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은 지난 9일 개신교인 800명과 비개신교인 200명을 대상으로 신앙관과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은 지난 9일 개신교인 800명과 비개신교인 200명을 대상으로 신앙관과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성서 오류 있다’ 20%… 1982년엔 90% ‘성서무오설’ 지지
“보수 목회자 신앙관, 교회 대표 역할 못해… 정치세력 악용”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기독교만이 유일한 진리로 인정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반면 타종교에도 진리가 있으며 선하다고 생각하는 기독교인들이 예전에 비해 크게 늘어나 보수적 신앙관이 변화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은 최근 개신교인 800명과 비개신교인 200명을 대상으로 신앙관과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구원에 관한 질문에 ‘기독교에만 구원이 있다’고 답한 이는 45.6%로 ‘타종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응답한 28.4%보다 훨씬 높았다. 하지만 지난 1982년 조사에서 ‘기독교의 진리만이 참 진리’라고 답한 개신교인이 62.6%에 달했던 점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수치다.

개신교인 중에는 ‘다른 종교나 가르침에도 진리가 있다’고 보는 신자들의 비율이 47.2%를 차지했다. 반대로 ‘진리가 없다’고 답한 교인은 23.9%에 불과했다. 나머지(40.2%)는 응답을 보류했다. 또 타종교나 가르침도 선함을 묻는 질문에 58.0%는 ‘선하다’고 봤다.

성경의 절대적 가치를 인정하는 개신교인들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성서에는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성서무오설’의 입장을 취한 개신교인의 비율은 50.9%로, 오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비율(20.1%)보다 높았다. 이 역시 1982년 조사에서 90% 이상이 ‘성서에 오류가 없다’고 대답했던 것에 비하면 40%가 감소한 결과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은 “구원이나 성서무오설의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과거의 단편적 조사결과들과 비교하면 그 비율이 많이 낮아졌다”며 “이번 조사에서 한국개신교는 타종교에 대해 ‘배타주의’를 벗어나 ‘포괄주의’를 향해 가고 있고, 근본주의적 성향이 많이 완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성애에 대해선 개신교인 다수가 비개신교인보다 뚜렷하게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동성애는 죄인가’라는 물음에 개신교인은 53.5%가 ‘그렇다’고 답했고, 비개신교인의 경우 18.5%만이 ‘그렇다’고 했다. 또 ‘동성애가 질병인가’라는 질문에도 개신교인은 45.2%가 ‘그렇다’고 응답해 비개신교(23.5%)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연구원은 “성서무오설을 믿고 개인 구원이 사회 구원에 우선한다는 근본주의적 신앙관을 가진 개신교인일수록 동성애를 죄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았고, 포용성은 낮았다”고 했다.

정치와 남북 관계 등 우리나라 주요 현안을 보는 시각은 개신교인이나 비개신교인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남북통일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남북통일을 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개신교인은 57.3%로, 비개신교인(46.5%)보다 높았다. 또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으로는 개신교인(50.1%)과 비개신교인(45.5%) 모두 ‘북한의 핵개발’을 1순위로 꼽았다.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개헌해야 한다’는 응답이 개신교인은 55.8%, 비개신교인은 65.0%를 보였다. 개헌 시기에 대해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개신교인 35.2%와 비개신교인 41.9%로 나타났다. 통치구조와 관련해선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개신교인 42%, 비개신교인은 55%로 가장 많았다.

연구원은 “개헌에 대한 인식에서 개신교인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아직 개신교 보수세력의 입김이 다소 작용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일부 보수 개신교 목회자들의 신앙관이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신앙관이 될 수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덧붙여 “개신교의 보수적 신앙관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분열의 실체는 일부 개신교 지도자들에 의해 왜곡된 보수적 신앙관과 일부 정치세력이 이를 악용함으로 양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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