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사상 유래 없는 저성장 기조에 기존의 경제이론들이 혼란스럽고 정책들은 쳇바퀴를 돌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정상적 기조가 아닌 변수가 늘어나다 보니 양적 증가의 생산은 바로 판매로 연결되지 못하고 누적된 재고가 경고음을 울린다. 제품이 판매되고 수익이 재투자 되어 새로운 제품의 생산으로 연결돼야 하는데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니 수정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누구도 기득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해는 하는데 나, 내 것은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GM의 철수에도, STX 조선도 우리 회사는 아니었고 사주 따로 노사 따로 협력관계였다. 약정한 급여가 보장되지 않으니 일을 할 수가 없고, 회사를 닫아야 하는 형편임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은 보상과 대가를 요구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위기를 극복해서 함께 살아내자가 아닌 나만 살면 된다는 극명한 의사표시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역시 나의 의사는 있지만 모두의 의사는 없다. 산적된 안건과 시급한 예산들을 처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개헌을 이유로 국회본회의 자리를 박차고 당의 주장을 관철시키려고 피케팅시위를 벌인다. 나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들어야 다음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강력한 의사표현으로 서로 다른 의견 수렴의 노력이 없다. 예정된 절차는 무시되고 기간 내 처리돼야 할 안건들은 기약이 없다. 해당 안건이 통과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애가 탄다. 그러나 이를 아는지 국회는 여야의 정쟁의 광장이 됐다.

노동자, 기업, 학생, 국회의원 모두가 토론이 없다. 서로 다른 의견을 피력하고 공통의 의견의 조율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벌떡 일어서 밖으로 나온다. 때문에 이 나라는 거리에 항상 피켓을 들고 무리지어 다니는 시위대가 떠나지 못한다. 주말이면 탄핵무효를 외치는 사람과 임금인상을 주장하는 시위대가 수도 서울의 한복판을 교통마비로 만든다. 적법한 절차에 의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려는 노력은 없고 무조건 밖으로 뛰쳐나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대통령을 찾아댄다.

반만년이 넘어서는 우리나라의 역사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예와 도리를 중요시하며 자타가 자랑스러워했던 한민족인 우리를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때이다. 가뜩이나 국내외 정세가 급격하게 움직이고 혼란스럽다. 과거처럼 국제 제도와 협정이 온전한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하고 팽팽한 신경전이 가속되고 있다. 보이는 부분, 보이지 않는 부분이 힘겨루기로 자국의 이익을 끌어당기려고 하는 마당에 우리 내부의 혼란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스스로의 이익을 잡기 전에 전체 공동의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가 깨지면 스스로의 이익 또한 보전할 수가 없다. 나라든 사람이든 혼자만 살 수 없다. 때문에 관계가 중요하고 이를 위한 신뢰를 쌓아야 한다. 두터운 신뢰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순간에는 그들의 신임을 확신할 수 없는 시대이기에 주변국의 정세를 잘 파악해야 하고 줄을 잘 서둬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스스로의 방어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절대적이다. 대치하고 있는 북한의 선전포고가 갈수록 수위를 높이고 있고 경제파고는 쉽지 않아 보이는 눈앞의 상황을 인지해야 한다. 이권만이 아닌 피해도 내 것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만 빼고를 생각한다면 한순간 모두 무너질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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