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개종’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우리사회에 이슈화 된 것은 2008년 진용식 목사가 ‘개종을 목적으로 정백향씨를 정신병원에 감금한 사건’ 때문에 법원으로부터 철퇴를 맞으면서부터다.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소속으로 이단상담소장을 맡고 있었던 진 목사는 정씨의 종교를 포함해 기성교회에서 소위 ‘이단’으로 규정된 곳에 출석하는 신도들을 대상으로 강제개종을 진행했고, 이후 강제개종 사례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초기 목사들이 직접 나서서 강제개종을 진행했지만 현재는 그 수법이 달라졌다. 먼저 강제개종 목사들은 표적이 되는 신도의 가족에게 먼저 신도가 다니는 교단에 대한 비방으로 공포감과 불안감을 자극한다. 그리고 이들은 사랑하는 자녀나 아내, 부모가 이단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납치‧감금‧폭력 등 불법 행위로 점철된 개종 프로그램은 가족을 살리기 위한 ‘지푸라기’가 된다. 이같은 이간질에 21세기 종교의 자유가 인정되는 대한민국에서 강제개종은 아직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본지는 강제개종으로 인해 인권이 침해되고 억압을 받으면서도 하소연 할 곳조차 없는 피해자와 가족들의 눈물 섞인 호소를 연재하고자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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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말 다녀온 ‘생지옥’
개종 목사의 ‘비방’ 믿어버린 부모
개종 강요하며 경제적 지원 끊어
집에서 쫒겨나 빈곤에 강제휴학

 

돌변한 가족, 납치‧감금‧폭언도
원룸엔 번호도어락 대신 자물쇠
인신공격‧비방에 참여 거부하자
“몇년 몇 개월이고 여기서 살자”

 

방충망 틈에 구조요청 쪽지 날려
출동한 경찰에 간신히 구조돼
“개종 목사에 세뇌당한 부모님
생계 뒤로하고 폭언‧욕설 시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김솔비(26, 여)씨는 기성교회에서 만든 ‘이단프레임’과 ‘강제개종’의 희생양이 됐다. 부모를 앞세워 납치‧감금 등 강제적인 수단이 동원됐고, 개종 프로그램을 거부하자 가족들의 욕설‧폭언 등 억압도 이뤄졌다. 믿고 사랑했던 가족이 개종 목사들의 이간질에 일순간 돌변한 상황에서 김씨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게 됐다. 다음은 김씨가 직접 작성한 경험담이다.

(출처: 게티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저는 부산에 사는 김솔비입니다.

제가 신천지교회 신앙을 하고 가족이 그것을 알게 된 이후 부모님께서 원치 않는 신앙을 하는 이유로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부모님께서는 저 몰래 강제개종목사를 만나 상담을 받으며 강제개종을 준비하셨고 지난해 1월과 11월 두 차례의 원치 않는 개종 프로그램을 강요하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휴대폰을 빼앗기고 원룸에 갇혀 개종을 강요받았고, 강제휴학과 휴직을 당하고 집에서 쫓겨나는 등의 피해를 겪었습니다.

지난해 11월 29일 저는 직장을 마치고 가족들과 함께 할머니의 고향에 1박 2일로 여행을 갔고, 그 다음 날인 30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잠들었다가 깨어보니 휴대폰이 없었습니다.

본가 집 주차장에 도착해 오빠와 어머니가 차 안에서 저의 휴대폰을 찾아주는 척하며 제 양 옆에 앉았는데, 아버지는 새언니가 오빠의 생일을 미리 준비하러 간다고 하여 새언니만 내려주고 난 이후, 오빠의 생일파티를 하러 가야 된다고 하면서 오빠와 어머니, 그리고 저를 데리고 다시 차를 운전하여 해운대로 이동했습니다.

