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

 

트로트는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의 엔카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시작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서양의 춤곡 중 하나인 폭스트로트가 일본으로 건너가 엔카로 변했고 엔카가 다시 우리나라로 들어와 트로트가 됐다는 것이다. 트로트의 원조가 일본이라는 것이다. 트로트는 우리 전통 소리인 민요에서 나온 것으로, 일본 운운하는 것도 말도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엔카의 원조가 도리어 한국의 민요라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에 방송이 시작되고 대중가요가 보급되던 시기가 일제 강점기다. 당시 기생들이 대중 가수로 활동을 하면서 크게 인기를 모았고 방송에 출연하는 기생을 방송기생이라 불렀다. 방송기생이 되어야 실력 있다는 소리를 들었고 몸값도 올라갔기 때문에 방송에 출연하기 위한 기생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방송기생들은 처음에는 주로 전통 소리를 불렀지만 나중에는 트로트를 담은 음반도 내면서 스타로 발돋움하였다. 끊어질 듯 이어지고 중간 중간 구성지게 꺾어 지르는 소리가 트로트의 묘미인데, 이것은 전통 창과 소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초기 대중 가수로 활동했던 기생들이 원래 창과 민요를 했기 때문에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트로트가 만들어진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트로트가 크게 유행하여 전성기를 이루었다가 해방이 되고 한국전쟁이 끝나고서도 대중의 사랑 속에 성장을 이어나갔다. 인생의 의미를 담은 심미적인 가사와 서정적인 분위기로 대중들의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전쟁과 이별의 아픔을 담은 ‘이별의 부산 정거장’ ‘굳세어라 금순아’ 같은 노래는 지금도 드라마의 제목으로 패러디가 될 정도로 명곡으로 남아 있다.

트로트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다. 나라 잃은 슬픔을 담아 국민들의 가슴을 저미게 하는가 하면, 전쟁의 고통을 달래 주기도 했다. 경제개발이 한창일 때는 고향을 떠나 도시로 향했던 서민들의 향수와 타향살이의 설움을 달래주기도 했다. ‘고향열차’ 같은 노래는 지금도 노래방 단골 메뉴로 인기를 잃지 않고 있다.

평생 트로트만 부르고 살 줄 알던 우리들에게 어느 날 서태지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어 버렸다. 서태지는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음악과 의상, 춤과 무대로 가요계의 판도를 일거에 뒤엎어 버렸다. 트로트는 구식 취급을 받았고 방송에서 트로트 가수들을 보는 것도 힘들어졌다. 김수희의 ‘애모’가 1993년 가요순위에서 1등을 한 뒤로는 가요 차트에서 트로트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2000년대 들어 장윤정이 깜짝 등장하여 트로트 시장에 새바람이 부는가 싶었지만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돌연 트로트 바람이 거세다. 진원지는 송가인이다. 세상에 어디서 이런 재주꾼이 있었나 싶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송가인이면 반갑게 안아주고 함께 춤추고 노는 모습이 정겹다. 노래 앞에서는 내 편 네 편도 없고 그냥 신나고 재미있는 것이다. 세월에 밀려 뒷전으로 밀렸던 어른들이 어깨 들썩이며 세상 앞으로 나오고 있다. 트로트 바람이 더 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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