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중국의 병법서 손자병법을 보면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말이 있다. 백번을 싸워 단 한 번도 지지 않는 비결이 적을 알고 나를 아는 것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협상이나 전쟁에서 적을 이기려면 적군의 정보와 전세 파악이 최우선이다. 전세도 모르고 무조건 총공격 명령을 내려버리는 장수는 없을 것이다. 때문에 스파이나 정찰병을 먼저 파견해 적의 동태를 살피고 정보를 캐내어 펼치고자 하는 전략에 유리하게 적용하게 된다.

지난 4월 27일 38선을 두고 팽팽한 긴장의 강도를 높이던 남북의 최고 통수권자의 만남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우리는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의 생각보다 유연한 말과 태도에 아이러니 하면서 정말 한반도에 봄바람이 부는 건지 믿기지 않는 장면을 만났다. 자신의 책상 위에 핵단추까지 언급하며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긴장하게 만든 그 김정은이 맞는지 그는 농담도 던지고 좌중의 기운을 좌우했다. 그러나 놀라움에 앞서 도대체 무슨 속내를 가지고 이렇게 하는지 짚어봐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하지 않을 수 없다.

갑작스러운 행동의 변화는 분명 어떠한 계기를 가지거나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기 마련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선전포고 같은 거친 선언을 마음껏 휘두르던 모습, 자신의 자리를 고착하기 위해 국내외 주요인물의 숙청을 감행하던 모습, 지금 남한의 대통령과 손을 맞잡고 웃음을 날리는 모습 모두가 한 사람이다. 그는 일반적 사람이 아닌 지도자로 훈련된 사람이다. 보통 사람과 같은 웃음과 행동으로 모두의 미소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런 다음 그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의 분위기가 이러니 당장 휴전선 인근의 땅값이 들썩이고 기업들은 북한관광과 개성공단과 같은 협력 라인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우리는 그들에 대해 너무 모른다. 북한의 관광라인도 폐기된 지 10여년이 지났으니 그동안의 판세가 어찌 변했는지 모른다. 실정도 모르고 그들의 속내도 모르고 보이는 모습만 보고 넘겨짚을 일은 아니다.

확실히 지금까지의 북한 지도자와는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 다른지 어떠한 속내를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미국과 담판을 둘 만큼 담대하고 형식이 아닌 실리를 먼저 보고 있는 인물이다. 때문에 앞으로 있을 북미정상회담에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으로 지금 부는 바람이 정말 봄바람이 되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남북의 상태를 만들어 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목적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모습을 보이는 김정은의 새로운 모습으로 그의 다른 면을 보았다. 그것이 자연적이라는 생각보다는 의도적인 것임을 알기에 임의대로 속단을 하지 말고 아는 길도 다시 한 번 물어보고 점검해 안전한 길을 만들어 가기를 조언한다. 무조건적인 성질을 부리는 것이 아닌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자신을 제어하며 활용하는 그를 보면 나이는 많지 않지만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극명하게 갈리는 우리의 정치 역시 무조건적인 정제성의 강제가 아닌 변화의 바람을 읽어야 할 것이다. 빨리빨리로 경제성장을 이루어냈지만 빨리빨리가 모든 분야에 유익한 것은 아니다. 아직 북한의 비핵화의 전제조건의 해결이 되지 못한 상황이다. 국제사회는 세계평화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경제제재를 함께 하고 있다. 한 번의 만남으로 모든 자물쇠가 풀린 듯 넘치는 상상으로 앞서 갈 것이 아니라 남은 과정들을 풀어가며 단계적인 접근을 진행해야 한다. 북미정상회담이 풀어내야 하는 조건들은 결코 쉽지 않다. 지금 그 논의의 장을 열은 것뿐이니 어떠한 변수가 튀어 나와도 대응 가능한 준비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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