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고 금메달을 취득했던 빅토르 안(안현수)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한국 국적을 다시 취득할지 주목되고 있다. 갑작스런 빅토르 안의 국적회복 가능성에 대해 유승준도 덩달아 주목되는 양상이다. 유승준은 2015년 인터넷방송을 통해 군에 입대해 한국국적을 회복하고 싶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유승준은 외국 국적을 지닌 동포들이 받는 F-4 비자 발급도 거부당한 채 16년째 법무부와 병무청으로부터 괘씸죄로 인해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한국 국적법은 국가나 사회에 위해(危害)를 끼친 사실이 있는 사람이나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했거나 이탈했던 사람은 국적 회복이 불가하다고 명시돼 있다.

유승준은 분명 국가나 사회에 위해를 끼친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면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해 국적 회복이 불가한 자가 된 것이다. 여기에는 젠더 문제를 걸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유승준이 여자가수였다면, 당시 본인의 희망에 의해 국적을 바꾼 여자가수였다면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았을지 몰라도 16년 이상 입국조차 좌절되는 불운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외교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장녀가 미국 국적인 점이 논란이 돼 강 장관의 딸 이모씨가 법무부에 국적 회복을 요청했고 지난 7월 큰딸이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미국과 한국 국적을 동시에 보유했던 장녀 이모씨는 2006년 국적법상 국적 선택의무 규정에 따라 미국 국적을 택했고 12년 만에 다시 무슨 영문인지 쉽게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것이다. 국적법 제9조 2항에 따라 국가나 사회에 위해(危害)를 끼친 사실이 없는 점은 유승준과 같다.

그렇다면 군대를 갈 필요가 없는 여자라는 점에서 보다 용이한 한국 국적 취득은 과연 평등한 것일까. 병무청과 법무부는 아직도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승준이 한국에서 활동할 당시 많은 청소년들이 그의 음악을 통해 기쁨과 열정을 얻고 힘을 냈던 사실은 무시한 채, 괘씸죄와 법의 잣대만 들이대며 그의 입국으로 국군 장병 사기가 저하되고 사회의 병역기피 풍조를 조장한다는 이해하기 힘든 답변만 늘어놨다. 많은 국민들은 유승준의 사례와 비교해 빅토르 안의 국적 취득 사안에 대해서도 주목할 것이다.

국내 4급 이상 외무공무원의 복수국적 보유 자녀 10명 중 9명은 미국 국적이다. 복수국적을 보유한 국가 중 전체의 89.1%에 달하는 99명이 미국이었고, 캐나다와 러시아가 각각 3명 등이다. 외교관 자녀들의 복수국적 취득은 단순히 우연일까. 유승준은 불운의 시대적 아이콘이다. 대한민국은 이중국적자인 연예인에 대해 국내에 60일 이상 체류하면서 영리활동을 하는 연예인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한다는 내용으로 2001년 3월 병역법을 개정했다. 이중국적을 지닌 채 국내에서 연예활동을 했던 적지 않은 연예인들에게는 치명타였다.

결국 이중국적 연예인의 경우 한국 국적을 버리고 외국 국적을 선택하거나 외국 국적을 버리고 한국 국적을 선택해 병역의 의무를 져야만 했다. 한국 국적을 선택해 결국 몇 년 뒤 군 복무를 했던 토니안과 달리 유승준은 짧은 생각으로 미국으로 출국한 뒤 곧장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그를 사랑했던 팬들이 봤을 때는 배신으로 작용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입국금지 대상자 중 유승준에게만 지나치게 가혹하고 영구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점, 유승준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것이 병역기피의 목적이 아닌 미국 가족의 뜻일지에 대한 그들의 주장도 재평가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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