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삼국지] 동탁의 죽음 3
[다시 읽는 삼국지] 동탁의 죽음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종윤 소설가

 

기도위 이숙의 감언이설에 속아 황제의 선위를 받기 위해 동탁은 늙은 어미와 부하들에게도 작별을 했다. 자신이 황제가 된 다음 바로 데려와 귀비로 삼겠다며 초선에게도 작별하고 길을 떠났다. 그가 수레를 타고 30여리쯤 갔을 때 갑자기 수레바퀴가 큰 소리를 내며 주저앉았다. 그가 또 10여리쯤 가자 갈아 탄 말이 별안간 놀라 뛰는 바람에 고삐가 끊어지고 재갈이 벗겨지자 동탁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수레바퀴가 부서지고 말고삐가 끊어졌으니, 이것은 무슨 조짐인가?”

이숙에게 동탁이 묻자 그는 태연히 대답했다.

“태사께서 한(漢)의 기업(基業)을 선위해 받게 되시니, 옛 것을 버리고 새것으로 바꾸는 기구환신하는 일을 예시하는 것입니다. 장차 옥련금안으로 바꾸어 타실 징조입니다.”

이숙의 능란한 구변에 동탁은 그럴 듯한 말이라 생각하며 안심을 했다. 일행은 장안을 향해 계속 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홀연히 광풍이 크게 일어나면서 시커먼 안개가 하늘과 땅을 덮어 천지가 자욱했다. 동탁은 불안해 다시 이숙에게 물었다.

“이건 또 무슨 조짐인가?”

“주공께서 천자 위에 오르시게 되니 용이 발동한 것입니다. 하늘에 오르면서 검은 기운과 붉은 안개를 뿜어서 천위를 장엄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숙의 능란한 대답에 동탁은 또 속아 넘어갔다. 어깨가 으쓱해진 그는 기분이 좋아 그저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 드디어 장안성 밖에 당도하니 백관들이 나와 영접을 했다. 다만 이유만이 병이 났다며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동탁이 승상부에 이르니 여포가 들어가 치하를 했다.

“황제께서 아버지께 선위를 하신다고 하니 이런 경사가 없습니다.”

“내가 천자 위에 오르면 너는 당연히 천하의 병마를 총독하리라.”

여포는 황감하다며 절하고 사례한 뒤 장전(帳前)에서 밤을 지냈다.

그날 밤 동탁이 이숙과 함께 앉아 이 얘기 저 얘기를 하고 있는데 바람결에 아이들의 동요 소리가 들려왔다. - 천리초 청청도 하네그려/ 열흘이 되면 살지를 못한다./ 천리초 천리초 청청도 하더만/ 열흘이 되면은 살지를 못한다. -

바람결에 실려 오는 아이들의 동요 가락은 구슬프고 처량했다. 동탁의 마음이 구슬프게 흔들렸다. 그는 이숙에게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의 뜻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숙은 동요의 뜻이 동탁의 파자(破字)라는 것을 짐작해 알았다. 천리초(千里草)는 동(董) 자의 파자요. 십일상(十日上)은 탁(卓) 자의 파자인 것이 확실했다. 동탁이 죽는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숙은 시치미를 뚝 떼고 대답했다. “이것은 유씨(劉氏)가 멸하고 동씨가 흥한다는 동요올시다.”

동탁은 이숙의 그 말도 믿었다.

이튿날이 됐다. 동탁은 의종을 거느리고 벽제를 울리면서 호기롭게 대궐로 향했다. 거리에 한 도인이 청포에 백건을 쓰고 손에 긴 장대를 들고 장대 끝에는 한 길이나 되는 베(布)를 달아매고 양편에 입 구(口) 자를 써서 높이 들고 가는 것이었다. 동탁이 또 궁금해 이숙에게 물었다.

이숙이 가만 생각해보았다. 입 구가 둘이면 여(呂) 자가 분명하고 베로 기를 만들었으니 포(布)의 뜻이 분명했다. 동탁이 여포한테 죽는다는 뜻이었다. 이숙은 딴전을 부렸다.

“아마 심질이 있는 미친놈인가 봅니다.” 이숙은 말을 마친 뒤에 시위 군사들에게 영을 내려 큰 소리로 베 기를 들고 가는 미친놈을 끌어내어 쫓아 버리라고 했다. 도인은 군사들에게 끌려 나갔다.

동탁 행렬이 대궐 문 앞 가까이 당도하니 군신들은 조복을 갖추어 입고 길가에 늘어서서 그를 마중해 맞았다. 이숙은 배행하던 수레에서 내려 오른 손에 보검을 잡고 왼손으로 동탁의 수레를 밀면서 북액문(北掖門)에 당도했다. 이숙은 뒤에 따르는 군사들에게 긴급한 명령을 내렸다.

“모든 군사들은 궐문 밖에 대기하고 있거라. 다만 수레를 모는 이십명만 함께 모시고 들어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