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세상] 영화 스윙키즈, 좌우 이데올로기를 깨뜨린 춤과 음악의 미학
[컬처세상] 영화 스윙키즈, 좌우 이데올로기를 깨뜨린 춤과 음악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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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거제 포로수용소는 1950년 한국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역사적 산물이며 6.25전쟁 중 유엔군과 한국군이 사로잡은 북한군과 중공군 포로들을 집단으로 수용했던 곳으로 1950년 11월에 설치됐다. 포로수용소는 한국군과 유엔군의 경비하에 포로자치제로 운영됐으며 포로 송환 문제를 놓고 북한으로 송환을 거부하는 반공포로와 송환을 희망하는 친공포로로 갈려 대립했으며 유혈사태를 빚기도 했다. 친공포로들은 수용소 내부에 조직을 만들어 소요 및 폭동 사건을 일으켰으며, 1952년 5월 7일에는 친공포로들이 수용소장 프랜시스 도드(Francis Dodd) 준장을 납치하는 이른바 거제도포로소요사건을 일으켜 한 달이 지난 6월 10일에야 무력으로 진압됐다.

12월 19일 개봉하는 강형철 감독의 영화 ‘스윙키즈(Swing Kids)’는 그 당시 거제포로수용소에서 벌어졌던 실제 사건과 픽션을 가미해 이데올로기로 총부리를 겨눴던 남과 북이 탭댄스라는 춤사위와 음악을 통해 도저히 융합될 수 없던 현실을 깨뜨리고 잠시나마 하나가 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념과 갈등으로 인해 자신의 색깔과 다르면 무조건 적으로 간주했던 시절 1950년, 거제포로수용소는 영화 속에서도 남(南)-북(北)-미(美)-중(中) 여러 국가의 이데올로기와 팝문화가 혼재된 멀티컬처럴 수용소였다.

스윙키즈 댄스단의 트러블 메이커 로기수(도경수)는 친공포로 집단의 인민영웅으로 전형적인 ‘빨갱이’ 캐릭터로 등장한다. 친공포로들은 자급자족해 생필품을 만들기도 하고 그룹 안에서 반동분자를 색출해 응징하기도 한다. 남과 북이 첨예하게 대립된 수용소에서 빨간색에 물든 로기수는 언어와 이념이 다르지만 가슴 뭉클하고 심장을 조여오는 탭댄스와 스윙, 재즈 음악을 통해 시커먼 흑인병사와 탭댄스의 세계로 푹 빠지게 된다.

탭댄스는 미국 남부의 흑인 무용에서 시작된 것으로 거제포로수용소에서 흑인병사들이 주로 탭댄스를 추고 스트레스를 풀며 음악에 심취해 있었다. 영화 스윙키즈는 전쟁만 아니었으면 천재 안무가가 됐을 중공군, 전쟁 속에 온 가족을 부양하게 된 처녀, 잃어버린 아내를 찾아 헤매다 포로가 된 남자, ‘빨갱이’만 아니었다면 미국 카네기홀에 섰을 청년 등 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있는 전쟁의 피해자들이 탭댄스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잠시나마 이념을 떠나 하나가 되는 하이라이트를 생산했다.

강형철 감독은 이미 포화상태가 돼버린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속에서 총이 아닌 춤과 음악으로 당시 시대적 상황, 이념, 포로들이 가지고 있던 다양한 잔상과 여운 등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다.

당시 수용소는 ‘제3의 전쟁’이라 불릴 만큼, 일촉즉발 위기 상황에 맞닥뜨려야 했다. 김일성을 추종하는 공산주의자들과 자본주의로 갈아타려고 움직였던 반공포로들 간의 대립, 중간에 껴있는 미군들, 중공군들은 서로 간의 갈등구조 속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혼란스럽고 막막했을 것이다. 강 감독은 스윙키즈를 통해 이데올로기보다는 사람 냄새나는, 총부리보다는 춤과 음악으로, 과거의 어두운 잔상과 기억보다는 밝고 따뜻한 미래를 관객들에게 보여줬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의 잔인한 학살을 배경으로 그렸던 영화 쉰들러리스트의 묵직하고 슬픈 바흐의 음악보다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가는 요즘 관객들에게는 신나고 경쾌한 재즈와 탭댄스가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 느낄 수 있는 많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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