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1세대 아이돌 팬덤 문화의 아이콘이었던 H.O.T가 17년 만에 팬들 앞에 서며 잊고 있었던 달달한 추억을 선물했다. 1세대 아이돌 H.O.T는 최근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17년 만에 ‘2018 포에버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 콘서트’를 열고 화려한 공연을 펼쳤다.

H.O.T 콘서트로 본 그들은 마흔을 넘은 불혹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에너지와 열정, 협치를 보여주며 팬들 앞에 당당히 아티스트로서의 자질을 보여줬다. H.O.T는 어쩌면 시대를 잘못 만난 아티스트일지 모른다. 당시 H.O.T의 노래가사는 방탄소년단보다 더욱 10대들을 대변하고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사했었다. “난 내 세상은 내가 스스로 만들 거야. 똑같은 삶을 강요하지마” “환하게 비춰줄 수 있는 빛이 되고 싶어” “모두 힘을 내서 다시 한번 우리 시작해” 등 10대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상처를 치유할 노래가사들로 그들을 위로하고 치유했다.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시대가 아닌 H.O.T는 천리안, 하이텔 등 PC통신 시대의 한계로 방탄소년단 같이 글로벌한 스타로 발돋움하지는 못했으나, 팬들을 휘어잡는 영향력과 확장성은 그 이상이었다. H.O.T 콘서트에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3040 팬들은 아이의 손을 붙잡고 흰색 우비와 티셔츠, 후드티를 입은 채 17년 전 마지막 콘서트가 개최됐던 동일한 장소로 집결했다. 팬들은 왜 17년이 지난 시점에도 콘서트장에 모여들어 참여하고 그들을 응원했던 걸까. 1세대 팬들은 지금의 팬들이 추구하는 온라인화, 개별화보다는 당시 집단화, 지역 팬클럽회장을 기점으로 오프라인화가 되어 더욱 단결하고 뭉치며 지금의 지지와 응원 패턴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H.O.T의 복귀에 대한 주목은 지금의 사회 속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자신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연계하면서 더욱 팬들에게 드라마틱한 영향을 제공했을 것이다. 1996년 데뷔한 H.O.T는 강타, 문희준, 장우혁, 토니안, 이재원 총 5명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으로, 총 다섯 장의 정규 앨범 모두가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전설적인 보이밴드다. 이들이 대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금 현 시점에도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생성되고 사라지는 악조건 속에서 한국 아이돌 1세대 역사를 쓰고 17년이 지난 지금도 팬들이 기억하고 찾는다는 점이다.

아이돌들은 쉼 없이 홍보되고 새 얼굴이 배출되고 있지만, 대중들에게 노래를 알리고 각인시키고 사랑을 얻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신인 아이돌들은 열악한 지원, 멤버들과의 불화, 소속사와의 갈등, 전속계약 해지, 각종 법정 분쟁 등을 겪으며 해체돼 각자의 길을 걷는 길이 부지기수다. 해체됐던 보이밴드가 17년 만에 뭉쳐 콘서트를 개최하고 재결합이라는 키워드를 내놓은 점은 주목할 만하다. 팬들을 위한 서비스와 추억 속의 노래를 들려주는 보이밴드의 귀환이라는 점을 넘어, 현재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과 앞으로 가요시장에 등장할 아이돌그룹에게 희망과 사회적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후배 가수들은 H.O.T를 보며, 그들을 롤모델로 삼고 가는 길을 되짚어보고 커다란 의미와 꿈을 가질 수 있다. 갈등하고 주저하고 있는 후배 아이돌들에게 이들은 위로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으며, 다시 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되찾게 도와준다. 해외 가수들처럼 나이에 관계없이 자신의 음악을 멈추지 않고 달려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지금은 마흔이 넘은 H.O.T이지만, 삶 속에 갈등하고 주저하는 현재의 10대, 20대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한국의 대표 보이밴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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