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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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이 분단된 이후 현 문재인 정부만큼 북한에 대해 아량과 포용을 베푼 정권이 또 있을까? 우리가 보는 한 없었다. 가장 북한 당국을 이해하고 평화와 화합의 기조위에서 민족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는 칭찬에 인색할 수 없는 정권임을 자부할 만하다. 반면 북한은 어떤가? 그 반대인 것 같다. 최근 북한의 태도가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인내심을 잃지 않고 있는 우리 정부를 향해 욕설과 비난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은 12일 탈북민의 전단 살포에 대해 엄정대응 방침을 밝힌 청와대를 향해 “믿음보다 더 의혹이 간다” “머리를 굴리며 꾸며낸 술책이 아닌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남조선 당국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다”며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 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거듭 압박했다. 북한이 우리 정부를 ‘적대관계’로 규정한 데 이어, 전단 살포에 대해 엄정대응 의지를 보인 청와대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비난을 가함에 따라 남북 관계의 긴장 국면은 더 격화되고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 장금철 부장은 김영철이 하노이 노딜 이후 통전부장에서 해임되면서 그를 대신해 임명된 노동당 간부다. 장금철 부장은 이날 ‘북남관계는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청와대는 11일 대북삐라 살포행위를 명백히 현행법에 저촉되는 행위로 규정하고 법을 위반하는 경우 엄정히 대응하며 남북 간의 모든 합의를 준수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공식발표했다”며, “지금껏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전긍긍하면서 통일부 뒤에 숨어있던 청와대가 마침내 전면에 나서서 그 무슨 대용단이라도 내리는 듯이 입장표명을 했지만 우리로서는 믿음보다 의혹이 더 간다”고 말했다.

계속해 장금철 부장은 “청와대의 입장 발표를 들어보면 속죄와 반성의 냄새도 나고 ‘엄정대응’ 의지도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청와대가 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며 꾸며낸 술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저지른 무거운 죄 값에 비하면 반성하는 태도가 너무나 가볍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장 부장은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차단 법안 추진에 대해서도 “이미 있던 법도 이제 겨우 써먹는 처지에 새로 만든다는 법은 아직까지 붙들고 앉아 뭉개고 있으니 그것이 언제 성사되어 빛을 보겠는가 하는 것”이라고 의심을 하며, “그렇게도 북남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진심으로 우려하였다면 판문점선언이 채택된 이후 지금까지 2년이 되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런 법 같은 것은 열 번 스무 번도 더 만들고 남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외무성이 또 포문을 열어 제꼈다. 북한 내각의 외무성은 13일 “비핵화의 여건은 성숙되지 않았다”라며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라고 주장했다.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지금 조미(북미) 대화가 없고 비핵화가 날아간 것은 중재자가 없어서가 아니다”라며 “굳이 그 이유를 남쪽 동네에서 즐겨 쓰는 말대로 설명한다면 비핵화를 위한 ‘여건 조성’이 안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권 국장은 최근 우리 외교부가 리선권 북한 외무상의 6.12 북미 정상회담 2주년 담화에 대해 평가한 것에 대해 “주제넘게 떠벌렸다”라며 “조미 사이의 문제와 더욱이 핵문제에 있어서 논할 신분도 안 되고 끼울 틈도, 자리도 없는 남조선 당국이 조미 대화의 재개를 운운하고 비핵화에 대해 제멋대로 해석하면서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를 치고 있는데 참 어이없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뜨물에 던져진 오이 꼭지처럼 그만큼 버림을 받았으면 이제는 제 신세를 알고도 남음이 있겠는데 중 염불 외우듯 앞, 뒤 분별없이 비핵화를 운운한다”며 “바로 1년 전에도 어울리지 않는 체모로 꼴불견스럽게 놀아대지 말고 조미 사이에서 썩 빠지라고 충고를 준 것으로 기억되는데 지금까지도 끼어들 명분을 찾아보려는 아랫동네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가긍하고 초라하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쯤되면 정말 막가자는 것이다. 막가기 시작하면 평양 정권은 1년도 가기 어렵다는 걸 제발 깨달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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