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교황청 홈페이지)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교황청 홈페이지)

칠레 전 주교 긴급소집 회의 예정
피해자들 바티칸 초청 ‘참회’ 시간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칠레 주교 성추문과 관련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사과했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칠레 주교 32명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이같이 밝혔다. 교황은 “진실하고 균형 잡힌 정보가 부족해 상황을 판단하고 인식하는데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고 했다. 또 칠레 주교 전원을 긴급 소집해 성추문과 관련한 회의를 열고, 성추행 피해자들을 바티칸으로 초청해 용서를 구하는 시간도 갖겠다고 전했다.

교황은 “내가 고통을 가한 모든 이들한테 용서를 구하며, 몇 주 안에 (피해자들에게) 직접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칠레를 순방한 교황은 바로스 주교의 아동성추행 은폐 의혹과 관련 “증거를 가져오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바로스 주교의 의혹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이 같은 발언에 비판이 쏟아지자 교황은 곧바로 성추행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교황청은 지난 2월 성추문 조사 전문가인 찰스 시클루나 대주교를 칠레로 파견해 진상조사에 나섰다.

은폐 의혹의 당사지로 지목된 바로스 주교는 1980년부터 1995년까지 수십 명의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2011년 면직당한 페르난도 카라디마 신부의 제자로, 카라디마 신부의 성추행을 묵인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칠레 성추문 조사단을 이끈 시클루나 대주교는 성추행 피해자들과 만나 문제를 집중 조사했다. 조사를 마친 시클루나 대주교는 바티칸으로 돌아가 2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칠레 성추문 자료를 만들어 교황에게 보고했다.

교황은 서한에서 “영혼의 상처를 용기 있게 견뎌내며 (성추행 피해를) 증언해준 64명에게 감사한다”며 “2300여쪽에 달하는 조사단 서류를 읽으며 판단이 바뀌었다. 나는 고통과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내비쳤다.

그렉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11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교황이 칠레 성학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칠레 주교단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은 ‘영적인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에 해당한다”며 “이는 교황이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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