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지인지감(知人之鑑)
[고전 속 정치이야기] 지인지감(知人之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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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후한 초기 복파장군으로 유명한 마원(馬援)의 조카 마엄(馬嚴)과 마돈(馬敦)은 유협들과 어울렸다. 마원은 지금의 베트남인 교지(交趾)에 있을 때, 집안으로 편지를 보내 그들을 타일렀다.

“남의 허물을 들으면, 부모의 이름자를 듣는 것처럼 조심해야 한다. 귀로는 온갖 말을 듣되, 입으로는 함부로 말하지는 말아라. 남의 옳고 그름을 논하거나, 정치와 법령에 대해 함부로 말하면 나까지도 다친다. 내가 죽더라도 자손들은 그와 같이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 용백고(龍伯高)는 성품이 관대하고 두터우며, 근면하고 신뢰성이 있다. 더구나 예법에 적합한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는 평소에 그를 존경했다. 그를 스승으로 삼아 많은 것을 배워라. 두계량(杜季良)은 호협하고 대단한 의기를 지녔다. 남의 걱정거리를 보면 자신의 일처럼 걱정하고, 남의 기쁜 일을 보면 자기 일처럼 기뻐한다. 그의 부친이 돌아가시자, 군의 모든 사람들이 찾아왔을 정도였다. 나는 그를 경애하고 존중하지만, 너희는 그를 배우지 말아야 한다. 용백고를 스승으로 모시다가 제대로 성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공손하고 근실한 사람이라는 소리는 들을 것이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기러기를 그리려다 잘못하면 오리라도 그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계량을 배우려다가 잘못되면 천하의 부랑자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호랑이를 그리려다 잘못하면 개를 그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용백고는 산도현장(山都縣長) 용술(龍述), 두계량은 월기사마(越騎司馬) 두보(杜保)를 가리킨다. 두 사람은 모두 경조(京兆) 출신이었다. 두보와 원수지간이었던 어떤 사람이 글을 올려 다음과 같이 그를 비난했다.

“두보는 행동이 부랑자와 같아서 사람들의 마음을 현혹시킵니다. 복파장군 마원은 먼 곳에 있으면서도 집으로 편지를 보내 조카들에게 그와 왕래를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양송(梁松)과 두고(竇固)도 그와 친하게 지냅니다. 이는 그의 경박하고 거짓된 행동에 부채질을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장차는 나라의 우환이 될 것입니다.”

광무제는 즉시 양송과 두고를 불러서 문책을 하면서, 마원이 조카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여주었다. 양송과 두고는 피가 날 정도로 머리를 땅에 찧으며 사죄를 함으로써 간신히 용서를 받았다. 광무제는 두보의 관직을 박탈하고, 용술을 영릉태수(零陵太守)로 발탁했다. 이 일로 양송은 마원에게 원한을 품었다. 양송은 광무제의 사위였다. 나중에 양송이 군중에서 병에 걸린 마원을 문병하러 왔다. 마원은 그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자제들이 걱정하자 마원은 친구의 아들에게 예를 갖출 필요는 없다고 웃어넘겼다. 전쟁에는 노련한 마원이었지만, 흉악한 모략가에게 말려들고 말았다. 양송은 이미 마원이 권문세가의 자제들을 우습게 여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국가의 원로장군인 마원을 함부로 공격하지 못했기 때문에 적절한 명분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가 마원에게 문병을 갔던 것은 미리 그러한 대접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아무도 감히 마원을 비난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의 잘못을 드러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얼마 후 마원은 무릉의 만족을 토벌하다가 전염병에 걸려 패하고 말았다. 얼마 후 마원이 세상을 떠나자 양송은 그를 모함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마원은 교지에 있을 때 신체를 강건하게 하고 풍토병을 막아준다고 알려진 의이인(薏苡仁)이라는 식물을 항상 복용했다. 철군할 때 그것을 수레에 싣고 왔다. 마원이 죽은 후 양송은 그것이 모두 최상품의 진주와 무소뿔이라고 무고했다. 광무제가 노하자, 마원의 가족들은 조상의 묘에 안장하지도 못했다. 마원을 존경하던 주발(朱勃)과 종균(宗均)이 적극적으로 나서 해명하자 광무제의 화가 겨우 풀렸다. 사람의 진면목을 알아차리는데 고수였던 마원까지도 하찮은 인물에게 당했으니, 평범한 사람들은 더욱 난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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