아버지가 차를 운전해 도착한 곳은 해운대구 좌동이었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원룸이었습니다. 오빠는 저를 원룸에 남겨둔 채로 그냥 가버렸고, 부모님은 저에게 개종을 강요했습니다. 그 원룸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곳이었습니다. 원룸에 들어가자마자 부모님은 문을 닫고 비밀번호 도어락 건전지를 빼놓았고, 도어락 밑에 미리 설치해 놓았던 자물쇠로 문을 잠궜습니다. 이후 도어락 건전지와 자물쇠 열쇠는 비밀번호로 잠금되는 캐리어에 넣어두었습니다. 결국 그 원룸은 열쇠가 없으면 안팎에서 문을 열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창문도 반쯤만 열리는 구조였습니다. 심지어 원룸 안의 인터폰은 빼놓았을뿐만 아니라, 함께 있던 부모님은 당신들의 휴대폰을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하고 곧바로 비밀번호로 잠기는 캐리어에 숨겨 놓았습니다.

또한 원룸 안에는 미리 큰 캐리어 2개와 먹을 것, 생필품들을 준비해두셨습니다. 그리고 등을 기댈 수 있는 사무용 의자가 준비돼 있었는데, 이는 강제개종을 하는 사람이 부모님에게 자신이 앉을 편한 의자를 준비해달라고 해서 부모님이 직접 준비했다고 제게 말해줬습니다.

부모님은 저와 함께 원룸에 들어온 후 제게 개종 프로그램을 받을 것을 강요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인신공격과 비방, 개종을 강요하는 그 프로그램을 거부했고, 이에 부모님은 제게 그 프로그램을 받을 때까지 원룸에서 절대 못나간다고 협박하셨습니다. ‘거부하면 몇 개월이고 몇 년이고 여기서 살자’고 하시며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하셨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스스로 개종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계속 강요했고, 저는 이런 비정상적인 방법은 아니라며 차라리 직접 그 사람을 만나러 가겠다고 했습니다. 부모님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제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님은 점점 이성을 잃어가셨고, 저는 그 모습이 무서웠습니다.

저는 앞서서 1월에 부모님이 개종목사(황00)의 말을 같이 들으면서 더 악하게 변해가는 것을 보았었고, 개종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으면 절대 이 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같이 듣지 않고 제가 혼자 듣는 조건으로 듣겠다고 부모님에게 말했습니다. 그제서야 아버지가 개종목사에게 연락해 이런 상황을 알렸습니다.

원룸에 갇힌 뒤 저는 여러 번의 탈출을 시도했었습니다. 부모님이 주무실 때나 샤워하실 때에 기회를 엿보고 실핀으로 자물쇠를 열려고 시도하기도 하였으나 실패했습니다. 어느날 원룸의 보일러가 고장났고 부모님은 수리기사를 부르셨습니다. 수리기사가 보일러의 수리를 끝내고 나가려고 할 때에 이때다 싶어서 저는 뛰어가 그 수리공의 팔을 붙잡았고, 그 수리공에게 ‘갇혀있으니 여기서 나가게해달라’고 소리쳤으나 아버지의 손에 입이 틀어막혀 제압당했고, 아버지는 저에게 재차 ‘죽고 싶냐’는 폭언을 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어머니는 그 수리기사를 데리고 나가 입단속을 시켰습니다.

그러던 중 달이 바뀌어 12월 8일 가스배선 쪽에 적혀 있는 원룸 주소를 발견했고, 말린 물티슈에 화장품 아이브로우로 SOS메세지를 적어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아버지가 화장실에 들어갈 때 창문 방충망을 뜯었고 그 틈으로 SOS 메세지를 창문 밖으로 날렸으나, 이후 아무런 소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다음 날 오전에 아버지가 샤워하실 때 다시 한번 SOS 메세지를 적어 뜯어놓은 방충망을 통해 SOS 메세지를 창문 밖으로 날렸는데, 이후 15분 정도가 지나서 원룸 건물의 경비로 생각되는 사람이 문을 두드리며 안부를 물었고 아버지는 문 너머로 아무일 없다고 경비에게 얘기했습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아버지는 잠시 후 캐리어에 숨겨놓은 휴대폰을 꺼내 확인을 한 후, 갑자기 잠옷 차림이었던 제게 겉옷을 입고 신발을 신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선 제 입을 틀어막고 데리고 나가 지하주차장 6층까지 계단으로 내려갔습니다.

