 국민의 요구를 귀담아들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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