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격변하는 시대에 우리 국회는 여전히 과거의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나라 안팎의 급박한 상황을 인지하고 중심 있게 해결해야 하는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4월 임시 국회를 홀홀 흘려버리고 있다. 민생이 달린 추가경정예산안의 심의부터 헌법 개정안까지 산적한 일거리는 제대로 탁상에 올리지도 못했다. 대통령의 개헌안으로 설왕설래 하던 의원들은 이제 전 민주당원의 댓글조작사건으로 특검 여부를 실랑이 한다.

하나의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서로 자신이 공을 세우려는 듯 목소리만 높아지고 거리로 뛰어 나온다. 이건 안 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사람들에게 자신이 하는 일을 드러낸다. 그렇게 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인지도이다. 인지도를 높여서 곧 있을 선거에서 표를 얻어내기 위함이다.

사실 국회가 해결해야 하는 일반적인 일정도 빡빡한데 개헌안과 추가경정예산까지 산정돼 꼼꼼히 짚어내려면 정말 시간이 없다. 그들이 정말 나라를 생각하고 국민의 대표로서 해야 하는 임무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작금의 행태는 벌이지 말아야 한다.

물론 이슈가 되는 사건들의 경중에 따라 전 국회의원들이 합의 하에 행동을 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선순위를 정해 업무에 임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국민과 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는 현안은 제쳐두면서 곧 있을 선거 준비는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는 그들의 이면이 그렇다. 선거캠프를 꾸리고 후보를 선정하는 일처럼 나랏일도 차질 없이 해야 한다. 그들이 정말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선거 준비처럼 국회의 임하는 자세도 다를 것이다.

고함치고 주먹이 난무하는 동물국회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숨만 쉬고 있는 식물국회 등 그들의 모습을 꼬집는 별칭도 바뀔 만큼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번번이 실망을 안겨주었다. 국민들의 수준은 높아가고 기대치 역시 진화하는데 국민을 대변하는 그들의 모습은 변함이 없다. 선거에 임하면서 공약으로 국민의 마음을 다 헤아려 줄 것처럼 하다가도 당선이 되면 다 똑같아지는 마법에 걸린 듯이 변함이 없다. 선거에 임할 때처럼 적극적으로 국민들 찾아가고 필요한 일들을 알아내서 해결하는 그 마인드가 국회의원 직무를 수행하면서도 지속된다면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존경받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매번 흘러나오는 파행의 소식보다 선견지명 있는 일처리로 인한 성과로 국익이 상승했다든가 국민들의 수혜범위가 확대됐다는 소식이 그들의 인지도 상승의 이유가 돼야 한다. 겉으로는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방송을 타고 가두행진을 하지만 실질적으로 처리되는 일은 하나도 없는 국회는 지속적으로 재정을 까먹는 정부에 일조하는 것이다.

국회의 통과를 기다리는 수많은 민생관련 법안들이 시급하다. 기다리다 못한 상인들이 상가임대차보호법의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까지 열며 시간만 보내는 의원들을 재촉하고 있다. 이 법안은 2년이 다 되도록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안건들이 산을 이루고 있다. 세력을 견주는 정쟁이 아닌 민생을 바라보아야 한다. 민생도 나라일도 모두 시간을 다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입지만 다진다면 더 많은 국민들을 거리로 나오게 하고 혼란을 만들게 될 것이다. 네 탓, 남의 탓으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내 탓 우리 탓을 하며 의논하며 협력하여 책임과 직무를 온전히 수행하는 진짜 국회의 모습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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