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여포의 아둔한 판단으로 군사를 몰아 장안성으로 회군하다가 많은 병사들을 잃었다. 파죽지세로 장안을 향하는 반란군들에게 밀린 여포는 초선을 버려둔 채 남양의 원술에게로 도망을 쳤다. 이각의 반란군이 장안성으로 들어와 황제에게 왕윤만 만나보고 바로 군사를 물리겠다고 아뢰었다.

그때 왕윤은 황제 곁에 있었다. 이각이 자신을 만나보고 바로 군사를 물리겠다고 하니 왕윤은 눈물을 머금고 헌제께 아뢰었다. “신은 본디 국가 사직을 위해 역적 동탁을 제거시킨 것이온대 일이 뒤집혀 이쯤 됐으니 페하께서는 신의 목숨을 아끼시어 나라 일을 그르치게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신은 누각 아래로 내려가서 두 역적을 만나 보겠습니다.”

황제는 왕윤을 적에게 내줄 수가 없었다. 누각 위에서 거닐면서 왕윤에게 허락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왕윤은 자기가 죽을지언정 황제의 목숨을 구해야 했다. 그는 훌쩍 누각 아래로 뛰어 내려 큰 소리로 이각과 곽사를 꾸짖었다.

“역적 놈들아! 왕윤이 여기 있다. 어찌할 테냐?”

이각과 곽사는 칼을 빼어들고 왕윤에게 덤벼들었다. “너는 동 태사를 무슨 죄로 죽였느냐?”

왕윤은 조금도 겁나지 않았다. 백수를 흩날리며 꿋꿋이 서서 이각과 곽사를 더 꾸짖었다.

“동탁의 흉악한 죄악은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했다.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동적이 죽음을 당하던 날 온 천하 사람들은 모두 다 경사가 났다고 축하를 했는데 유독 너희들만 듣지 못했더란 말이냐?”

“그렇다면 동 태사는 죄가 있다고 하려니와 우리들은 무슨 죄가 있기에 대사령을 내리면서도 사해 주지 않았느냐?”

이각의 무리는 비로소 본심을 털어 놓았다.

“역적놈들이 어찌 그리 말이 많으냐. 나 왕윤은 오늘 죽음이 있을 뿐이다.”

이각과 곽사 두 역적은 왕윤을 잡아서 바로 죽여 버렸다. 그들은 왕윤을 죽인 뒤에 군사들을 왕윤의 집으로 보내서 잔인하게 일가 족속 늙은이와 어린이까지 모조리 죽여 버렸다. 사람들이 그 소문을 듣고 모두 눈물을 흘렸다.

이각은 곽사와 함께 의논을 했다. “일이 이쯤 됐으니 어린 천자를 아주 죽이고 큰일을 의논하는 것이 어떤가?” “좋은 말일세.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하네. 지금이 다시없는 기회일세.”

두 역적이 칼을 빼어들고 대궐 내전으로 뛰어 들어가려 했다. 그 때 뒤에서 장제와 번조가 쫓아오며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이참에 아예 황제를 죽여 없애려 하네.”

이각은 눈도 끔적하지 않고 대답했다.

“천만일세. 오늘 단번 황제를 죽인다면 천하 사람들이 불복할 것일세. 제후들이 들어오거든 먼저 우익을 잘라버린 후에 죽여도 늦지 않네. 그때 가서 충분히 천하를 도모할 수 있네.”

이각과 곽사는 장제와 번조의 말을 듣고 군사를 거느려 대권 안에 머물러 있었다.

역도 반란군들이 의연히 대궐 안에 머물고 있으니 황제는 불안했다. 선평문 누상에서 황제가 선유를 내렸다. - 왕윤을 죽이고도 어찌해서 군대를 철수하지 않느냐? -

황제의 조칙이 내리자 반란군의 괴수 이각, 곽사, 장제, 번조는 답상소를 올렸다. - 신 등은 황실에 유공한 사람들이온데 아직도 벼슬을 내리지 아니하시니 물러가지 않고 있습니다. -

- 경들은 무슨 벼슬을 원하는가? 소원을 고하라. -황제의 조칙이 다시 내리자 반란군 수괴들은 제각기 벼슬을 적어 올리자 황제는 그 자들의 소원대로 해 주었다. 이각은 거기장군 지향후 사례교위에 가절월(假節鉞)을 내리고 곽사에게는 후장군 가절월에 조정 일을 살피게 하고, 번조로는 우장군 만년후를 봉하고 장제로는 표기장군 평양후를 삼아서 군대를 거느려 홍농에 주둔하게 하고 나머지 이몽과 왕방의 무리에게는 교위를 삼은 후에 천자 헌제에게 사은을 아뢰고 비로소 군대가 철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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