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올 가을 상영되고 있는 창작 뮤지컬들이 대학로 무대에서 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뻔한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이 아닌 탄탄한 스토리라인, 음악을 비중 있게 확대해 젊은이들의 삶 속에 울림을 주는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 뮤지컬들이 제작되고 있다.

그중 뮤지컬 ‘드림스쿨’은 불의의 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수아가 아버지인 김 박사를 통해 뇌사상태에 빠진 수와의 뇌에 인공지능 칩을 이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수아는 드림스쿨에서 스튜어디스, 복서, 댄서, 경찰이 꿈인 친구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꿈을 새롭게 키워나간다. 뮤지컬 드림스쿨은 각박한 세상살이와 꿈을 잃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꿈은 누군가에 의한 입력이 아닌 스스로 쟁취하는 디렉션을 제공하며 온갖 고통과 힘든 상황을 내색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나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묘사한다.

가지기만 하면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미지의 꿈을 꾸던 어린 시절. 그러나 어른이 된 우리는 현실과 조건에 치이며 어느새 꿈을 포기하고 끝내 존재마저 잊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 꿈을 가르쳐주는 학교, 뮤지컬 드림스쿨에서는 인간의 감성, 노래, 예술까지 각양각색의 꿈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 사라져가고 잃었던 것들을 회복하려 한다.

이 작품은 우리 삶에 있어 꿈은 필수 불가결한 존재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현실만 걱정하며 꿈꾸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사치라고 여기는 요즘 현실에 떳떳하게 품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꿈을 찾기 시작하는 초등학생부터 제2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퇴직자, 길을 잃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희망 가득한 긍정 에너지를 선사하고 있다.

큰 무대가 아닌 작은 소극장 무대에서 극은 미장센과 조명, 음악보다도 배우들의 앙상블과 호흡, 한정된 공간에서 발산되는 밝은 에너지와 위트를 기반으로 목표와 꿈에 대한 감정들을 풀어나갔다.

무대에서 배우들은 현란한 춤사위와 테크닉보다는 미드포인트를 지나 클라이막스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의 모습을 계속해 표현하고 누구나 지닌 과거의 상처를 뒤로한 채 보다 성숙된 감정을 표출했다.

드림스쿨 캐릭터들의 화법은 공감적이다. 현실에 불만을 표시하지만, 정감 가는 화법과 잘 짜인 플롯은 사실감을 극대화하며 잔잔하면서도 꿈과 가족을 한 번 더 생각하게끔 원동력을 제공한다. 뮤지컬은 현실에 치이고 무언가에 얽매이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며 그래서 존재하고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강조한다.

이 뮤지컬은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며, 그런 아픈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이 가장 소중하고 절박한 것인지, 어떠한 희망을 가지고 소중한 하루를 살아야 하는지 교훈을 주고 있다.

대학로에서 30년 이상 뮤지컬을 제작하고 연출하고 있는 신대영 감독은 상업영화 투자, 배급에만 몰두하고 수익창출만 생각하는 대기업 계열 회사들이 미국의 브로드웨이, 영국의 웨스트엔드 같은 더 많은 젊은이들이 문화콘텐츠를 공감하고 많은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는 제작투자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대학로 배우들이 제대로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일자리 수요 늘리기와 복리후생에 신경 써야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지원하는 것과 그들이 무대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과 환경을 만드는 것이 당신들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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