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영화, TV드라마, 공연예술, 콘텐츠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적지 않은 수험생들이 연극영화과, 공연예술과 등을 지원하며 배우를 꿈꾸고 있다. 매년 전국 대학교, 전문학교, 예술학교 연극영화과 등 유사한 학과에서 수천명의 졸업생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예술인으로 연계되고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 기반은 약하기만 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예비 배우들이 제대로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일자리 수요 늘리기와 복리후생에 신경을 써야한다. 배우를 위한 복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지원하는 것과 그들이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과 환경을 만드는 지원이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현직 연극배우 정모(47)씨는 “현재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연극, 뮤지컬 배우 중 연기활동 외에 타 직업에도 종사하는 겸업 배우들이 많다”며 “스타들이 아닌 이상, 연기활동만 해서는 생계를 잇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연극인과 배우 등 공연예술인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공연예술인들의 생존권을 지키고 예술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겠다는 취지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사실 눈에 띄는 배우들의 삶의 질에 대한 개선과 활동 폭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 문체부는 기금 지원 시 예술인들의 최저임금을 적시하지 않아, 공연활동으로 생계를 이어가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체부는 연극영화과, 공연예술과를 졸업한 사회 청년층인 20대 예비 배우들의 취업연계와 복리후생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는 청년일자리 확대에 예비배우들의 카테고리는 포함되지 않는 건가.

내년부터 경제적인 어려움에 있는 예술인에게 소액대출로 긴급생활자금을 지원하는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융자사업 추진만으로는 현재의 청년 예술인이 직면해 있는 생존권과 배우활동 연계, 복리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림도 없다. 2019년 문체부 예산 중 문화예술부문이 8041억이 편성되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막대한 예산에서 예비 배우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개선, 고용보험 가입, 활동 일자리 확대, 연금 등 실질적으로 그들에게 적용되고 배우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부분들이 얼마나 진행이 될까. 예술인들도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고용보험을 적용받는다면 모든 배우들이 다 적용을 받는 건지, 전속단체에 속한 배우들만 적용을 받는 건지, 명확한 내역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미국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미국배우조합은 배우들을 위한 기본 지원이 잘 진행되고 있다. 나이 들어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연금지급, 배우를 고용한 회사에서 정규직 전환, 건강을 보호받을 의료 혜택도 지원된다. 미국은 한국과 다르다. 하위 25% 이상이 1년 동안 3만달러 이상을 번다는 통계가 있다. 상위 10%는 23만달러 이상이다. 배우조합은 1960년 첫 파업을 하는 등 단체행동으로 영화사와 방송국을 위협해 출연료 등 배우들의 권익을 챙겨왔다. 미국배우조합에서는 수입이 불안정하고 소득이 적은 상당수 배우들에게 최저임금 보장과 고용기간 동안 수익배분, 고용인과 피고용인간의 의무와 합당한 권리 등을 상세하게 시행한다.

이와 반대로 한국의 현 연극, 뮤지컬, 영화배우, 드라마 탤런트들의 수익 및 복리후생 실태는 열악하다. 소득 신고를 하는 전체 연기자 70% 이상이 연 수입 1천만원이 안된다. 겉표면으로 배우들의 지위가 좋다졌다고 하지만, 배우를 여전히 예술노동자로 보지 않고 아티스트로 보는 관점은 그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제대로 대우받고 합리적인 처우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문체부는 연극영화과, 공연예술학과 졸업생들이 받았던 예술교육의 특수성과 문화예술분야의 활성화를 위해 ‘예술인취업지원센터’를 설치해 제대로 된 배우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전문 일자리 컨설턴트를 통해 표준계약서 작성 지원, 공연예술단체 확대 지원, 졸업생들이 체계적으로 교육, 관리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대학로 등 공연단체들의 점진적 변화도 시급하다. 때론, 계약서도 제대로 쓰지 않을 뿐 아니라 출연료 미지급, 불안전한 복리후생 등 예비 배우들이 연기와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배우조합은 배우들의 최저출연료 협상은 물론, 초과근로 수당 지급, 배우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나서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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