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삼국지] 왕윤의 죽음 1
[다시 읽는 삼국지] 왕윤의 죽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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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윤 소설가

 

동탁이 죽고 왕윤은 온 나라에 대사령을 내려 감옥의 죄수들을 방면했다. 양주 섬서로 달아났던 동탁의 부하 장수 이각 외 세 사람은 황제에게 상표를 올려 사면을 청했으나 왕윤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형편이 불리해진 이각 외 동탁의 부하 장수들은 유언비어로 왕윤이 섬서 백성들을 모두 죽이려 한다며 군사를 모집했다.

불안에 떨던 섬서 백성들은 이각의 수(帥) 자의 깃발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모여든 군사들은 10만명이 넘었다. 이각의 무리는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이각은 10만여 명의 큰 군사들을 교련한 뒤 네 길로 나누어 장안으로 쳐들어갔다.

때마침 동탁의 사위 우보가 장인의 원수를 갚기 위해 5천 병마를 거느리고 장안으로 향하는 군사와 합세를 하게 됐다. 이각은 동탁의 사위 우보를 전구(前驅)로 삼고 그 뒤에는 네 명의 대장이 대군을 휘동해 풍우같이 내달렸다. 섬서의 서량 군사가 동탁의 원수를 갚는다고 선언한 뒤 호호탕탕 쳐들어온다는 소식은 번개 같이 왕윤한테 보고됐다. 왕윤은 여포를 청해 의논했다. “이각의 무리가 섬서의 서량병사를 거느리고 동탁의 사위 우보와 합세해 장안으로 쳐들어온다 하니 어찌하면 좋은가?”

여포는 태연히 대답했다. “사도는 방심하십시오. 이각, 번조 따위는 쥐새끼 같은 무리입니다. 병사의 수로 따질 것이 없습니다.”

여포는 말을 끝내자 이숙과 함께 군사를 이끌고 말을 달려 이각의 무리와 만났다. 이숙이 먼저 동탁의 사위 우보와 마주쳤다. 이숙은 우보와 한바탕 격전을 벌리자 우보는 이숙을 당해 낼 적수가 아니었다. 우보는 군사를 물려 달아나 버렸다.

이숙은 우보를 물리친 후에 교만해 밤에 군사들에게 별다른 경계의 주의를 주지 않았다.

밤 이경쯤에 우보는 이숙의 군사들이 경계를 풀고 곤히 잠들어 있는 틈을 타서 기습공격을 했다. 아무런 방비도 없던 이숙의 군사들은 불의의 습격을 당하자 서로를 짓밟고 잠결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숙의 병사들은 우보의 군사들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이숙은 군사들을 거의 절반이나 잃은 후에 30리 밖으로 쫓겨 달아났다. 패군지장이 된 이숙은 황황히 여포를 찾아와 사실을 고했다. 여포는 대로했다. “에이, 천하에 죽일 놈이구나. 너는 어찌해서 내 군사의 예기를 꺾었느냐?”

여포는 큰 소리로 이숙을 꾸짖은 후에 군법 시행의 명령을 내렸다. “이숙의 목을 베어 군문에 달아 모든 장수들을 경계케 하라!”

이숙의 머리는 마침내 떨어져 군사들이 바라보는 성문 위에 높이 효수됐다.

이튿날 여포는 군사를 친히 거느려 나가니 우보쯤이 천하 맹장인 여포를 당해낼 리가 만무했다. 한 번 싸움에 패전하자 그는 그대로 달아나 버렸다. 그날 밤 우보는 심복 호적아를 불러 의논했다.

“여포는 효용이 절륜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적할 도리가 없다. 우리는 이각 모르게 금은보화를 훔쳐 친밀한 사람 네댓 명만 데리고 달아나는 것이 어떤가?” 호적아가 좋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날 밤 호적아는 이각의 진중으로 들어가서 금은보화를 있는 대로 훔쳐 가지고 우보에게 바쳤다.

우보와 호적아는 심복 네 사람을 데리고 이각의 진을 벗어나 달아나기 시작했다. 얼마를 가니 냇물이 가로 놓여 있었다. 우보는 부하들과 월천을 하려고 냇가에서 바지를 걷고 짐을 추리고 있을 때 호적아의 마음이 묘하게 흔들렸다. ‘저놈 우보란 놈을 죽여 버리면 금은보화는 모두 다 내 차지가 된다. 그리고 우보의 목을 가지고 여포한테로 가면 나는 상을 받고 또 좋은 벼슬도 할 것이다.’

호적아는 그렇게 생각하자 기분이 우쭐해졌다. 그는 우보의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우보는 호적아의 흉계를 모른 채 금은보화를 보따리에 꽉꽉 눌러서 묶고 있었다. 그가 정신없이 금은보화 챙기기에 급급해 있을 때 등 뒤에서 호적아가 칼을 빼어 단칼에 우보의 목을 갈겼다. 우보는 외마디 비명도 질러 보지도 못하고 목이 떨어졌다. 동행하던 우보의 심복들은 깜짝 놀랐다. 호적아는 눈을 부릅뜬 채 외쳤다. “우리는 여포한테로 가야 한다. 역적 동탁의 사위를 도울 까닭이 없다. 어느 놈이든지 반대를 하는 자는 우보의 꼴이 될 것이다!”

일행은 아무 대꾸도 없이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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