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동탁을 처형해 저자에 내동댕이친 문무백관들이 축하주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시중 벼슬을 한 채옹이 동탁의 시체 앞에서 통곡한다는 보고를 받은 왕윤은 그를 잡아들여 크게 꾸짖었다. 채옹은 동탁이 역적은 분명하나 자신을 알아준 은인이라 개인적으로 조문한 것이라 했다. 여러 사람이 채옹을 옹호했으나 왕윤은 달랐다.

결국 왕윤은 채옹을 옥에 가두어 목매어 죽게 하라는 명을 내렸다. 그를 옹호하던 마일제는 조용히 물러났다. 그는 여러 사람을 향해 가만히 탄식을 했다.

“왕 사도는 뒤가 없겠소이다. 착한 사람은 나라의 기강이요, 글을 짓는 제작(制作)은 국가의 전고(典考)가 되는 것입니다. 채옹은 악인이 아니라 선인이고 나라의 전고인데 이제 멸기폐전이 됐으니 왕 사도의 운명이 어찌 오래 지탱할 수 있겠소.”

백관들은 모두 마일제의 말을 옳게 생각했다.

채옹이 죽었다는 말이 퍼지니 세상의 사대부들은 듣는 사람마다 눈물을 뿌렸다. 뒷사람들은 채옹이 동탁을 곡해 눈물을 흘린 일이 너무나 사정에 끌린 일이라 잘한 행동이라 찬양할 수 없지만 왕윤이 그를 죽게 한 것은 너무 지나친 일이라고 정평을 내렸다.

왕윤은 동탁을 제거시킨 뒤에 천하에 대사령을 내려서 모든 죄인들을 옥에서 풀어 놓았다. 이때 이각, 곽사, 장조, 번조 등 동탁의 장수들은 미오를 지키던 군사들을 이끌고 양주의 섬서로 도피해 있다가 대사령을 내렸다는 소문을 듣자 장안으로 사람을 보내 황제께 상표해 목숨을 구했다.

- 저희 네 사람은 비록 동탁의 부하였지만 윗사람의 명령에 복종했을 뿐 다른 죄는 없습니다. 목숨을 살려 주신다면 견마의 충성을 다해 국운에 보답하겠습니다. -

상표를 받은 왕윤은 글을 가지고 온 사자를 불렀다. “지금 천하에 대사령을 내렸으나 이각, 곽사, 장제, 번조 네 사람은 조걸위학(助桀爲虐)한 자들이다. 동탁이 역적질을 하고 악한 일을 한 것은 모두 다 네 사람으로 인해 그리 된 것이다. 다른 사람은 다 놓아주어도 네 사람은 대사령에 참예시킬 수 없다!”

왕윤은 단호하게 네 사람의 항복을 거부해 버렸다. 사자는 섬서로 돌아가 그 뜻을 전했다. 보고를 받은 이각은 여러 장수들을 모아 놓고 탄식을 했다. “대사령이 내렸다 하기에 우리도 그 무리에 넣어 달라고 표문을 올렸으나 조정에서는 사하지 못하겠다고 하니 우리는 이제 구명도생을 해서 제각기 흩어지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이각의 탄식하는 말을 듣고 모사 가후가 말을 꺼냈다. “여러분이 만약 군사를 버리고 뿔뿔이 흩어져 구명도생을 해서 달아난다면 동리의 이장이나 동장 따위도 당신들을 묶어서 잡아갈 것입니다. 그러하니 우리는 동태사의 원수를 갚고, 천하를 바로잡는다고 선언을 한 후에 섬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본부 군마를 거느려 장안으로 무찔러 들어가서 이기면 우리의 천하가 되고 패해도 밑질 것은 없습니다. 그때 도망쳐도 늦지 않습니다.”

이각 이하 모든 장수들은 모사 가후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가후의 계책대로 합시다.”

이각이 결정을 내리자 가후가 또 다시 꾀를 내었다. “동탁을 죽인 왕윤이 군사를 일으켜서 섬서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려 쳐들어온다고 소문을 내십시오. 그렇게 소문을 내면 섬서 사람들은 모두 다 우리 편이 됩니다.”

네 장수는 모두 손뼉을 쳐서 가후의 계책이 묘하다고 찬성을 했다. 가후는 군사들을 시켜서 뜬소문을 퍼뜨렸다.

“동탁을 죽인 왕윤이 섬서 백성들을 모조리 죽이려고 쳐들어온다.” 그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섬서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모두 다 몰살이 된다며 그 소문을 믿었다.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거리마다 집집마다 떠돌았다. 섬서는 불안과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그 심리를 이용해 이각의 무리는 군사를 모집했다.

“섬서 백성들은 왕윤한테 그대로 개죽음을 당해서는 아니 된다. 우리를 따르겠느냐, 그렇지 않으면 왕 사도에게 개죽음을 당할 테냐? 우리 편이 될 사람은 모두 깃발 앞으로 모여라!”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