아버지는 주차장과 계단 사이 공간에 숨어서 어머니에게 전화로 간사님을 데리고 차를 운전해서 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기다리던 중에, 아버지는 ‘원룸 3개월을 예약했는데 다른 데 다시 알아봐야겠다. 여기서 너를 뺏기게 된다고 해도 시위를 나가서 너를 교회에서 제명되게 만들 것이다’라고 협박했습니다.

그때 아버지는 누가 계단으로 내려오는 걸 아시고는 주차장과 계단 사이의 공간에서 나왔는데, 갑자기 저의 입을 틀어막고 주차장 구석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그 모습을 경찰이 발견했고, 저는 경찰에게 직장도 못간채 원룸에 갇혀 있었다는 상황을 얘기하면서 아버지와 격리시켜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결국 저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해운대경찰서로 이동해 여성청소년계에서 그동안 있었던 강제개종 상황을 이야기했고, 경찰은 저를 임시보호소로 데려다줬습니다.

사실 이러한 일들은 저희 부모님 자의로만 계획한 것이 아닙니다. 저뿐만 아니라 똑같은 패턴의 더욱 악랄하고 강제적인 방법으로 개종(장로교 세뇌)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개종목사에게 상담을 받으며 개종목사가 가족을 사주해 장로교 세뇌를 받게 하기 위해 자식을 납치하게 하고, 감금시키게 하고, 개종을 강요하게 합니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회심교육, 이단상담이라며 거룩한 척을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강제개종 목사들이 처벌이 되지 않은 이유는 죄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가족을 방패로 삼아 법적인 처벌을 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더욱 억울한 것은 이러한 일들이 마치 신천지에서 자행하고 있다는 듯 왜곡해 기독교 언론에서는 악의적인 방송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신천지가 범죄집단으로 알려져 왔고, 한쪽 편의 이야기만 의도적이고 자극적으로 내보내는 언론, 방송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입니다.

저 또한 부모님과 함께 사는 저희 집에서 새벽에 갑자기 쫓겨나 경제적 지원이 끊기게 되면서 강제휴학을 하게된 적도 있었고, 현관문 비밀번호가 바뀌고, 현관 문고리가 걸려 있어 집에 들어갈 수 없게 됐지만 부모님과 다른 부모님들(강제개종에 실패한 부모님들)은 “집 나간 자식 돌려보내달라”는 거짓된 내용으로 시위와 인터뷰를 해 기사와 온라인에 올려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저는 강제개종으로 인해 원룸에 갇혀있던 일을 생각할 때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또 아무도 모르게 원룸에 갇힐 것 같은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또 그때처럼 부모님의 폭언 속에 서로 실랑이하던 일들이 악몽으로 나타나기도하며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개종목사에게 세뇌를 당한 부모님은 다른 사람이 되신 듯 직장도 마다하고 매일 추운 날씨에 시위를 하며, 따뜻했던 말이 아닌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과 욕설을 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변해버린 부모님의 모습을 보는 것이 저는 가장 괴롭고 마음이 아픕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 돌이키고자 했던 선택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그런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이용해서 가족에게 납치감금 등 범죄를 합당한 일인듯 하도록 사주하는 강제개종 목사의 악행에 화가 납니다.

이제는 부디 강제개종 목사의 악행이 세상에 알려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들이 개신교 목사이고, 저는 신천지 교인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양쪽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알아보려 하지도 않고 저를 욕합니다.

그러나 종교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또한 전통이 있다고 하는 개신교계의 목사(이단상담소장)들에 대해 ‘강제개종목사’라는 명칭이 붙은 것을 생각해 보면 한번쯤 그들의 행위가 어떠한지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이들의 악랄한 강제개종 사주의 수법이 드러나 더 이상 가족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강제개종사업이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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