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타초경사(打草驚蛇)
[고전 속 정치이야기] 타초경사(打草驚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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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삼십육계 가운데 하나인 타초경사는 당대(唐代)에 일어났던 고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성어로, 당대 단성식(段成式)의 유양잡조(酉陽雜俎)와 송대 정문보(鄭文寶)의 ‘남당근사(南唐近事)’에서 비롯됐다. 안휘성 당도현(當涂縣)의 현령 왕노(王魯)는 탐욕스러웠다. 그는 갖가지 수단으로 공금을 횡령하고 뇌물을 받았으며 불필요한 일을 벌여서 재물을 빼앗았다. 어느 날 당도현의 백성이 연명으로 왕노의 부하가 뇌물을 받았다고 고발했다. 고소장을 본 왕노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불안했던 그는 고소장에 여수타초(汝雖打草), 오이경사(吾已驚蛇)라는 8자를 썼다. ‘너희는 풀을 두드렸지만, 나는 거기에 숨은 뱀처럼 깜짝 놀랐다’는 뜻이다. 본래는 갑과 을의 사정이 서로 유사한 경우에 한 쪽을 건드리면 다른 한 쪽도 반응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왕노의 경우는 주부가 벌을 받게 되면 그와 한통속인 자신도 위험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러한 뜻을 더 확대해 반대의 입장에서라면, 주도면밀하게 대처를 하지 못하면 상대방이 자신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미리 대비를 한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각종 투쟁의 과정에서 거짓 공격으로 적의 상황을 가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도는 상대의 정황, 실력, 의도가 확실해질 때까지 몇 번이고 계속된다. 공격방법이 결정되면, 상대가 대비하지 못할 때 공격해야 이길 수 있다. 타초경사는 다른 계략과 융합돼 보다 효과적인 전술로 발전했다. 성공과 실패를 막론하고 타초경사를 활용한 투쟁사례는 역사에 끊임없이 등장해 신비하고 놀라운 장면을 만들어 냈다. 적장을 잡으려면 먼저 그가 탄 말을 쏘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타초경사는 원래 뱀이 숨어있는 풀숲을 건드려 뱀을 끌어낸 다음, 그 상태를 확인하고 잡거나 죽인다는 의미이다. 정계 거물의 범죄를 수사할 경우 직접 본인을 조사하지 않고 그의 비서나 운전기사를 추적한다. 군사작전에서 위력정찰(威力偵察)이라는 개념이 있다. 소수의 병력으로 적을 위협해 정황을 드러내게 만드는 수색 또는 정찰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적의 정황을 알아내려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것을 찾아내는’ 수색, ‘있는 것을 알고 그 상태를 자세히 알아내는’ 정찰, 스파이를 파견해 아군의 이목으로 삼는 첩보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적의 경계가 엄중해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기가 곤란한 경우는 주력부대의 공격에 앞서 소수의 부대로 적의 경계태세에 자극을 주어 반응을 일으키게 만든다. 그러나 위력정찰은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아무 때나 아무 상황에서 쉽게 사용할 수 없다. 위력정찰은 한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공격이다. 공격은 위력을 사용한 도전이므로 적도 반격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적의 경계망을 뚫고 후방에 있는 주력부대의 상태를 확인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대기하고 있던 정찰대보다 강한 적과 부딪쳐 전멸할 가능성이 높다. 자칫 아군을 지원하려고 주력부대가 출격했다가는 예상치 못한 결전이 벌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려던 위력정찰은 허사로 돌아가고 불리한 입장에 빠지게 된다. 

타초경사의 주목적은 적의 반응을 보고 아군의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본격적인 결전은 그 다음이다. 모든 교섭도 마찬가지이다. 너무 강한 어조로 말을 하면 대부분의 협상은 실패한다. 상대의 생각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대책을 세우지 못한다. 짧고 함축적인 말로 상대의 급소를 찌른 다음 조용히 대답을 기다려야 한다. 상대가 벌컥 화를 낼만한 반대주장을 하는 것도 좋다. 반론은 절대로 길지 않아야 한다. 내가 길게 말을 하는 동안 상대는 냉정을 되찾고 본심을 숨긴다. 내가 던진 짧은 말이 자극적일수록 상대는 격렬하게 반발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바라던 바이다. 나는 미리 준비한 그물을 치고 상대의 말을 조용히 들으면서 설득이나 타협할만한 조건을 찾아내야 한다. 웅변으로 상대를 침목하게 만드는 것은 설득이나 교섭이 아니다. 고객과의 논쟁에서 이긴 세일즈맨은 절대로 판매에서 성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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