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동탁은 이숙의 호위를 받으며 장안으로 향했다. 여러 차례 불길한 징조가 발생했으나 이숙의 재치 있는 임기웅변으로 동탁은 안심을 했다. 드디어 북액문에 당도하자 이숙이 군사들에게 명령을 내려 20명의 병사만 수레를 호위하고 나머지 군사들은 성 밖에 대기 시켰다.

명령을 받은 군사들은 이숙의 말에 따랐다. 수레는 북액문을 지나 대궐문 밖에 당도했다. 동탁이 바라보니 전각 문 앞에는 사도 왕윤 이하 원로 대신들이 모두 보검을 손에 들고 늘어서 있었다. 동탁은 의심이 더럭 났다.

“왕 사도와 원로대신들이 모두 칼을 들고 서 있으니 웬일이냐?”

동탁이 이숙에게 물었으나 그는 대답하는 대신 수레를 힘껏 밀어 붙이며 전문 안으로 들어갔다.

동탁의 수레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왕윤이 큰 소리로 호령을 내렸다.

“반적(反賊)이 왔다. 병사들은 어디 있느냐!”

왕윤의 말이 채 떨어지기 전에 무사들이 좌우편에서 쏟아져 나왔다. 백여명이 넘었다. 제각기 창과 칼을 휘두르며 동탁에게 덤벼들었다. 동탁은 깜짝 소스라쳐 놀랐다. 무사들은 동탁을 가차 없이 무차별 공격으로 찔렀다. 동탁은 조복 아래 갑옷을 입고 있었다. 무사들의 칼과 창은 미처 동탁의 갑옷을 뚫지 못했다. 무사들이 다시 동탁의 팔을 공격했다. 그는 팔에 상처를 입고 수레에서 떨어져 버렸다. 동탁은 당황했다.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내 아들 봉선은 어디 있느냐?”

여포가 수레 뒤에서 방천화극을 들고 뛰어 나왔다.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어 동탁을 꾸짖었다.

“역적 동탁은 천자의 명을 받아라!”

여포의 방천화극의 날카로운 창끝이 대번 동탁의 인후를 찔러 꿰뚫었다.

옆에 있던 이숙은 보검을 휘둘러 동탁의 머리를 베었다. 그 순간 여포는 왼손에 창을 잡고 바른손을 품속에 넣어서 조서를 꺼내 큰 소리로 읽었다.

- 천자의 조서를 받들어 역적 동탁을 토멸했다. 남은 자들은 모두 불문에 부친다. -

모든 장수와 문관들은 일제히 만세를 불렀다.

여포는 군사들의 만세 소리가 끝나자 다시 명령을 내렸다. “역적 동탁을 도와서 못된 짓을 한 자는 이유란 놈이다. 누가 가서 산 채로 잡아 오겠느냐?”

“내가 가서 잡아 오겠소이다.”

이숙이 대답하며 나서자 홀연 문 밖에서 함성이 크게 일면서 수문장이 들어와 아뢰었다. “이유 집안 하인들이 이유를 잡아서 묶어 왔습니다.”

왕윤이 즉석에서 명을 내렸다.

“동탁의 시체와 머리는 거리에 내다 걸어서 백성들로 하여금 만고역적의 종말을 깨닫게 하고 이유는 저자로 끌고 가서 목을 베어라!”

군사들은 이유의 목을 저자에서 참하고 동탁의 시체를 거리로 끌어내었다.

동탁의 시체는 워낙 살이 쪄서 비둔했다. 시체를 지키는 군사들은 동탁의 기름진 배꼽을 뚫고 그 위에 심지를 박아 불을 켜 등을 만들었다. 기름이 이글이글 끓어서 땅으로 넘쳐흘렀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동탁의 시체를 짓밟고 욕을 내뱉으며 머리를 걷어차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왕윤은 다시 여포에게 영을 내렸다. “여 장군은 황보숭, 이숙과 함께 군사 5만을 거느리고 미오로 가서 동탁의 가산과 식솔을 적몰시키시오.”

여포는 그러지 않아도 초선이가 궁금했다. 왕윤의 명을 받고 황보숭, 이숙과 함께 군사를 거느리고 풍우와 같이 미오로 향했다. 그 즈음 동탁의 명령을 받고 미오를 지키고 있던 이각, 곽사, 장제, 반조는 동탁이 죽고 여포가 군사를 거느리고 미오로 출발했다는 놀라운 소식을 듣고 남은 군사 5천을 그대로 몰아서 양주로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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