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무고사건(誣告事件)
[고전 속 정치이야기] 무고사건(誣告事件)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당왕조 초기에 활약한 이정(李靖)은 수많은 전공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청렴한 사람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당고조 이연은 그의 능력과 도덕성을 높이 평가해 깊이 신뢰했다. 그러나 어느 집단에서나 이런 사람은 무능하고 아첨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표적이다. 이정이 기주(岐州)자사로 있을 때, 누군가 그가 정치적 야심을 품고 반란을 도모한다고 고발했다. 탁월한 군사적, 정치적 재능을 지닌 이정에 관한 사건이므로 중대한 일이었다. 이연은 어사 유성(劉成)을 기주로 파견해 사실여부를 조사하라고 명했다. 유성은 평소에 이정이 공정하고, 백성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그가 반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었다. 고발자의 목적이 이정을 해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짐작했지만, 그것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밝혀서 진상을 보고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였다.

유성은 고발자와 함께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요청해 이연의 허락을 받았다. 유성의 일행이 장안을 출발해 몇 백리를 갔을 때, 수행원이 고발자가 작성한 고발장을 잃었다고 보고했다. 아무리 뒤져도 찾을 수 없었다. 유성은 화를 내며 고발장을 잃어버린 수행원을 채찍으로 심하게 때렸다. 수행원은 몇 번이고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했다. 때린다고 잃어버린 고발장이 어디에서 나오겠느냐고 한탄하던 그가 고발자에게 말했다.

“지금 우리는 고발장을 잃었으니 죽을죄를 지게 되었소. 이번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황상의 은혜에 보답하지 못할뿐더러 이정에게도 의심을 살 것이오. 어떻게 하면 좋겠소?.”

고발자도 난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묘책이 없던 그가 유성에게 좋은 계책이 없느냐고 물었다. 유성은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대책이 없다는 듯 한숨만 쉬었다. 반나절이 지나자, 망설이던 유성이 말했다.

“우리 두 사람이 벌을 받지 않고 불쌍한 수행원들도 살리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소. 당신이 고발장을 다시 쓰시오. 그것을 가지고 가서 조사를 하면 되지 않겠소?.”

고발장이 다시 작성됐다. 그러나 사실은 고발장을 잃어버렸다고 수선을 피운 것은 유성과 수행원이 미리 짠 연극이었다. 원래의 고발장은 유성이 잘 간직하고 있었다. 유성은 두 고발장을 하나하나 대조했다. 많은 차이가 있었으며, 새로 들어간 것도 있었다. 유성은 갑자기 행렬을 장안으로 돌렸다. 그는 이연에게 그동안의 상황을 자세히 보고했다.

“이정이 모반을 계획했다면 시간, 장소, 상황이 있을 것입니다. 두 고발장의 내용이 같다면 정말 문제가 됩니다. 그러나 두 고발장의 내용은 다른 곳이 많습니다. 틀린 것도 있지만 더하거나 뺀 것도 많습니다. 날조한 것이 분명합니다.”

이연도 깨닫는 바가 있어서 고발자를 엄중하게 심문하라고 지시했다. 사실을 날조한 것이 백일하에 유성은 이정의 결백을 증명하려는 목적을 달성했다. 고대 전제주의 정치체제에서 황제는 지고무상의 권력자였다. 관료집단끼리의 정치투쟁은 결국 약자끼리의 정치투쟁이라는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정이 모함을 받자 그를 깊이 신뢰해 의심하지 않았던 황제도 어사 유성을 시켜서 죄를 조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고사건의 해결이라는 임무를 맡게 된 유성은 용의주도한 계획을 세웠다. 우선 무고자와 기주로 동행했다. 무고자가 의심하지 않도록 고발장을 잃은 수행원을 심하게 때렸다. 난감해진 무고자는 고발장을 다시 작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고발장을 대조한 결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무고사건임을 확신했다.

마지막으로 황제에게 증거를 토대로 보고하고, 무고자를 엄중히 심문해 사실을 밝혀냈다. 사건이 발생해 이렇게 마무리되는 동안에도 이정은 전말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세상에 무고보다 억울한 것은 없지만, 이정으로서는 대단한 행운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