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이각의 계책대로 두 길로 나누어 여포를 공략하기로 했다.

서로 공격해 들어가다가 여포가 맞서 공격하면 번갈아 꽁무니를 빼어 달아나기 일쑤였다. 그러기를 사흘이 지나자 단순한 여포는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올랐다. 그때 파발마가 뛰어들어 급변을 고했다. 반란군 장제와 번조가 10만 대병으로 장안을 친다는 것이었다.

“무엇이라! 반란군이 장안으로 쳐들어갔다고?”

여포는 깜짝 놀라 급히 쟁을 쳐서 군사를 거두어 명을 내렸다.

“속히 장안으로 회군하라!”

한참을 병마를 정돈하는 참인데 진영 뒤에서 함성이 크게 일면서 이각과 곽사의 군사가 한꺼번에 총공격을 했다. 여포는 이미 싸울 마음이 없었다.

“속히 장안으로 회군을 하라!”

여포는 장안에 두고 온 초선의 얼굴이 아른거릴 뿐이었다.

“군사를 두 부대로 나누어 한 부대는 먼저 장안으로 달려가고 한 부대는 이각과 곽사를 맞아 공격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부관이 의견을 내었으나 여포의 눈에는 초선이만 보였다.

“잔말하지 말라. 장안이 급하다. 장안으로 간다!” 여포의 전 군사들은 장안으로 향했다. 이각과 곽사는 여포의 배후를 공략해 그의 수많은 군사를 시살했다. 여포가 장안에 당도하자 반란군의 군사는 의외로 막강했다. 여포가 여러 차례 공격했으나 전세가 불리하게 돌아갔다. 여포는 홧김에 병사들을 꾸짖고 매질까지 했다. 관군들은 여포의 행포에 그를 배반하고 반군에 투항하는 자가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동탁의 한패였던 이몽이란 자가 성 앞에 있다가 반란군과 내응해 성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네 길로 쳐들어오던 반란군은 이몽이 열어 놓은 성문을 향해 봇물 터지듯이 밀려들었다.

여포는 좌충우돌 적을 상대했으나 원체 수가 많으니 중과부적이었다. 여포는 궁성이 있는 청쇄문을 향해 말을 달렸다. 청쇄문 안에는 사도 왕윤이 있었다.

“적세가 아주 강력합니다. 사도께서는 말을 타고 빨리 피하십시오.”

“내가 도피하다니 될 말이 아니오. 태묘와 사직에 영이 계신다면 국가는 다시 평안할 것이오. 만약 일이 잘못돼 불행하게 된다면 나는 국난에 죽을 뿐이오. 구명도생은 아니 할 것이오.”

왕윤은 도피하지 않겠다고 작심을 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잠깐 위험한 고비를 피해 다시 좋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상책인가 합니다.”

여포는 두 번 세 번 연이어 권했다. 그러나 왕윤의 결심은 변하지 않았다. 그때 벌써 화염이 청쇄문 가까이 번지고 있었다. 여포는 화염의 열기를 느끼며 초선의 생각이 간절했다. 그렇다고 초선을 구해 낼 방법도 묘연했다. 다급한 여포는 초선을 버려 둔 채 말을 내달렸다.

여포는 성을 벗어났으나 막상 갈 길이 막연했다. 문득 원술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는 남양을 향해 말에 채찍을 날렸다.

장안으로 들어간 이각과 곽사는 불을 지르고 금은보화를 약탈했다. 장안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태상경 충불, 태복 노규, 대홍려 주환, 성문 교위 최열, 월기교위 왕기 등은 모두 국난에 순사했다. 반란군은 대궐 내정까지 쳐들어갔다.

신하들이 급히 헌제를 선평문으로 모시고 반란군에게 조칙을 내려 난폭한 행동을 중지시키려했다. 그때 반란군 이각은 천자의 황일산이 뜬 것을 바라보자 군사들을 주둔시키고 만세를 외쳐 불렀다.

헌제는 문루에서 반란군 대장 이각에게 옥음을 내렸다.

“경은 주청도 없이 함부로 군사를 몰아 장안으로 들어왔으니 장차 무슨 짓을 하려느냐?”

이각과 곽사는 헌제를 우러러 뵙고 공손히 아뢰었다.

“동탁은 폐하의 중신이올시다. 무단히 왕윤한테 모살됐으므로 원수를 갚으러 온 것이지 반란을 일으킨 것은 아닙니다. 신의 무리는 왕윤을 만나 보면 곧 군사를 물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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