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

 

리더십이 크게 관심을 모은 적이 있다. 기업이나 국가의 리더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 자식들을 미래의 리더로 키우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에 관한 강의나 책들이 인기를 끌었다. 히딩크 감독이 새로운 리더의 모습으로 각광받기도 했고, 과거의 위인들을 모델로 한 리더십 강연이 유행하기도 했다.

“커서 뭐가 될래?” 하고 물으면, 어린 아이가 소매로 콧물을 닦으며 “대통령”이라고 대답하던 때가 있었다. 순수하고 어리숙한 시절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이 꿈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은 별로 없다. 연예인이 되거나 블로거가 돼 돈을 왕창 벌어보겠다는 아이들은 많아도 허무맹랑하게 대통령 운운하지는 않는다.

대통령 같은 리더가 되기보다는 돈을 잘 벌어 잘 먹고 잘 사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 이제는 리더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는 아이들은 별로 없다. 인간은 누구나 리더가 되어 권력을 누리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리더가 되기보다는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해서 손해 보지 않고 살겠다는 심리가 강하다. 리더십보다 팔로십 성향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리더가 돼 이 세상을 지배하거나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겠다고 하는 대신 나와 이 사회, 혹은 이 나라를 잘 이끌어 줄 훌륭한 리더를 기대한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모범이 되고 친구들을 잘 이끌어 줄만한 인물이 있으면 그 친구를 리더로 내세운다. 직장에서도 내가 사장이 돼야겠다고 마음먹기보다는 좋은 사장이 와서 회사를 좀 잘 운영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라는 말할 것도 없다.

리더가 되면 좋은 것인 줄은 다 안다. 동물들도 서열이 높을수록 먹잇감 확보나 자손 번식에서 유리하다. 수탉이 새벽마다 동네가 떠나갈 듯 목청을 높여 울어대는 것도 암탉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경쟁 수탉에게 경고음을 날리는 것이다. 원숭이들도 서열이 높은 놈이 좋은 것을 먼저 먹고, 짝짓기도 번호표 뽑지 않고 먼저 할 수 있다. 인간은 오죽하랴.

리더가 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인간들이 있다. 그런데 리더가 되려고 하는 인간들 상당수는 겉 다르고 속 다르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그럼에도 입으로는 이 세상을 위해서, 세상의 악을 물리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내 허물은 태산 같은데도,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입술을 깨문다. 나의 허물은 먼지 같은 것인데, 웬 말들이 그렇게 많으며,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며 눈을 부라린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보라 네 눈 속에 들보가 있는데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하겠느냐.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빼리라.’

리더가 되겠다는 사람은 자신의 눈 속부터 들여다보아야 한다. 남을 향해 레이저를 쏠 게 아니라, 내 눈 속부터 살펴야 한다. 내 눈 속에 들보가 없는지, 두 눈 크게 뜨고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런 후에, 내가 과연 리더가 될 만한 사람인지, 가만히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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