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개종 피해 당사자‧가족 호소문-5] “할머니 아프시다 거짓말… 휴대폰 빼앗기고 도착한 곳은 섬마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강제 개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성교단의 목회자와 관계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거부하는 이들을 강제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고안한다. 그리고 이를 실행하는 이들은 프로그램의 대상자가 되는 소위 ‘이단’이라 불리는 타 교단 신도의 가족들이다. 강제 개종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이들의 말을 100% 믿어버린 가족들은 타깃이 된 대상자와는 어떤 대화도 통하지 않는다고 배운다. 그리고 대화를 거부한 채 거짓말과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해 감금하고 ‘이단 상담’이라 불리는 강제 개종을 강요한다고 피해자는 호소한다. 강압적인 강제 개종이 낳는 것은 가정 파탄이다. 이렇게 피해를 입은 이가 있다. 현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건장한 남청년의 이야기다. 다음은 동아대 재학 중인 김종철(가명) 씨의 호소문이다.

저는 작년 가을쯤에 강제 개종 프로그램에 갔다 왔습니다. 강제 개종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들어만 봤었지 다른 세계 얘기인줄만 알았는데 놀랍게도 저에게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저는 2019년 7월부터 신천지교회를 다니기 시작했었고, 부모님께서는 9월 23일경 제가 신천지교회를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사실관계를 저에게 확인도 하지 않고, 그저 인터넷의 글과 강제개종 목사의 전화에 이끌려 조용히 강제 개종 프로그램을 준비하셨습니다. 강제개종목사의 통화 내용은 ▲신천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집을 개조해 출입을 막던지, 올 수 없는 제 3의 장소를 구할 것 ▲아들을 감금장소로 의심 없이 이동시키기 위해 친족이 사고가 나서 위급하다고 할 것 ▲휴대폰을 빼앗는 방법 ▲강제개종에 동의하게 만드는 방법 등이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간 저는 아무것도 모른채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새벽 강제 개종 프로그램에 끌려갔습니다. 다음은 사건일지입니다.

새벽 6시였습니다. 자고 있던 저를 어머니께서 깨워, 외할머니께서 교통사고가 나서 위급하다고 하면서, 빨리 양산에 있는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떨린다고 눈물을 흘리시며 횡설수설 하시면서 콜택시를 부르고, 부모님과 저는 택시를 타러 집 밖으로 내려가고 있었고, 내려가니 서울에서 살고 있는 누나가 부산에 내려왔다고 해서 기다리던 도중이었습니다. 어머니는 폰을 놔두고 오셨다며, 제 폰을 달라고 해 누나와 통화를 하면서 집으로 다시 휴대폰을 찾으러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제 휴대폰을 실수로 두고 온 것처럼 하고, 저는 폰을 뺏긴 채로 그대로 택시를 타고 이동을 했습니다. 택시는 달려서 어딘가로 가고 있었습니다. 외할머니가 계시는 병원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택시는 달려서 주변에 논밭이 있고, 어느 외진 곳에 있는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후에 알았지만 그곳은 섬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너무나도 놀랐고 별로 정신이 없어서 외할머니가 이곳으로 오시는가보다 하고 의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니 본가에서 쓰던 살림살이들이 많이 있었는데 거실과 방 하나가 딸려 있는 작은 집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언제 오시는 거예요?” 아버지께 여쭤보니 “여기 와서 앉아봐라”라고 하셨고, 그제서야 저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누나에게 폰 좀 빌려달라 잠시 확인해 볼 것이 있다 했는데, 누나는 “왜, 뭐하려고” 하며 폰을 달라고 해도 절대 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일단 가족들과 대화를 해보려고 했습니다. 무슨 일 때문에 왔는지 알 것 같았고 신천지 교회에 간 경위와 신천지에 대해 설명을 드렸습니다. 지금 부모님께서 하시려는 것은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감금이다, 나가서 얘기를 해보자, 했으나 가족들의 요구는 (개종)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족들은 “안 받으면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있겠다”라고 했고, 저는 상담을 받으려면 감금된 장소가 아니라 개방된 장소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당시 몸이 아팠던 저는 병원을 좀 보내달라고 했으나 약을 퀵 배달로 배달시키는 것을 봤습니다.

이후에 탈출시도를 한 번 했으나 부모님과 누나에게 팔다리를 다 잡히고 제압을 당했습니다. 도저히 보내줄 것 같지 않아서 상담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그 대신 상담을 받으면 집으로 보내달라고 했고, 오전 안에 끝내달라고 하는 조건으로, 누나가 (개종 담당) 전도사에게 연락을 했고, 다음 날 아침으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아침이 되자 10시경 전도사라는 사람이 와서 가족들이 옆에 있는 가운데서 강제 개종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14시까지 해서 4시간 동안 쉬지도 않고 준비해온 자료들로 저를 괴롭혔고, 점심을 먹을 때쯤에야 저는 쉴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가족과 전도사와 함께 먹으면서, 그 전도사가 하는 말은 부모님과 약속했던 그 약속과는 달랐습니다. 오늘은 17시까지 3시간을 더 해야 된다고 했습니다. 또 최소 일주일 월화수목금을 수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몸이 너무 좋지 않은 상태였고, 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세뇌교육을 받고 너무 힘들어서 진짜 마지막으로 부탁인데 병원을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전도사와 그 사주를 받은 부모님께서는 절대 보내주지를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가족이 밥을 먹고 경계가 낮은 틈을 타고 문을 박차고 탈출했고, 몇몇 분들의 도움으로 겨우 그 섬을 탈출했습니다.

그 이후 며칠간 저는 집을 나와 생활했습니다. 후에 알 게 된 것은 가족들도 저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의견이 분분하다가 싸우고, 어머니도 집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셨다는 것입니다.

저희 가족에게 상처만 주고 도저히 남는 것이 없었던 강제 개종 프로그램은 그렇게 마무리가 됐으나 집에서는 부모님과 예전의 화목했던 그 분위기는 사라지고 조금 불편하고 어색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이 일을 겪으면서 먼저는 할머니가 아프시다고 하면 믿지 못할 것 같고, 그때 그 일이 생각나는 등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강제개종 목사의 수법은 너무나도 악랄합니다.

보이스 피싱처럼 가족이 아프다는 그런 공갈을 쳐서 판단력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그 감금된 장소에서 탈출한 이후 가출하셨다 돌아오셨고, 아버지는 혼자 집에 계시고, 누나도 당시 일을 휴직하고 나왔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이 피해에 대해 보상을 해주지 않습니다.

저는 이 일로 인해서 저희 가족들을 미워할 때도 있었지만, 결국은 강제개종 목사들의 돈벌이 때문에 우리 가족이 이렇게 씻을 수 없는 아픈 기억을 갖게 된 것이 너무나도 속상합니다.

그 당시의 저는 알 수 없는 섬에 무방비 상태로 끌려갔었고, 무슨 일이 일어날까 너무나 무서웠었고, 2020년 이 시대에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끔찍합니다. 저는 다행히 이틀 만에 탈출해서 이렇게 그래도 멀쩡하게 생활하며 살고 있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어느 곳에서 이런 강제 개종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돈벌이를 위한 사업이 벌어지고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저와 같은, 또 강제개종사업으로 목숨을 잃은 故 구지인 자매님과 같은 일들이 더 이상 이 땅에서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