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반란군 수괴 이각과 곽사는 왕윤을 죽인 뒤에도 대궐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물러가지 않았다. 황제가 조칙을 내려 그 이유를 물었다. 그들은 황실에 공을 세웠는데도 벼슬을 내리지 않아서 그렇다고 답했다. 황제는 그들의 소원대로 벼슬을 내리자 비로소 반란군들은 군대를 철수해 물러갔다.

반란군들은 동탁의 머리와 시체를 찾았다. 그동안에 해골은 부서지고 껍질은 흩어졌다. 이각은 부서진 해골 몇 조각을 얻었다. 향나무로 깎아서 형체를 만들어 부서진 해골에 맞춘 후에 임금의 의관과 관곽을 만들어 크게 제사를 지내고 길일을 가려서 미오에 안장하려 했다. 장례식을 치르는 날 하관 때에 하늘에서 동이 같은 불덩이가 굴러 내려와 와지끈하고 동탁의 관을 때렸다. 관은 뻐개지며 동탁의 시체가 관 밖으로 튀어 나왔다. 이각은 날이 개기를 기다려서 다시 관을 만들어 밤에 장사를 지내려 했다. 그러나 또 다시 천둥 벽력이 치면서 장사를 치를 수 없었다. 세 번째 관을 바꾸고 다시 장례를 치르려 했을 때 다시 벼락이 관을 때리면서 마침내 불이 일어났다. 나무로 깎아 만든 동탁의 시신은 모조리 태워져 버렸다.

동탁이 처음 죽었을 때 사람들이 동탁의 배꼽을 도려내어 심지를 꼽아 등불을 켰었다. 이것은 인화(人火)요. 하늘이 동탁의 나무 시신을 태운 것은 천화(天火)라 할 수 있었다. 사람과 하늘이 다 함께 동탁을 미워해 이같이 천벌과 인벌을 준 것이다.

이각과 곽사는 대권을 잡은 뒤에 백성을 학대하고 황제를 위협했다. 심복이 좌우에 있어 동정을 살피니 황제는 가시덤불 속에 빠진 몸이었다.

이각이 인심을 수습하려 하여 주전을 불러서 태복(太僕)을 삼은 후에 조정 일을 통솔하게 했다. 그때 황제의 측근에는 시중 마우, 간의 대부 충소, 좌중랑장 유범 이 세 사람이 있었다. 세 사람은 서로 모여 의논하고 가만히 황제께 아뢰었다. “반란을 일으킨 이각, 곽사 무리를 하루바삐 제거시켜야 되겠습니다. 지방의 제후를 움직여 근왕병을 일으켜 역적의 무리를 토벌하게 하심이 가한 줄 압니다.”

“어떤 제후에게 구원을 청하는 것이 좋겠는가?”

“서량 태수 마등과 병주 자사 한수는 모두가 효용이 절륜할 뿐만 아니라 수하에 날랜 군사들이 수십만이 있습니다. 이 두 사람에게 밀조를 내려 반적을 토벌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헌제는 크게 기뻤다. 서량 태수 마등에게 정서 장군을 제수하고 병주 자사 한수에게 진서 장군의 칭호를 내린 뒤에 시급히 반적을 토벌하라는 비밀 조서를 내렸다. 마등과 한수는 밀조를 받은 뒤에 서로 연락을 취하고 군사 10만명을 인솔하고 장안으로 향해 쳐들어가면서 반도들을 토벌할 것을 성언했다.

이각, 곽사는 급보를 받자 장제 번조를 청해서 의논했다. “어떻게 하면 마등과 한수를 단번에 요절을 낼 수 있겠는가?”

모사 가후가 나섰다. “서량과 병주 군사들은 먼 곳에서 왔습니다. 성을 높이 쌓고 못을 깊이 파서 굳게 지키기만 하면 백 일을 지나지 못해서 양식이 떨어질 것이니 저들은 스스로 물러나고 말 것입니다. 그때 가서 추격을 한다면 마등, 한수는 산채로 잡을 것입니다.”

그 말에 이몽과 왕방이 참견을 했다. “모사 가후의 계책은 좋은 계책이 아닙니다. 저희들에게 정병 만 명만 주신다면 마등과 한수의 목을 휘하에 바치겠습니다.”

모사 가후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지금 곧 싸운다면 곧 패하고 말 것일세. 불가한 일이야.”

이몽과 왕방이 동시에 외쳤다. “만약 우리가 패전을 한다면 가 모사는 우리의 목을 베시오! 그렇지 않고 우리가 승전한다면 가 모사의 목을 우리가 자르겠소.”

모사 가후는 이각에게 말했다. “두 장군이 정 싸우겠다면 장안 서편 이백 리 밖에 있는 주질산은 길이 매우 험준합니다. 장, 번 두 장군을 보내시어 이곳에 군사를 주둔시킨 후에 적을 맞아 싸우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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