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천지일보 2018.11.27
ⓒ천지일보 2018.11.27

지난 20일 오후 5시께 경남 진주에서 서울로 향하던 KTX 414 열차가 전기 공급 중단으로 청주시 KTX 오송역 구내에 멈춰 섰다. 4일 뒤 24일 오후 3시 15분께 경기 광명역에서 부산행 KTX 열차가 고장으로 멈춰서는 사고가 또 일어났다. 이로 인해 승객 1천여명이 4시 5분 대체 열차로 갈아타는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코레일의 관련 규정에 따른 피해배상 지급 기준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재 KTX는 지연 시간은 출발 시간이 아닌 도착 시간 기준으로 계산하며 지연 시간이 20분 이상일 경우 표 값의 12.5%, 40분 이상일 경우 25%, 1시간 이상일 경우 50%를 환불받을 수 있다. 20일 밤 철도 위에서 4~5시간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새벽에 도착한 승객들의 정신적, 육체적 피해보상은 뒤로 한 채, 지불한 운임의 1/2만 돌려주는 현행법은 극히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시민들 사이에서 지배적이다.

필자는 지난 20일 밤 8시 10분 동대구역에서 출발하는 KTX를 기다렸지만, 단전 사고로 인해 밤 10시 30분이 넘어서야 기차에 몸을 실을 수가 있었다. 그 뒤 원활한 운행을 기대했지만, 새벽 3시에 서울역에 도착했으며, 무려 4시간 30분 이상을 철도 위에 갇힌 채 꼼짝없이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KTX는 철도 위에서 출발이 지연되고 예정시간에 도착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안내방송만 틀어 준 채, 언제 도착하고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리는지 또한 피해보상에 대해 어떻게 하면 환불이 되는지 정확한 안내도 없었다.

승무원 역시 방송으로만 무슨 역에 얼마간 정차하겠다는 안내만 할 뿐, 승객들을 안정시키고 통제하는 역할은 극히 미흡해 보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승무원들이 얼마나 사고에 대해 기본 매뉴얼을 인지하고 사고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새벽 3시에 서울역에 도착한 필자는 긴 기다림 끝에 택시를 잡아 거의 새벽 4시가 돼서야 집에 도착했고 택시비는 2만원이 나왔다. 택시비를 환불받으러 KTX 서울역 매표소에 도착한 필자는 황당함을 또다시 겪었다. 매표소 여직원은 택시비 영수증을 제출해야만 택시비를 환급받을 수 있다며 코레일 본사에서 내려온 지침이라 영수증 없이는 환급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KTX 단전사고로 새벽에 도착해 잠도 못자고 일상을 망쳐버린 승객들이 택시비 영수증까지 챙길 겨를이 있었을까. 택시비를 카드로 결제한 뒤 휴대폰으로 전송된 카드결제 금액과 결제 시간을 매표소 직원에게 보여줬지만 막무가내였으며, 그 옆에서 상황을 지켜본 매표소 남자직원은 여자직원에게 지침서를 그대로 읽어주라는 식의 무책임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한 시민으로서 또다시 KTX에 실망하고 자리를 뜰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택시비 알아서 하세요”라는 식의 무책임한 KTX의 승객들을 대하는 태도와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모습은 많은 시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24일 광명역에서 발생한 KTX 단전사고로 인해 많은 승객들은 한참 동안 대기하다가 하차 요구를 받았고 자세한 설명도 없이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라는 불성실한 모습을 몸소 체험했다. 열차승무원들의 전문성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필자가 직접 겪은 단전 사고 현장에서 느낀 승무원의 아마추어적인 모습은, 만일 열차승무원이 테러, 화재, 탈선 등 큰 KTX 대형사고나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수백명에 이르는 승객들을 제대로 대피시키고 안전하게 이동시킬 수 있는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평상시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승무원들에게 정기적인 안전교육과 비상대처상황 교육은 절실해 보인다. 긴 KTX 열차에 겨우 1명의 열차팀장과 2명의 객실승무원이 객실을 순회하며 승객 혼란을 방지하고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지도 코레일은 체크해야 한다.

앞으로도 KTX 탈선, 화재, 단전 등 사고는 이어질지 모른다. 코레일은 더 이상 시민들의 안전을 방치하지 말고 최근 단전사고로 발생된 피해배상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