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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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를 모르던 북한의 대남 ‘대적정책’이 잠깐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도발은 멈출 것 같지 않다. 작금의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의 행태는 우리에게 과연 북한에는 이른바 남조선 전문가가 있는지, 아니면 있어도 김여정의 ‘강철 리더십’ 확보 강경 칼춤 앞에 맥을 못 추는지 많은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북한에 남조선 전문가가 없다는 반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우선 첫 번째로 이번 대북삐라가 과연 대한민국 정부의 의지인지, 아니면 순수 탈북 민간단체에 의한 행동인지 북한이 왜 분별을 못 하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9.19합의 이후 전선 지역에서 합의 사항들을 충실하게 이행해 왔고 그에 앞서 대북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도 순발력 있게 중단했다. 다만 그 행동을 멈추지 않은 것은 그야말로 민간단체들이다.

그런데 김여정은 마치 불에 덴 소처럼 미쳐 날뛰고 있지 않은가. 정녕 그 내막을 몰라서 그럴까. 아니면 자신에게 분양된 후계자의 권력을 한번 휘둘러보고 싶어 발작을 일으킨 건가. 두 번째로 이번에 뿌린다고 공언하는 대남삐라를 들여다보면 정말 북한에는 제대로 된 남조선 전문가들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우리 한국 사회에서 일반 태극기 부대에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보다 더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 이른바 대남 삐라다. 그걸 보고 심리적으로 동요가 일으킬 대한민국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결국 북한의 대남 삐라는 교과서 찍을 종이가 없어 쩔쩔매는 북한의 교육 사정만 더욱 열악하게 만들 뿐이다.

그뿐인가? 우리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을 막고 있는데도 북한이 대남 전단 살포를 강행할 의지를 드러내면서, 삐라(전단)를 둘러싼 남북 갈등만 더욱 키우게 만들 것이다. 북한 주민과 군인이 대남 전단 살포를 위해 접경지역까지 진출하고 남측이 감시 및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은 20일 “우리 인민의 보복 성전은 죄악의 무리를 단죄하는 대남삐라 살포 투쟁으로 넘어갔다”면서 각지에서 대규모 살포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특히 대량 인쇄한 전단 사진을 공개하고서 “각급 대학의 청년 학생들은 북남 접경지대 개방과 진출이 승인되면 대규모의 삐라 살포 투쟁을 전개할 만단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남측을 상대로 살포할 전단을 대량으로 제작하고 있고, 승인만 떨어지면 접경지역에서 행동에 나설 계획임을 밝힌 것이다. 이에 정부는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남북이 거친 언사를 주고받는 상황에서 비방 전단 살포 행위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이날 전단 살포는 “남북 간 합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라고 강한 유감을 표하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통일부는 남측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정부 노력을 설명하고서 “북한도 더 이상의 상황 악화 조치를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북한이 물러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노동신문은 이날 ‘요사스러운 말장난을 걷어치워야 한다’란 제목의 정세론 해설을 통해 남한 정부의 최근 발언을 열거하면서 “그 어떤 요설로도 저들의 범죄적 정체를 가릴 수 없으며 북남관계의 현 상황을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미 살포할 전단의 인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개한 사진을 보면 남측 주민의 감정을 자극하려는 듯 문재인 대통령 사진이 들어간 전단 위에 담배꽁초 등이 마구 뿌려져 있다. 북한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승인을 받는 대로 접경지역에서 전단 살포를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지난 17일 “전 전선에서 대남삐라 살포에 유리한 지역(구역)들을 개방하고 우리 인민들의 대남삐라 살포투쟁을 군사적으로 철저히 보장하며 빈틈없는 안전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북한의 무리한 대남삐라 살포는 전선지역에서 우리 탈북민들이 뿌리는 삐라를 놓고 일어났던 남남갈등의 초점을 북한으로 쏠리게 만드는 결과밖에 얻을 것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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