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행동 대 행동' 원칙 강조 (PG)[김민아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출처: 연합뉴스)
김여정 '행동 대 행동' 원칙 강조 (PG)[김민아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출처: 연합뉴스)

美비건 대북 메시지에 김여정 곧 담화 발표

전문가 “북미, 회담 가능성 낮아… 친서 정도”

“이해관계 맞물린 북미, 회담 나설 이유 없어”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전날(9일) ‘북미대화 촉구’ 메시지를 내놓자 다음날인 10일 북한이 즉각 답을 내놨다. 북한은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과 관련해 “무익한 일”이라면서도 미국과의 대화 재개 조건으로 ‘대북 적대 정책 철회’를 꺼내드는 등 공을 넘기는 모양새다.

물론 미국이 그런 조건을 당장 수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다 북미 양측이 ‘비핵화’라는 본질적인 문제에서 간극이 여전한 만큼 북미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북미회담 개최가) 또 모를 일이기도 하다”라고 여지를 남겨 관심이 쏠린다.

◆김여정, 올해 북미정상회담 가능성 일축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조미(북미) 사이의 심격한 대립과 풀지 못할 의견 차이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미국의 결정적인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올해 중, 그리고 앞으로도 수뇌회담(정상회담)같은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제1부부장은 “올해 북미정상회담은 미국 측에나 필요한 것이지 우리에게는 전혀 비실리적이고 무익하다”고 못을 박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 ‘홍보성 회담’에는 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렇게 김 제1부부장은 북미대화 가능성을 일단 일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대화 재개 조건 또한 제시해 관심이 집중됐다. 그는 “우리는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지 못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자면 우리의 행동과 병행해 타방의 많은 변화 즉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들이 동시에 취해져야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비핵화 조치 대 제재 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협상의 기본주제가 이제는 ‘적대시 철회 대 조미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제1부부장이 향후 북미협상 조건을 ‘비핵화 대 제재완화’가 아닌 ‘대북적대정책철회 대 북미협상 재개’로 대폭 상향 조정해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인데, 이 경우라면 북한도 그렇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양보하기는 더욱 쉽지 않다는 점에서 양측이 공히 대외적으로는 대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자’는 쪽에 방점을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말의 가능성을 배제할 순 있지만, 북미 양측이 현 시점에서 대화 의지가 있느냐는 것인데 그렇지 않아 보인다”면서 “그 근거로 미국은 3차 회담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북한을 움직일만한 카드를 내놓지 않고 있고, 북한도 미국 대선 결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보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요구하는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것이 결국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전략자산 전개 중단, 인권문제 제기 중단 등이 포함된다”면서 “북한과 대화를 갖자고 이런 정도를 양보한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나쁜 거래로 비판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상회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신 센터장은 “북한 도발 등 상황 관리 차원에서 지금까지처럼 ‘대화에 나서달라’는 등 원론적인 메시지 정도가 오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정은, 당 정치국 확대회의 열고 코로나 논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위원장이 전날 노동당 중앙위 제7기 제14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가비상방역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2020.7.3.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출처: 연합뉴스)
김정은, 당 정치국 확대회의 열고 코로나 논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위원장이 전날 노동당 중앙위 제7기 제14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가비상방역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2020.7.3.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출처: 연합뉴스)

◆‘깜짝 만남’ 가능성 등 여지 남겨

그럼에도 김 제1부부장은 “어디까지나 내 개인의 생각”이라고 선을 긋거나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라는 등 여지도 남겼다. 북미 양 정상 간의 ‘깜짝 만남’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나아가 “경제적 압박이나 군사적 위협 같은 쓸데없는 일에만 집념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위험한 행동에 나선다면 잠자는 범을 건드리는 격이 될 것이며 결과가 재미없을 것”이라는 등 엄포를 쏟아냈지만, 막말성 대미 비난만은 한층 자제했다.

이뿐 아니라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 DVD를 얻고 싶다는 개인적 소회를 밝혔다. 그는 “가능하다면 앞으로 (미국) 독립절 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데 대하여 위원장 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언급하는 등 미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기도 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통화에서 “북미관계나 남북문제는 언제든지 상황이 바뀔 수 있음을 과거에도 수차례 봐왔다”면서 “이번에도 최근의 남북관계에서와 같이 김여정 제1부부장이 ‘배드캅’ 역할로 전면에 나선 다음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을 남겨두는 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달리 신 센터장은 “김 제1부부장이 나름 여지를 두는 등 이전 담화와는 다른 면을 보이고 있지만, 북미 양측이 비핵화 문제에 대한 입장차가 큰 상황에서 정상 간 만남으로 나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나 싶다. 친서 교환 정도는 오갈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우 센터장도 “김 제1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대남관계에서 대미관계까지 관장하는 2인자의 위상을 과시한 것이 전부인 것으로 평가된다”며 “앞서 언급했듯이 이해관계가 맞물린 상황에서 양측 모두 대화에 나설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출처: 뉴시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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